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2월의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도 설날이 찾아들었다. 전란 중이었지만 그래도 설은 설이라 차례도 지내고 식구들끼리 모여 막걸리라도 추렴해서 들이키며 명절 분위기를 냈을 것이다. 아이들은 때때옷 아니면 깨끗한 옷이라도 차려입고 동네마다 세배 다니며 '새해 복 마이 받으이소'를 합창했을 것이며, 어른들은 "전쟁이 언제나 끝나려나" 하면서 북쪽 하늘을 쳐다보았으리라. 정초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았을 정월 초사흘, 양력으로 하면 2월 9일 마을 사람들이 상상도 못한 죽음의 사자들이 발맞춰 … [Read more...] about 탄량골의 외침 “백성 없는 나라가 무슨 소용 있십니꺼”
50개의 핵폭탄을 잃어버리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은 알다시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다. 그런데 폭발하지 않고 핵폭탄이 떨어진 곳은 의외로 많다. 각종 사고로 비행기에 실린 핵폭탄이 떨어져 나간 경우를 말한다. 어떻게 그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나 싶지만 그런 사례는 매우 많다. 몇 년 전 연합통신은 미 공군에서 핵무기를 허술하게 관리한 취급 부주의 사례가 2001년 이후로만 237건에 달한다는 보도를 했다. 물론 이 중에는 경미한 정도의 부주의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심각한 것이었더라도 수만 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 [Read more...] about 50개의 핵폭탄을 잃어버리다
잔인한 4월, 그리고 강경대
한국 현대사에서 봄이라는 계절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4·19의 함성과 총성 속에 스러져간 목숨들의 봄이 그랬고, 5·18 광주로 대변되는 80년의 봄도 그랬다.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라는 2천년 전 중국 여류 시인 왕소군의 시구는 한국의 봄을 맞아 그렇게 여러 번 되풀이되곤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끔찍하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봄을 들라면 나는 1991년의 봄을 들겠다. 1991년 초, 서울 명지대학교는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그해 2월 명지대학교 당국이 일방적인 … [Read more...] about 잔인한 4월, 그리고 강경대
마오리족 댄스의 비밀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 족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아는 바가 없지만 그들의 민요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줄기차게 불렀고 5천만 인구 중 최소 3천5백만은 그 노래를 부를 줄 알거나 최소한 들어 봤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하는 <연가>가 바로 마오리족의 민요이기 때문이다, 이 민요가 한국에 전해져 국민가요처럼 불리우게 된 연원은 6.25에 있다. 6.25에 참전했던 뉴질랜드군 중에 마오리족이 끼어 있었고 그들이 흥얼거리던 … [Read more...] about 마오리족 댄스의 비밀
사자왕 리차드의 최후
영국 왕 헨리 2세는 꽤 영걸이었다. 잉글랜드 플란타지네트 왕조의 첫 왕으로서 프랑스에도 프랑스 왕 부럽지 않은 영토를 확보한 (사실 그는 프랑스 인이라 해야 옳고 프랑스어를 말했지만) 군주였다. 하지만 자식복만큼은 꽝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헨리(이름이 같은)는 아버지에게 대항해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배하지만 이때 다른 자식들도 그 형 편을 들어 아버지의 수염을 뽑으려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헨리 2세는 막내 존만큼은 아끼고 사랑했는데 왕위가 존에게로 돌아갈 것을 우려한 셋째 … [Read more...] about 사자왕 리차드의 최후
미국 최초의 여성장관, 프란시스 퍼킨스
원래는 네덜란드인이 세운 뉴 암스테르담이었고 영국인들이 점거한 뒤에는 새로운 요크(York)가 된 뉴욕은 미국이라는 용광로를 채운 수많은 이민들이 그 두려운. 또는 설레는 발들을 디디던 항구였다. 인종전시장으로서의 뉴욕의 역사는 그대로 미‘합중국’의 역사다. 타이타닉 호가 향하던 항구도 뉴욕이었고 영화 <대부>에서 비토 콜레오네가 미국에 입성한 곳도 뉴욕이었다. 뉴욕 중심가의 마천루부터 뒷골목의 쓰레기장까지 층층시하 빈부격차가 드리워진 가운데 맨 바닥은 당연히 초보 이민자들이었다. … [Read more...] about 미국 최초의 여성장관, 프란시스 퍼킨스
역사란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역사란 과거의 일만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보낸 하루도 역사의 터럭이 되고 조각이 됩니다.... 제 경험 속 하루와 오늘의 하루.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시다면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PD고 과거 긴급출동 SOS24라는 프로그램을 했었습니다. 참고로 알고 읽으시면 됩니다. "왜 안오시는 거예요 급해요. 와 보시면 얼마나 급한지 아실 거예요. 빨리 와 주세요.” 이른 점심을 먹고 올라와 빈 사무실을 독차지하고설랑 간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차에 걸려온 전화였다. 아니 사실 밥 … [Read more...] about 역사란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야인시대 이정재의 일생으로 본 한국현대사
그는 경기도 이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기골이 장대했고 동네 씨름판만 나갔다면 황소를 쓸어오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집도 유복하게 살아서 휘문고보를 나오는 등 당시로서는 꽤 고등교육을 받았다. 1917년 생이니까 태평양 전쟁 당시 징용에 끌려가기 합당한 나이였고 징용장이 나오자 이정재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김두한이 조직하고 있던 ‘반도의용정신대’에 들어간다. 휘문고보라는 학벌은 일자무식의 김두한 이하 여러 주먹들 가운데 튀어 보였고 그는 해방 이후로도 계속 경찰복을 입는다. 하지만 그는 … [Read more...] about 야인시대 이정재의 일생으로 본 한국현대사
동요 반달의 뒷 이야기
관동대지진 이후 수많은 조선인이 반쯤 넋이 나간 채 돌아왔다. 조선인 수천 명이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거나 죽창에 꿰어 죽어간 대학살극을 경험하고 돌아왔으니 그 트라우마가 오죽했으랴. 그 가운데 한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경성 법학전문학교에 들어갔으나 도무지 법학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음악에 끌렸던 스물한 살의 젊은이는 우에노 음악 학교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을 경험한 후 서울로 돌아왔었다. 납덩이를 단 듯 마음은 가라앉고 발은 차꼬를 찬 듯 무거웠다. 거기다가 얼마 전 … [Read more...] about 동요 반달의 뒷 이야기
1930년, 대만 최대의 항일봉기 우서사건
'오봉'이라는 이름이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살신성인'이라는 한자성어를 배웠던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오봉은 중국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선교사로, 토인들의 교화에 힘썼다. 토인은 오봉을 잘 따랐다. 그러나 나그네를 습격하여 그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는 악습을 버리자는 말은 듣지 않았다. 그러자 오봉은 모일 모시 모처에 가면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옷을 입은 나그네가 지나갈 것이니, 그의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토인들이 가 보니 그런 나그네가 있었다. 다짜고짜 그의 … [Read more...] about 1930년, 대만 최대의 항일봉기 우서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