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염천(炎天)이었다. 하늘은 불타고 땅은 익는 듯했다. 한낮엔 40도를 오르내렸다. ‘대프리카’ 얘기가 아니다. 전국이 다 그랬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여름 한 철 장사인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전에 없던 일이다. 예사 자연재해가 아닌 것 같았다. 그 폭염에 그가 떠났다. 진보 정치인의 대명사 노회찬이 떠났다. 올해 예순둘이니 평균수명으로 쳐도 20년은 더 살 나이다. 그런 노회찬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털털한 모습, 촌철살인의 재담, 이젠 모두 그림의 떡이다. 다시는 그의 모습을 … [Read more...] about 노회찬이 없는 자리
시사
‘일베 어묵’ 고발 변호사이자 30대 기재부 국장 박지웅을 인터뷰하다
서울대 출신 변호사,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변호사하다가 어쩌다 국회로 간 겁니까? 박지웅: 청년비례대표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뭐, 흑역사죠. 그거 안 되고 나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리: 변호사하면 잘 벌잖아요? 박지웅: 제가 군법무관으로 있다가 군내 불온서적 지정에 헌법소원을 내고 파면됐어요. 그리고 2심에서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서 복직하면서 2년 5개월 동안 못 받았던 월급을 돌려받았어요. 그게 꽤 됐거든요. 한 1억원 정도를 … [Read more...] about ‘일베 어묵’ 고발 변호사이자 30대 기재부 국장 박지웅을 인터뷰하다
숭례문은 어쩌다 다 탔을까?
의사결정과 책임성에 관련한 논문을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글. 2008년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탔다. 화재 5시간 만에 국보 1호가 전소한 대참극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화재 직후 3분 만이라는 점이다. 가히 빛의 속도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왜 소방관이 다 출동했음에도 숭례문이 전소한 걸까? 이 아이러니를 주목해보고자 한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 조직은 전문화를 통해 기능의 분화를 꾀하고, 조직단위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과 효과적 대응방안을 … [Read more...] about 숭례문은 어쩌다 다 탔을까?
언론 보도만 보고 현실을 파악하려 들지 마세요
지난 2014년, '살인'을 키워드로 네이버에서 기사 검색을 해보면 살인사건 관련 보도는 무려 11만 8,289건이나 됩니다. 이는 그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같은 키워드로 네이버 기사 검색을 한 결과인 1만 990건에 비해 10.76배나 되는 기사량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살인사건 발생은 어땠을까요? 2005년 살인 전체 발생은 1,066(미수 554, 기수 512)건이었는데 2014년에는 938건(미수 572, 기수 366)입니다. 약 7%(기수의 경우 30% 정도) 감소한 셈이죠. … [Read more...] about 언론 보도만 보고 현실을 파악하려 들지 마세요
‘차세대 시스템 연기’를 바라보며
평창올림픽 국뽕에 취해 있던 어느 날…. 느닷없이 SNS에 공유된 몇몇 지인들의 기사링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에휴… 또 몇명 죽어 나가겠구나…”였다. 대표적인 2개의 기사를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은행, 설연휴 금융거래 정상가동… 차세대 시스템 연기」, 한국경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도입 돌연 연기… 왜?」, ZDNET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기사가 있으나, 사업주 또는 개발자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이 거대하고 고착화된 문제의 핵심을 짚기에는 그 골이 … [Read more...] about ‘차세대 시스템 연기’를 바라보며
목사님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피켓을 든 이유
리승환 (ㅍㅍㅅㅅ대표, 이하 ‘리’) : 목사님이시죠? 강성석 목사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 ‘이하 ‘강’) : 네, 그렇습니다. 리 : 신학대엔 왜 가시게 된 거예요? 강 : 아버지도 목사고, 할아버지도 목사고, 외할머니도 목사고 그래요. 리 : 강력한 집안이네요… 강 : 할아버지가 순교자셨어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 계신데 독립운동 하셨다가 한국 전쟁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농촌선교 하셨죠. 그렇게 진보적인 신학교에 가서 운동권 목사가 되어 이주민 … [Read more...] about 목사님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피켓을 든 이유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최저임금’도 없고 ‘노동시간 단축’ 혜택도 없다.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 할 때까지 있어야 한다. 무보수에 자리라도 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페이는 열정으로 대신해야 한다. 진보도 보수도, 여당도 야당도 돌아 보지 않는 사각지대. 일부 전문직 수습생들의 현주소다. 올해 스물한 살의 송영헌 씨(대구)는 클럽이나 축제 등에서 음악을 골라 틀어 주는 디스크자키(disk jockey, 이하 DJ)가 꿈이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차에서 DVD로 공연실황을 본 네덜란드의 아민 반 뷰렌이란 DJ에게 … [Read more...] about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하다면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까.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1998년부터 3년간 월마트 매장 직원과 호텔 객실 청소부 등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일하며 ‘워킹 푸어’의 현실을 체험했다. 이를 토대로 쓴 『노동의 배신』을 보면,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는 단계부터 철저하게 ‘을’로서 냉대를 당했고, 뼈 빠지게 일했지만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싸구려 모텔을 전전해야 했다. 마음껏 먹을 수도 없었다. 가난하고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 [Read more...] about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하다면
저출산은 거대한 가치관 변화의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비혼 혹은 딩크에 대한 가치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결혼한 커플의 출산율을 보면 평균 자녀 수가 2명에 이를 정도이니, 무엇보다도 이 문제는 비혼에 대한 가치관과 가장 큰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혼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양분되어 있는데, 하나는 젊은이들이 열악한 사회환경의 문제로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과, 다른 하나는 시대의 변화로 비혼 자체를 하나의 가치관으로 더 선호한다는 관점이다. 언론이든 학자든 '대책 마련' 혹은 '대안 제시'에 관여하는 … [Read more...] about 저출산은 거대한 가치관 변화의 문제다
꺼지지 않은 대형화재의 불씨
작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한 참사 발생 직후 소방청은 13개항의 참사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1월 26일에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부여당은 당정청 회의를 열어 전국 29만 곳에 안전대진단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4일에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상가에서 불이나 4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정부가 화재 예방과 … [Read more...] about 꺼지지 않은 대형화재의 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