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커피의 첫 만남, 고종과 양탕국
우리가 마치 숭늉을 마시듯 서양인들은 커피를 마신다. – 유길준 <서유견문>(1895년)
이것이 우리나라의 커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다. 커피를 처음 즐긴 한국인은 누구일까? 공식적인 기록은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 고종황제와 황태자가 1896년 2월 아관파천으로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게 되면서 공사 베베르(Karl Ivanovich Waeber)를 통해 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그 후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든 사람은 당시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독일계 러시아인 손탁(Sontag)이라는 여성이었다. 1902년 고종의 후원으로문을 연 ‘손탁 호텔’에 커피점이 생겼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커피가 소개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그러나 한일합방이 되자 이 호텔은 1918년 문을 닫고 만다.
고종은 덕수궁으로 돌아온 후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짓고, 외국 사신이나 대신들과도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커피에 대한 명확한 이름이 없었던 당시에는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 하여 ‘양탕(洋湯)국’이라 불리었다.
일제 강점기, 빠르게 번져간 다방의 역사
손탁 호텔 이후 일본인이 문을 연 ‘청목당(靑木堂)’이라는 살롱이 생겼고, 1914년에는 조선호텔이 생겨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인이 최초로 개업한 커피하우스는 1927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감독이었던 이경손이 종로 관훈동에 개업한 ‘카카듀’라고 한다. 당시엔 커피하우스를 ‘다방’이라 불렀으며,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된다.
다방의 어원은 고려 시대 궁중의 연회나 사신들을 접대하기 위해 다방이라는 관청을 둔 것에서 비롯되었다. 1928년에는 종로 2가에 ‘비너스’라는 다방이, 1929년에는 YMCA 근처에 ‘맥시코’다방이 문을 열었으며, 극작가 유치진이 ‘브라다나스’를 열었다. 1932년에는 조선호텔 건너편에 조각가 이순석이 ‘낙랑팔러’라는 다방을 개점한다. 1933년 천재시인 이상도 ‘제비’라는 다방을 차렸다.
이처럼 초창기 다방은 주로 예술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영화인, 화가, 문인, 음악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다방이 서울의 명동, 종로, 소공동, 충무로 일대에 수십 군데나 문을 열었다. 당시의 다방은 예술계의 소통의 장이었고, 시와 소설 등 작가협회 사무실 역할을 했다. 커피는 차츰 일반 가정으로 유입되어 1930년 11월 9일자 <매일신보>에 ‘맛나는 커피를 잡수시려면’이라는 기사가 실릴 정도였다.
한국인들에게 커피는 서양적 산물의 상징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것이었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곧 신문화를 즐기는 것이었다. 60년대 이후 마담으로 상징되는 동내 다방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이어 음악다방이 생겨났다. 음악다방에서는 디스크자키가 팝과 가요를 틀거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음악감상실의 형태를 띠었다. 당시의 DJ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으며 이들은 최신 유행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명동의 ‘쉘부르’는 음악다방의 대표적인 곳으로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대학가에서도 빠짐없이 음악다방이 개점했다. 1980년대에는 원두커피 전문점이 유행했고 이후 커피 마니아가 직접 생두를 구입해서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만드는 오늘날에 이르렀다.
미군 PX, 한국형 인스턴트 커피를 등장시키다
인스턴트커피는 일반 서민에게 커피를 보급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을 최초로 발명한 것은 1901년 일본인 Satori Kato씨라는 설이 있다. 일본에서는 발표할 장소가 없어서 미국으로 건너가 전람회에 발표했으나 특허를 취득하지 않았다. 결국 특허를 취득한 조지워싱턴이 발명자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초 6.25 전쟁 중에 미군 PX를 통해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한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편리하고 맛있는 커피가 한국에 커피대중화를 이끌었다. 1970년 동서식품에 의해 최초로 생산되게 된다. 동서식품은 국내 브랜드 ‘맥스웰하우스’를 내놓고 1976년에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1978년에는 커피자판기도 등장하면서 커피는 한국인에게 있어 가장 친숙한 음료가 된다. 한국의 커피믹스는 커피와 설탕 그리고 커피프림의 절묘한 비율로 달콤함과 구수함을 조화시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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