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살인’을 키워드로 네이버에서 기사 검색을 해보면 살인사건 관련 보도는 무려 11만 8,289건이나 됩니다. 이는 그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같은 키워드로 네이버 기사 검색을 한 결과인 1만 990건에 비해 10.76배나 되는 기사량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살인사건 발생은 어땠을까요?
2005년 살인 전체 발생은 1,066(미수 554, 기수 512)건이었는데 2014년에는 938건(미수 572, 기수 366)입니다. 약 7%(기수의 경우 30% 정도) 감소한 셈이죠. 살인 사건은 10년 동안 7%가 줄었는데 살인 관련 보도는 900%나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언론의 범죄 보도와 실제 범죄 사이에는 심각한 불일치가 있습니다.
언론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기본적인 보도량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10개 매체가 1번씩 보도하던데 17개 매체가 1번씩 보도하면 7번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무엇보다 언론 간 보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뉴스의 파급력이 강해지면서 언론들이 더욱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엽기적이거나 자극적인 기사들을 양산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은 독일에서도 일어났군요. 2015년 이후 난민들을 수없이 받아들인 독일의 경우 2017년 범죄율이 지난 2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관련 범죄의 보도건 수가 늘어나면서 마치 “난민들 때문에 독일의 치안이 어지러워졌다”는 착시 현상을 부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착시는 바다 건너 이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난민은 위험하니 받지 말자” 같은 혐오 발언들로 이어지네요. 언론 보도만 보고 현실을 파악하려 들지 마세요. 언론은 사실을 비추긴 합니다만, 일부만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