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밖 청량리로 가는 길에는 왕산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을지로나 충무로같이 사람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지은 도로명인데 이 왕산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이 왕산은 구한말 의병장 허위의 호다. 허위는 오늘날 독립공원이 돼 있는 옛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에서 1호 사형을 당한, 의병장으로서 명망이 가장 드높았던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안중근 의사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 본시 고관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법이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허위는 … [Read more...] about 독립운동가 의병장 허위의 기개
영화처럼 감동적인 타이타닉 실화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 가라 앉다 2009년 6월 영국의 사우스햄튼에서 말비나 딘이라는 이름의 한 노파가 기나긴 생을 마감했다. 향년 97세. 그녀는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거나 역사적 고비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한 비극적 사건과 맞닥뜨렸던 수천 명의 사람들 가운데 최후의 생존자였다. 그녀는 생후 2개월 때 부모의 품에 안겨 영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호화여객선 3등석에 탑승했었고, 그 배가 침몰하면서 아버지를 잃었다. 그 배의 이름은 … [Read more...] about 영화처럼 감동적인 타이타닉 실화
퍼펙트 게임, 그 후
1987년 5월 16일 퍼펙트 게임 그 후 조승우와 양동근이 최동원과 선동열 역을 맡은 영화 "퍼펙트 게임"은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조승우와 양동근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도 훌륭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승우의 연기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조승우는 故 최동원을 많이 연구한 것 같다. 고인의 와인드업 시 보여주었던 다이나믹한 킥킹 (한창 때는 거의 이마까지 올라가던)을 거의 근사치까지 흉내를 냈고, 부산 사투리도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감동했던 것은 최동원을 그린 듯이 … [Read more...] about 퍼펙트 게임, 그 후
1852년 3월 20일. 엉클 톰, 세상으로 나오다
1852년 3월 20일 엉클 톰 세상으로 나오다. 1852년 3월 20일 해리엇 비쳐 스토우 부인의 “엉클 톰스 캐빈”이 출간됐다. 오랜 동안 충성을 다해 주인으로부터 자유를 약속받고 단란한 삶을 꾸려가던 한 노예가 주인의 빚 때문에 노예로 팔리고, 우여곡절 끝에 짐승 같은 목화밭 주인에게로 떨어져서 잔인하게 학대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슬픈 이야기는 '노예'가 엄존하던 시대 사람들의 양심을 격하게 후려쳤다. 톰 아저씨가 악당 리글리의 손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주인님이 저를 사셨을지는 모르지만 제 … [Read more...] about 1852년 3월 20일. 엉클 톰, 세상으로 나오다
도시락 폭탄의 나비 효과
1932년 4월 29일 홍코우 공원 막전막후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는 일종의 노철광과 같다. 땅을 팔 필요도 없이 관심만 두고 찾는다면 광맥이 널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대한 역사의 광산 위에 시멘트가 덕지덕지 덮여 있어서 우리 발 밑에 어떤 역사들이 묻혀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게 사실이다. 당신이 아는 독립운동가를 전부 대 보라고 할 때 열 명을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그 질문에 절대로 빠지지 않을 사람이 몇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윤봉길이다. 1932년 4월 29일 … [Read more...] about 도시락 폭탄의 나비 효과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던 훈 할머니 이야기
1998년 5월1일 일본군 위안부 훈 할머니 완전 귀국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제주도에 표착한지 얼마 후 하멜 앞에는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다. 조선 옷을 입었지만 눈 파랗고 수염 노란 서양 사람이었다. 또 하나 하멜 일행이 기절초풍했던 것은 그가 더듬더듬 네덜란드 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역시 화란 사람으로 하멜과 비슷한 경로로 조선에 표류한 화란 선원 벨테브레였다. 원래 표착한 외국인의 경우 교분이 있는 나라인 경우 바로 송환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를 경우는 명나라로 보내는 것이 … [Read more...] about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던 훈 할머니 이야기
목사님과 남산의 얼룩말
1999년 5월 11일 남산의 얼룩말 1999년 5월 11일 늦은 밤, 나는 편안히 집 소파에 몸을 묻고 TV를 보고 있었다. <PD수첩>에서 방송하는 "목자님 우리 목자님" 편을 보기 위해서였다.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소경의 눈을 뜬다는 풍설 자자한 목사의 감춰진 속살을 파헤친다는데 이 아니 흥미진진하랴. 더구나 교회측에서 방송금지 가처분을 걸어 방송이 한 주 연기된 데다, 방송 당일날 "일부 삭제 후 방송" 판결이 나와서 문제의 부분을 들어내기 위해 손가락에서 탄내나도록 재편집을 … [Read more...] about 목사님과 남산의 얼룩말
축구전쟁, 엘살바도르 VS 온두라스
축구라는 게 좀 묘해요. 야구하고는 또 달라. 공 하나 골대 두 개만 있으면 가능한 원시적(?) 경기이면서 직접 몸과 몸이 부딪치며 하는 경기고 국가대표팀은 곧잘 그 나라의 군대나 그 나라자체와 동일시돼.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슬로건은 그를 잘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한 축구팀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그 자체다” ‘태극전사’를 부르짖는 우리나 ‘전차군단’의 독일이나 ‘무적함대’ 스페인이나 ‘로마군단’ 이탈리아나 다 별명들이 좀 전투적(?)이기도 하고. 이 축구가 연유가 돼서 전쟁까지 벌였다는 얘기는 … [Read more...] about 축구전쟁, 엘살바도르 VS 온두라스
뽀뽀뽀를 추억하며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이 노래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이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래가는 무려 34년 전 5월 25일 첫 방송 전파를 탄 유아 프로그램 <뽀뽀뽀>의 주제가다. 1981년 5월 25일 뽀뽀뽀 첫 방송 유구한 역사의 프로그램 <뽀뽀뽀>의 초창기 인기는 남녀노소를 초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넋놓고 봤으며 사춘기 … [Read more...] about 뽀뽀뽀를 추억하며
피임약의 현대사
아담과 이브의 영원한 숙제, 피임 전 세계 60억 인류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섹스의 산물이다. 누구나 존경하는 고결한 인격도, 인간 쓰레기라 지칭되는 최악의 말종도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섹스를 통한 정자와 난자의 결합과 세포 분열의 결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발정기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단지 종족 번식을 위해 때 되면 암내를 풍기고 수컷들은 그 머리를 암컷에게 잡아먹힐지언정 숭고한 행위에 몰두하는 동물의 세계와 달리 특별한 쾌락을 동반하며 사랑이라는 … [Read more...] about 피임약의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