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1월 작가 전혜린, 서른한 살로 지다 1965년 1월 10일 일요일 아침, 전날 지인들과 밤 10시까지 술을 마시다 자리를 떴던 작가 전혜린(田惠麟, 1934~1965)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언론은 그의 사인을 ‘심장마비’(<조선일보>)와 ‘수면제 과용으로 인한 변사’(<경향신문>) 등으로 전했지만 일반에는 자살로 널리 알려졌다. 유족이 입을 다물고 있어 자살 여부는 가릴 수 없는 일인데도 자살로 알려진 것은 죽기 이틀 전에 술자리에서 읊었다는 다음 … [Read more...] about 1965년 1월, 작가 전혜린 서른한 살로 지다
역사
독일 사람들이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방법
이 글과 사진은 최근 주독일대사로 부임한 정범구 선생이 베를린에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역사의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글과 사진이어서 정범구 대사의 허락을 얻어 기록으로 남긴다. 과거를 잊지 않는 나라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 주변과 베를린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맞닥뜨리게 된 것은 독일의 어두운 과거 흔적들과의 만남이었다. 과거 나치가 저질렀던 만행의 흔적들이 덮이고 잊혀지지 않도록 … [Read more...] about 독일 사람들이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방법
조선 시대 청소년은 무엇을 공부했을까?
예림서원·밀양향교 방문 '옛날 학교' 궁금증 재미있게 퀴즈 풀며 알아가 밀양시립박물관에선 독립운동가 활약상 한눈에 10월달 즈음, 밀양으로 역사탐방을 다녀왔다. 밀양은 역사탐방을 하기 좋은 장소가 많다. 임진왜란 때 대활약을 펼쳤던 사명대사의 사당이 있는 표충사,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영남루, 밀양이 배출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을 정리해 놓은 밀양박물관 등. 예림서원과 밀양향교 또한 규모나 아름다움이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곳은 … [Read more...] about 조선 시대 청소년은 무엇을 공부했을까?
화폐가 되어버린 음료들: 월급을 음료수로 받는다면?
비트코인은 우리를 억만장자와 엉망장자로 갈라놓았다. 사실 비트코인이라는 존재는 이전부터 알았다. 하지만 이리 비싸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로또고 뭐고 비트코인 먼저 사겠다고 다짐한다. 글쎄 나라면 또 음료수나 마시고 있겠지? 과연 억만장자도 엉망장자도 화를 낼 대답이다. “음료수가 뭔데 돈을 날려!” 하지만 음료야말로 우리가 돈을 벌고 삶을 사는 목표이지 않겠는가? 심지어 더 옛날로 돌아가면 음료가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오늘은 음료수로 월급을 … [Read more...] about 화폐가 되어버린 음료들: 월급을 음료수로 받는다면?
여러 가지 소스의 역사
요리의 다양성은 바로 소스의 묘미에 있다. 신선한 재료에 어울린 소스는 음식의 맛을 더하거나 보존해 줄 뿐만 아니라 미각적인 만족도 선사한다. 따라서 소스 만들기의 기본만 착실히 익혀 둔다면 어떤 음식이든 손쉽게 근사한 요리로 변신시킬 수 있다. 소스의 마법이다. 원래 소스는 냉장기술이 없을 당시 음식이 약간 변질되었을 때 맛을 감추기 위하여 요리사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 한다. 하지만 고기의 질과 냉장기술이 발달된 오늘날에도 요리의 풍미를 더해 주고 요리의 맛과 외형, 그리고 수분을 돋우기 … [Read more...] about 여러 가지 소스의 역사
태초에 ‘야후’가 있었다
태초에 야후가 있었다. 야후는 인터넷에 전화번호부 컨셉을 도입한 거의 최초의 서비스였다. 전화번호부처럼 인터넷 사이트의 링크를 색인별로 모아둔 사이트가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제리 양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참 뒤에 나온 다음과 네이버의 컨셉도 한동안은 야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야후처럼 전화번호부에 실어달라고 웹 사이트 관리자가 요청해야 하는 구세대 서비스였다. 그 외에도 '잘했어'라는 카피로 유명했던 라이코스나 익사이트 등의 서비스가 있었지만 전부 다 아이디어 … [Read more...] about 태초에 ‘야후’가 있었다
1987년 스물둘 박종철, 남영동에서 지다
1987년 1월 박종철, 남영동에서 고문으로 지다 1987년 1월 14일 오전 11시 20분께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 서울대 인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22)이 심문을 받던 중 고문으로 숨졌다. 1월 13일 자정께 하숙집에서 수사관 6명에게 연행된 채 12시간이 되지 않은 때였다. 경찰은 ‘대학문화연구회’ 선배이자 ‘민추위’ 지도위원으로 수배 중이었던 선배 박종운(26, 사회학과 4년 제적)을 붙잡기 위해 박종철을 연행하였으나 박종철은 박종운의 소재에 … [Read more...] about 1987년 스물둘 박종철, 남영동에서 지다
담배와의 전쟁, 그 기나긴 역사
가족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 방송이 들렸습니다. 그 내용은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베란다, 화장실, 세탁실, 복도, 화단, 주차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굉장히 구체적인 장소들을 언급한 '경고 방송'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웃집의 담배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와 화가 난 어느 주민의 신고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방송을 듣고는 흡연자이신 아버지는 밖에서도 제대로 못 피는데 내 집에서도 내 맘대로 못 피면 '도대체 어디서 피라는 이야기'냐며 우울해 하셨습니다. … [Read more...] about 담배와의 전쟁, 그 기나긴 역사
시대를 앞섰거나 황당했거나: 2차대전의 희한한 무기들
모 커뮤니티에 영국의 정신 나간 무기라며 톨보이에 대해 심한 과장을 해놓은 글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더군요. 매우 두터운 콘크리트로 보호받는 유보트 기지 등을 파괴할 목적으로 5톤의 초대형 폭탄을 만들어 사용한 것인데, 지극히 정상적인 무기였죠. 톨보이에 대한 글을 본 김에 2차대전에서 사용했거나 하려고 했던 황당무계한 무기를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물론 지상 순양함이나 플라이 윙과 같은 것도 많지만 그건 이미 설명했으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서류로만 남은 무기 중에는 요즘에 봐도 … [Read more...] about 시대를 앞섰거나 황당했거나: 2차대전의 희한한 무기들
언어는 힘이 세다
1. 때로 우리는 제정신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다. 2. 2001년, 미국에서 9·11 사태가 일어났다. 2년 뒤 미국 정부는 9·11 사태의 대응책으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다. 표면적으로 대량 살상 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제거한다는 명분이 뒤따랐다. 이 전쟁에는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부여되었다. 이라크에 자유와 평화를 선사한다는 도덕적인 목표에서였다. 적국에 대한 공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 [Read more...] about 언어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