0. 광주의 기억 대학생 때 잠시 비엔날레 통역 아르바이트로 광주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우연찮게 공직자 한 분을 만났는데, 갑자기 5.18을 아느냐고 묻기에 잠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마치고 당시 모셨던 분께서 말씀하셨다. “제 사촌형인데, 전남대 단과대 학생회장 출신이에요. 제가 5.18 때 7살이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해요. 여자들은 시위하던 분들 도우려고 음식 나르고, 남자들은 시체로 돌아왔죠. 저만 해도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데, 형님은 오죽하겠어요? 벗어나려고 … [Read more...] about 이명박, 박근혜, 일베, 5.18 부정의 역사
역사
“5·18이야말로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 편집자 주: 작년 발행된 글을 재발행했습니다. 매해 일정히 일어났지만 특히 꽤 눈에 띄게 부각된, 5·18 광주항쟁에 대한 극우적 부정음모론에 관해 이야기가 많다. 박근혜 정권 이후 부각된 5·18 광주항쟁 담론 퇴보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거꾸로 흐르는 한국의 5·18 담론 하나는 2MB-H 정권을 이어가는 박II-S 정권의 보훈처 또한 공식추모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결정. 이들의 논리라는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 [Read more...] about “5·18이야말로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세월호의 유가족을 막은 청와대, 미국 역사를 기억하라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 미국 후버 대통령은 나팔수들이 트럼펫으로 식사시간을 알려주고 흰 장갑을 낀 하인들이 시중을 드는 7코스 정찬을 매일 들었다. 후버는 자신이 제왕의 풍모를 과시해 주는 것이 미국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줄 것이라는 신념하에서 이렇게 열심히 밥을 먹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백악관으로 향하다 그해 여름, 후버가 요란하게 밥먹던 백악관 바깥의 워싱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거지떼 2만 5천명이 몰려 들었다. 그들은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었다. … [Read more...] about 세월호의 유가족을 막은 청와대, 미국 역사를 기억하라
히치콕과 알마 레빌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면 사실 설명이 필요없는 영화 감독이지? 사실 우리 세대보다는 아버지 세대에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이지만 우리 역시 주말의 명화나 토요 명화 시간에 이 사람의 작품을 대부분 감상할 수 있었지. 아마 요즘 애들이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돼 히치콕의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게 무슨? 하면서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워낙 오래된 흑백영화들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알다시피 히치콕은 일반 대중도 대중이지만 전문가들이 더 선연히 기억하는 … [Read more...] about 히치콕과 알마 레빌
만화 H2의 실제 주인공, 기요하라와 구와타
만화 'H2'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야구 만화입니다. 소위 말하는 슬램덩크 세대 중에서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이 보신 만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히로와 히데오, 이 두명의 천재 야구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H2는 실제 야구 선수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만화속에선 두 친구가 서로 라이벌로 대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다보면 신이 이 둘의 대결을 보고 싶어하는게 아닐까라는 얘기가 종종 등장하죠. H2의 작가인 아다치 미츠루는 바로 이들의 대결이 보고 싶어서 그린 … [Read more...] about 만화 H2의 실제 주인공, 기요하라와 구와타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위로하고 곧 구조될 거라는 희망을 주던 나이 스물 두 살의 여승무원이 있었다. 언니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승무원은 맨 나중이야.”라고 대답했던 그녀는 끝내 우리에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보다 그렇게 해야 할, 어떻게든 사람 하나 더 살리려고 발버둥쳐야 할, 나오더라도 맨 나중에 나와야 할 선장은 일찌감치 구조돼 자기 배가 어떻게 침몰됐는지도 모른다면서 병원에서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 [Read more...] about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조선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또는 에스더 박
조선 말, 그리고 구한말 많은 사람들이 ‘최초’를 장식해. 최초의 유학생, 최초의 신식학교 입학자, 최초로 신식 결혼식 올린 사람, 최초의 유학생, 최초의 변호사, 최초의 광고자 등등 바야흐로 나라의 문을 열어젖힌 나라에 밀려드는 근대의 파도 속에서 허다한 ‘최초’가 양산됐고 그들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의 시원이 된다. 그 와중에 최초의 여의사의 이름도 알아 둬라. 박에스더. 언젠가 산하의 오역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녀의 본명은 김점동이다. 이름이 에스더가 된 것이야 학살의 위기에서 자신의 민족을 … [Read more...] about 조선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또는 에스더 박
르완다 대학살, 그리고 한반도의 민족상잔
르완다: 비극의 시작 아프리카 중부에 자리잡은 르완다와 부룬디 일대에는 여러 부족이 어울려 살았어. 인구의 80퍼센트를 넘는 후투족과 15퍼센트 정도의 투치, 그리고 산악지대의 트와 족과 키 작은 종족으로 유명한 피그미까지. 이 중 투치족은 이디오피아 쪽에서 남하한 용맹한 집단으로서 르완다 왕국을 형성하여 나머지 부족들을 다스렸다지. 하지만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에 특별한 경계가 존재하지는 않았고 같은 말을 쓰고 같이 소 치고 농사지으면서 뒤섞여 살아가고 있었다고 해. 하지만 전 … [Read more...] about 르완다 대학살, 그리고 한반도의 민족상잔
일본은 전쟁에 지지 않았다고 믿었던 사람들, 카치구미(勝ち組)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본어 표현 중에 「카치구미(勝ち組)」와 「마케구미(負け組)」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 그대로 옮기자면 「승자조」와 「패자조」이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적 승자」와 「사회적 패자」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1990년대 이후 사회적 격차가 커지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더군요. 이 카치구미·마케구미의 어원은 조금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 [Read more...] about 일본은 전쟁에 지지 않았다고 믿었던 사람들, 카치구미(勝ち組)
마르크스의 ‘별로 혁명적이지 않았던’ 삶
마르크스의 사생활과 그가 추구하는 반(反) 자본주의 사상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마르크스는 본인이나 가족들이 그 자신의 표현으로 '프롤레타리아 이하'의 삶(그는 근검절약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프롤레타리아 이하'의 삶이라 지칭했다)을 사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부인의 귀족 혈통을 자랑했으며, 굳건한 후원자였던 엥겔스의 정기적인 경제적 지원 외에도 여기저기에 돈을 빌리고 많은 외상을 지면서 끝끝내 소비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삶을 추구했다. 소박하게 살았다면 엥겔스의 지원과 … [Read more...] about 마르크스의 ‘별로 혁명적이지 않았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