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Original Taste는 무슨 맛이야?”
동생이 묻는다. “바보 그냥 코카콜라 맛이지.” 나는 오랜만에 승리감에 빠진다. 하지만 동생은 그럴 거면 왜 이 문구를 쓰냐며 카운터를 날린다. 그… 글쎄? 나는 먼 산을 바라본다. 산 아래에는 원조 할매 순대국밥 집이 보인다. 저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에게 가장 무서운 재난은 ‘새로움’이다. 130여 년 동안 음료의 왕으로 군림한 코카콜라도 그렇다. 환경은 변하고 후발주자는 강력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새로운 코카콜라를 마실 생각이 없거든.
코카콜라는 언제나 변화보다 본질을 고집해 위기를 돌파했다. Original Taste라는 문구 역시 맛에 대한 안내라기보다는 코카콜라의 가훈 같은 것이다. 오늘은 코카콜라가 왜 Original을 고집하는지 알아보자.
펩시 챌린지, “코카콜라 옥상으로 따라와.”
박명수, 홍진호, 베지터, 펩시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세계 최고의 이인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1975년 펩시는 일인자 코카콜라의 멱살을 잡은 적이 있다. 포장을 가리고 맛으로만 승부를 보자고 외친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맛있어? 옥상으로 따라와. 코크 자식아!”
펩시 챌린지(Pepsi Challenge)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쇼핑몰, 대학 등지에서 벌어진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짱대결(?)이었다. 컵에 담긴 두 콜라를 마시고 승자를 가리는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자는 펩시였다. 심지어 코카콜라 덕후조차 펩시의 손을 들었다니 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100년 만의 진화, 최종병기 뉴-코크
코카콜라가 받은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코카콜라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100년 동안 유지되었던 콜라의 맛을 개선한다. 준비된 시간은 2년. 400만 달러를 들여 20만 회의 혹독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펩시를 이길 최종병기 콜라가 등장했다. 이름하야 ‘뉴 코크(New Coke)’ 덤벼라 펩시!
코카콜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언론도 뉴 코크의 기량을 칭찬했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뉴 코크는 3개월 만에 판매중지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의 코카콜라를 원하지 않았다. 수천 명으로 시작해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카콜라의 맛을 돌려내라 항의 전화를 쏟아냈다.
‘망했다’ 싶던 코카콜라는 다시 돌아왔다. 다만 다시 코카콜라라고 하기에는 멋이 떨어지니까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과는 엄청난 성공. 코카콜라의 맛이 바뀌었다고 슬퍼하던 이들은 돌아온 코카콜라 클래식에 환호했다. 판매량은 상승하고, 코카콜라는 얼떨결에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낸다.
이후 코카콜라의 도전은 똑같다. 코크 2를 냈다가 사라지고, 하얀색 코카콜라를 냈다가 사라지는 등 도돌이표를 반복한다. 변함없는 코카콜라의 맛이 위기의 원인이자 해법인 아이러니한 상황에 갇힌 것이다.
하지만 이미 코카콜라는 나라마다 맛이 다르다
그렇다면 코카콜라의 맛은 변하지 않았는가? 코카콜라 레시피는 존 펨퍼튼이 만든 이후 줄곧 스위스 비밀금고에 숨어있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코카콜라 레시피는 전 세계에서 3명만 알고 있다는 루머도 있다. 문제는 이를 코카콜라 직원들도 해명하지 않는다는 것. 이야깃거리야 말로 코카콜라의 맛을 특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코카콜라의 제조법과 맛은 계속 변해왔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잠수함 패치였다. 코카콜라를 처음 만들었을 당시에는 합법인 코카잎이 없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설탕을 비롯한 감미료도 계속하여 변했다.
심지어 국가별로 코카콜라의 맛이 다르다. 코카콜라는 본사에서 해외지사로 코카콜라 시럽을 일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가지고 코카콜라를 만들 때 물과 감미료 배합에서 오는 차이가 코카콜라의 맛을 다르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멕시코 코카콜라다. 멕시코는 코카콜라에 콘시럽 대신에 사탕수수를 사용한다. 때문에 훨씬 달콤하고 향긋한 것이 특징. 미국 내의 히스패닉계 주민들은 마트에서 따로 멕시코 산 코카콜라를 즐기기도 한다고. 정말이지 사람은 혀보다 기억에 민감한 존재다.
새로운 위기: 설탕과의 전쟁
현재 코카콜라의 위기는 펩시도, 펩시코 코카콜라도 아니다. 바로 ‘설탕세(Sugar tax)’다. 당뇨병과 비만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설탕이 함유된 음식과 음료수에 세금을 붙이는 것이다. 설탕세는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일부 지역과 남미에서 도입되었다. 한 캔에 130원 정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코카콜라의 매출은 4~10% 하락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설탕세와 코카콜라’라는 구도로 인해 코카콜라가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대중들의 음료 선호도에서 코카콜라는 점차 멀어져 갔다. 오히려 콜라에서 2등을 인정하고 다른 음료들로 분야를 넓혔던 펩시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14년 남미와 유럽에는 설탕이 아닌 천연감미료 ‘스테비아’를 활용한 ‘코카콜라 라이프’가 출시되었다. 인공감미료가 아닌 자연에서 얻은 단맛이라니! 비록 스테비아 100%가 아닌 설탕을 함께 사용했다지만 이 정도면 대단한 진보라고 믿었다. 마셔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테비아는 특유의 쓴맛 때문에 짭스러운(?) 코카콜라 맛이 났다. 또한 원가가 비싸지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영국 같은 경우는 코카콜라 라이프가 코카콜라 전체 매출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자 철수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에서는 스테비아를 100% 활용한 코카콜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미보다 본래의 맛구현이 우선이다.
코카콜라는 기억과 추억으로 마신다
Original Taste. 그래서 다시 클래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본연의 맛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라는 미디어 채널을 만들어 코카콜라가 인류와 나눈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읽다 보면 콜라가 마시고 싶은 것은 덤이다. 코카콜라는 이야기가 가진 힘을 알고 있다.
머나먼 미래에도 마시즘이 있다면 우리 시대의 음료를 ‘코카콜라’로 꼽을 것이다. 물론 미래에도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실 확률이 크겠지. 여러 위기 속에서 코카콜라는 다른 음료에게 시대를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왕좌를 지킬 것인가. 코카콜라는 답을 제출했다. 채점은 마시는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