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 여러 번 하늘을 우러러 하늘을 불렀다고 했다. 하늘이여 이래도 됩니까? 하늘이여 이래도 됩니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자가 호의호식하다가 종생하고, 제 한 몸 던져 만인을 이롭게 하려던 자들은 비참하게 죽어가고, 도무지 하늘이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차마 내버려 두지 못할 일들이 버젓이, 그리고 지천으로 역사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마천같은 훌륭하신 역사가만이 그런 탄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938년 10월 19일 오늘 죽어간 한 조선인의 … [Read more...] about 우리가 몰랐던 혁명가 “아리랑” 김산
최고 미남배우이자 동성애자, 록 허드슨의 죽음
1985년 10월은 명배우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떠들썩했었어. 덕분에 ‘명화극장 키드’였던 나는 추억의 명화들을 ‘추모특집’으로 무더기로 보는 즐거움을 누렸지만 말이다. <자이안트> <왕과 나> <9월이 오면> <황야의 7인> 같은 영화들이었지. 10월 2일에는 록 허드슨이 죽었고 10일에는 대머리의 제왕 율 부리너가 죽었거든. 애들이 슬슬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던 중3때였던지라 율 부리너의 마지막 영상 출연이었던 금연 캠페인은 교육상 목적으로 … [Read more...] about 최고 미남배우이자 동성애자, 록 허드슨의 죽음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생긴 일
1. 1979년 대한민국은 글자 그대로 동토의 공화국이었다. 유신 헌법에 반대만 해도 사형까지 가능한, 법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긴급조치가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는가를 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보자면, 1976년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코 찔찔 흘리며 운동장에서 다망구를 하던 무렵,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여러분. 경찰 아저씨들은 경찰복만 입고 있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이나 어른들한테 들은 말을 아무데서나 하면 안돼요. 잘못하면 사복 입은 경찰 … [Read more...] about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생긴 일
노래를 찾는 사람들 첫 공연
동아리방에서 부르던 노래가 공연으로 나오는 순간 1987년 10월 13일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 앞은 때아닌 장사진이 쳐졌다. 대개 젊은 대학생들이었던 장사진의 면면에는 9할의 설렘과 1할의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공연에서는 몇 달 전만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불리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노래들이 선보일 예정이었다. 물론 대학가 술집에서나 동아리방에서야 목 터지게 부른 노래들이긴 했지만 그 노래들을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 같은 … [Read more...] about 노래를 찾는 사람들 첫 공연
블랙호크다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1천명의 민병대와 맟선 2명의 미군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가 있었지.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미군 델타포스와 소말리아 민병대와의 격전을 내용으로 한 영화고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나 아직 안죽었다고 외치듯 만든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재미없었던 영화야.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이었어. 영화가 아니라.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올라온 자막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어. 영화 속에서 미군이 악전고투를 치르는 걸로 나오고 많은 병사들이 픽픽 쓰러져가고 헬기도 몇 개 떨어지고 하는 모습을 보여 줘 놓고 미군 사망자 19명, … [Read more...] about 블랙호크다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1천명의 민병대와 맟선 2명의 미군
어느 우익 소년의 광기
1960년 10월 12일 어느 소년 우익의 광기 얼마 전 퓰리처상 모음집을 샀다. 여러 사진들을 둘러보는데 아래 사연의 사진이 등장했다...... 한국 만큼이나 시끄럽던 일본의 1960년 일본의 1960년은 4.19가 터졌던 한국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수상 기시 노부스케가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인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이른바 안보 투쟁이다. 미국 중심의 냉전 질서에 일본을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농후한 조약에 대한 반대는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 [Read more...] about 어느 우익 소년의 광기
조선판 남경대학살: 경신대참변의 기록
봉오동 전투: 일본 정규군의 참패 비극의 앞에는 항상 행복한 서막이 깔린다. 그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이 잔인하게 깨져 나가면서 비극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한때 낙관적이었던 미래는 고스란히 캄캄한 흙더미가 되어 사태로 몰려든다. 1920년 경신년도 그 중의 한 해였다. 아직 1919년 기미년의 만세 소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조선 팔도에서 단 몇 개의 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만세 시위가 일어났고 만주와 연해주, 중국 대륙 어간까지 조선인이 있던 곳이라면 어디든지 태극기가 … [Read more...] about 조선판 남경대학살: 경신대참변의 기록
퀴리 부인의 사생활
벨기에 사람 어네스트 솔베이의 주창으로 국제 물리학, 화학 학회가 처음 열린 게 1911년 10월 29일이었어. 아인슈타인과 퀴리 부인 등 위인전 단골 인사를 포함해서 쟁쟁한 과학자들이 모였고 이후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유서 깊고 정평 있는 모임이지. 나는 이 사람들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아. 허구헌날 수우미양가 중 미를 받아야 했던 물리, 화학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들이니까 말이지. 구시렁구시렁. 넌 또 그것도 점수냐고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 첫 솔베이 회의는 그 참석자들의 … [Read more...] about 퀴리 부인의 사생활
우리가 몰랐던 독립 투사, 조명하 의사의 삶
1928년 10월 10일 조명하 의사의 죽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만은 않은 역사적 상식에 대한 질문들이 있다. 이를테면 “왜 누구는 의사(義士)고 왜 누구는 열사(烈士)냐?” 같은 것이다. 사실 의사가 무엇이고 열사는 또 누구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국가보훈처에서도 그를 따로 분류하지 않으며 쓰는 사람에 따라, 또 주장에 따라 의사와 열사는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향용 쓰이는 대중적인, 그야말로 대중적인 분류를 가져오자면 의사는 ‘성공한 의거의 주인공’이고 … [Read more...] about 우리가 몰랐던 독립 투사, 조명하 의사의 삶
어느 성적 소수자의 죽음
나보다 일곱살 어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시골로 통할 와이오밍 태생이었지요. 하지만 부모님의 일이 좀 국제적이었던지 유럽 물도 먹었고 그 어떤 외화도 더빙된 것 아니면 상종을 않는 미국인답잖게 외국어에도 능통한 청년이었지요. 고향의 대학교에 간 뒤엔 학생회 일도 열심으로 했고 와이오밍 환경 위원회 대학생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뭐 이쯤 되면 그야말로 ‘보드건청’ 즉 요즘 보기드문 건강한 청년으로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 7일 그런 건실한 청년, 매튜 … [Read more...] about 어느 성적 소수자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