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군대가 전쟁에서 참패한 일은 역사에 허다하지만 (솔직히 이긴 적보다는 진 적이 많을 듯) 그 중에서도 참혹함과 어이없음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울리는 몇 건의 패전이 있어. 얼마 전 얘기했던 임진왜란 때 용인 전투나 병자호란 때의 쌍령 전투가 되겠지. 그런데 용인 전투나 쌍령 전투는 머리 수는 많았지만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군대가 실수연발을 거듭하며 괴멸해 간 전투라면 오늘 얘기할 칠천량 해전은 좀 달라. 그때까지 연전연승을 달리던 당대 최강의 함대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재기불능의 … [Read more...] about 무능의 대명사 원균이 낳은 “칠천량의 비극”
세월호 계엄령을 선포하자
광화문에 나와 앉았다. 구리 이순신 동상 아래에서 "천개의 바람“이 울려 퍼진다. 노란 바람개비는 쉼없이 돌고 밥을 굶는 사람들의 검은 빛은 살피지 않아도 눈에 든다. 서명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과 팔은 멈추지 않고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가끔 그 앞에 머문다. 칸칸이 채워지는 사람들의 이름을 본다. 어느 손팻말에 이렇게 적혀 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스타의 사인보다도 훨씬 더 소중해요.” 저 사람들의 이름이 담긴 서명 용지가 오늘 땅에 팽개쳐졌다. 갑자기 들이닥친 늙은 개와 마녀같은 … [Read more...] about 세월호 계엄령을 선포하자
삼양라면 창업주의 부고에 부쳐: 기쁘다 라면 나셨네
자취하던 친구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 물은 적이 있다. 근데 녀석의 답이 의외였다. “어제는 아침에 육개장, 점심에는 보신탕, 저녁에는 삼계탕을 먹었네.” 위로차 물은 질문이었는데 이젠 내가 위로받아야 했다. “너 애인이라도 생긴 거냐?” 그러나 내막은 슬펐다. 아침은 육개장 사발면, 보신탕은 보통 라면에 신라면 섞은 거, 저녁의 삼계탕은 삼양 라면에 계란 푼 것을 이르는 말이었던 것이다. '라보떼' (라면으로 보통 떼우기)의 전형이었다고나 할까. 1958년 8월 25일은 이 라면, 즉 … [Read more...] about 삼양라면 창업주의 부고에 부쳐: 기쁘다 라면 나셨네
800년 전 나라를 버린 양반의 목을 벤 노비들
노비와 하층민을 버리고 도주한 양반들 1231년 몽골은 고려를 공격한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몽골 침략의 서막이었다. 원정군 사령관은 살리타이. 8월경 의주를 공략한 몽골군은 북방의 성들을 짓밟으면서 남하했다. 고려의 중앙군이 출동했으나 오늘날의 안주에서 괴멸된다. 이후는 살리타이의 독무대였다. 살리타이는 개경을 포위하는 한편 별동대를 보내 경기도 일원과 충청도 일원까지 쑥밭을 만들었다. 그 별동대 중 일부가 충주에 이른 게 1231년 12월. 부사 우종주, 판관 유홍익 등이 성을 … [Read more...] about 800년 전 나라를 버린 양반의 목을 벤 노비들
일본에게 정복당한, 이용당한, 차별당한 땅 “오키나와”
한 독립 왕국의 이야기 어디에나 중심과 변방이란 건 있을 거야. 세상의 중심이 자기네라고 여겼던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변방의 소국이었겠지. 하지만 우리 안에서도 변방은 존재하고 그 변방은 왕화(王化)가 이뤄지지 않은 동떨어진 동네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지. 이를테면 제주도처럼.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유사한 처지로 일본의 오키나와가 있을 거야. 제주도만큼이나 슬프고 사연 많은 일본의 변방. 제주도는 독립왕국의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 않지만 오키나와는 달라. 오키나와는 17세기 초 이전에는 … [Read more...] about 일본에게 정복당한, 이용당한, 차별당한 땅 “오키나와”
희망의 아이콘 헬렌 켈러의 숨겨진 역사
한때 그런 농담이 돌았다. 세계 위인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키가 작아 장가도 못가고 특정 지역 출신으로 출세는 꿈도 못꾸었을 것이고, 퀴리부인은 여자라서 박사 학위에서 밀려 나이든 조교로 빌빌 매고 있을 것이고 운운의 농담인데, 여기에 헬렌 켈러를 추가해 보자. 헬렌 켈러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도 평생 장애인 시설에 갇혀 살거나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 나 아니면 저 아이가 어떻게 살겠어요.”라고 울먹이는 … [Read more...] about 희망의 아이콘 헬렌 켈러의 숨겨진 역사
1950년 6월 한강다리 폭파 “가만히 있으라”
서울의 명물 한강대교 한강철교가 선 것은 20세기가 시작되기기도 전이었지만 한강인도교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16년이었다. 인도교 공사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였다. 황제 폐하나 타는 것으로 알았던 자동차는 1911년 단 2대에 불과했지만 1915년 경에는 70대로 늘었고 1917년에는 마침내 100대를 돌파하여 114대에 이르고 있었다. (CN뉴스 2011.3.14 이덕수의 길따라 기록따라) 또 서울시 인구도 늘었고 강남북을 잇는 교통로 확보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 … [Read more...] about 1950년 6월 한강다리 폭파 “가만히 있으라”
[납량특집] 문창겐슈타인
전자공학과 출신이지만 전공과는 별 관계없는 과학자 가카란 마리야. 그녀는 아버지가 끝내 못이룬 똑똑하면서도 말 잘듣고 자신과 생각이 같으면서도 깨끗한 총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녀를 돕는 아버지때부터의 조수 고마해라 기추나. 기추나는 정홍 1호 즉 정홍 one을 개발했으나 이 로보트는 주인의 녹음기일 뿐 별 기능이 없었고 곧 용도폐기된다. 동네 반장이 됐다가 동네 일로 홍역을 치른 가카란 마리아는 조수 고마해라 기추나에게 집안을 개조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라고 … [Read more...] about [납량특집] 문창겐슈타인
푸스카스, 한국, 그리고 프리츠 발터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이 열렸다. 2차대전 후로는 유럽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었다. 그런데 6월 16일 녹초가 된 채 취리히 공항에 내리는 일군의 동양인들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이었다. 월드컵 극동 예선에는 한국 대만 일본이 편성됐는데 대만, 즉 당시 중국은 불참했고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려면 일본을 꺾어야 했다. 그런데 "강력한 반일감정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팀의 입국을 강력히 반대하여 어웨이 경기로만 두 경기를 치러야 했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수업 뒤에 질문 퍼붓는 … [Read more...] about 푸스카스, 한국, 그리고 프리츠 발터
문창극 교회 강연 역사적 팩트 검증 보고서
본 보고서는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토대로 그의 국가관과 가치관을 본 검증관 주관적으로 검증하며 총리 후보의 적격 여부를 개인적으로 판단하고자 하기 위해 작성되었음. 이 감정서는 대외비(飛)인바 얼마든지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읽은 뒤 자동폭파되는 기능을 갖추지 않았음. 전제 총리 후보자는 교회 신도들을 상대로 ‘간증’이나 ‘설교’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역사관과 ‘나라와 민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바,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신도들만을 위한 종교적 행사에서의 … [Read more...] about 문창극 교회 강연 역사적 팩트 검증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