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난징으로 향하는 일본군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대개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보지만 어떤 이는1937년 발발한 중일 전쟁으로 잡기도 한다. 즉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확전된 것이 태평양 전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군은 중국군을 허섭쓰레기로 봤고 “3개월 내에 중국 전역을 석권하겠다”고 기염을 토했지만 중국군은 예상 외의 강인한 면모를 보였다. 일본군은 상하이를 점령하는 데만도 석 달을 넘게 잡아먹는다. 장개석의 정예군이 투입됐고 백척간두에 선 중국군도 기대 이상의 전력을 발휘했던 … [Read more...] about 난징 대학살과 양심을 지킨 사람들
여섯 번째 만난 임자: 중국의 숨겨진 퍼스트 레이디
사나이로 태어나서건 여걸로 태어나서건 웬만한 팔자 아니면 세 번 이상 장가 시집 가기 힘들다.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드 테일러가 8번의 결혼식을 올렸다지만 이건 정말 슈퍼 스타급에 해당하는 일이고 ‘화류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천국보다 낯선 얘기가 되겠지. 사실 그렇게 끈질기게 결혼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도 결혼 서너번 하라면 하겠냐? 그 서너 번 모두가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다면 말이야. 그런데 여섯 번씩 줄기차게 결혼을 했고 그 마지막에야 진정한 반려라 할 사람을 … [Read more...] about 여섯 번째 만난 임자: 중국의 숨겨진 퍼스트 레이디
기독교, 그리고 서북청년단의 탄생
우리 현대사에 명멸해간 단체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해방 공간에서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던 각종 단체들의 가입 인원들을 합치면 총 인구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지만 제법 그럴 듯해 보이다가도 역사의 거센 물결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래성같은 단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실로 악마적으로, 그리고 깊숙하고도 굵직하게 우리 현대사에 남은 단체가 있다. 그 이름에서는 아직도 피비린내가 나고 탄내가 가시지 않는다. 바로 서북청년단이다. 평양의 기독교 청년들, 남한으로 … [Read more...] about 기독교, 그리고 서북청년단의 탄생
김득구의 마지막 링
1. 1982년 11월 14일 낮 (미국 시간으로는 13일이지만) 각 가정의 안방의 TV는 하나의 타이틀매치 ‘위성중계’에 고정되고 있었다. 대저 한국 권투는 이른바 틈새에 강했다. 즉 메인 체급, 페더급이니 밴텀이니 미들이니보다는 ‘쥬니어’나 ‘라이트’자가 붙은 체급에서 주로 챔피언을 배출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주니어가 아닌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였다. 도전자는 동양 챔피언 김득구, 그리고 챔피언 미국의 레이 맨시니. 맨시니는 흑인들이 판을 치던 미국 권투계에 혜성과 같이 … [Read more...] about 김득구의 마지막 링
전태일, 불꽃이 되다
1970년 11월 13일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법치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원리로 삼는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폐병으로 쓰러져가는 열 서넛 시다들의 권리를 제발 살펴 달라고 호소하면서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육신을 스스로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다. 전태일이 죽은 며칠 뒤부터 김재준 목사나 기타 한국 기독교의 거인들 (조용기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이 … [Read more...] about 전태일, 불꽃이 되다
한 경제평론가의 기일에 부쳐
고 정운영 교수와의 만남 학창 시절 어느 해인가의 학기 초 수강신청 즈음, 어느 과목의 아무개 교수가 학점은 잘 주는지, 수업은 널널한지 등의 정보를 선배로부터 얻어내는 와중에 한 과목을 추천받았다.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과목이었는데 6,7,8, 교시 연강이었다. 당시의 생활 패턴으로 보아 그 수업 제대로 출석하기엔 일찌감치 '텄다'는 직감이 왔다. 아니나다를까 첫 수업 시간 나는 노트를 챙기기는커녕 새파란 잔디 위에 드러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수업을 함께 신청한 동기 … [Read more...] about 한 경제평론가의 기일에 부쳐
이주일, 프로였던 그를 추억하며
2002년 8월 27일, 이주일 사망. 이주일, 그와 대중의 첫만남 나의 유년 시절을 가르는 위인은 단연 박정희 대통령이다. 내 기억은 대개 ‘박정희 전’과 ‘박정희 죽은 후’로 나뉜다. 이를테면 소풍 가서 벼랑에서 굴렀던 건 박정희 죽기 전이었으니까 3학년때 소풍이었다는 식이다. 그 박정희가 죽던 해 실로 기상천외한 연예인이 혜성과 함께 나타났다. 전두환이 등장해서 없애 버렸던 TBC에서 했던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타잔 역을 하던 … [Read more...] about 이주일, 프로였던 그를 추억하며
형제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 손양원 목사
1948년 10월 21일 1948년 10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한창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있던 제주도로 출동 대기 중이던 14연대 내 좌익 하사관들이 총을 거꾸로 쥔 후 장교들을 사살해 버리고 봉기를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봉기한 군대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그다지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우익들에 대한 전면적인 복수가 시작됐고, 그 잔인함과 참담함은 봉기 소식을 듣고 달려온 후일의 빨치산 총수 이현상이 “이건 당적 과오다!”라고 부르짖게 만들 정도였다. 그 와중의 10월 21일 이미 … [Read more...] about 형제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 손양원 목사
현대사에 휩쓸린 한 천재 화가
17년 전 생짜 조연출 시절에 중국 촬영을 가서 옛 고구려의 흔적을 구경한 적이 있다. 광개토왕비도 보았고 태왕릉 돌무더기에도 올라 봤고, 압록강 건너 북한의 만포를 굽어보며 감흥에 젖어도 봤는데 잊을 수 없는 기억은 고구려 고분 벽화를 생생하게 바라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직접 들어가진 못했고 소수 정예만 잠입해서 찍어온 촬영본을 보는 정도였지만 그것만 해도 대단한 감흥이었다. 근 천 오륙백년전의 그림이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니. 그 색감이며 붓 터치감까지 만져질 듯이 … [Read more...] about 현대사에 휩쓸린 한 천재 화가
개그콘서트 15년을 돌이켜 보며
1999.9.4 개그콘서트 시작 기억 속에 남아있던 코미디의 시작 어린 시절의 기억의 끄트머리까지 더듬어 볼 때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최초의 코미디는 '각국의 시계' (내가 붙인 이름임) 였다. 이기동과 배삼룡 등이 나와서 각 나라의 시계 소리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똑딱똑딱 소리를 내고 들어갔지만 중국인이 나와서는 "똑이다 해서 딱이다 해" 하고 시계가 간다고 했고, 일본인 분장을 하고 나온 땅딸이 이기동은 "똑이노 딱이노"... 일본 시계가 간다고 했다. … [Read more...] about 개그콘서트 15년을 돌이켜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