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론직필 언론인의 사설 전쟁이 끝난 뒤 2년이 갓 넘을 무렵의 세상은 살벌하고 어지럽고 무엇보다 전쟁의 광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휴전 이후 내내 시끄러웠던 중립국 감시단 문제는 그 일각이었다. 중립국 감시단으로 남측은 스위스와 스웨덴을 내세웠고 북측은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내세웠는데 체코와 폴란드가 소련 영향 하의 '빨갱이 국가'라는 점은 빨간색만 보면 흥분하던 이승만 정권으로서는 수용불가의 문제였다. 외교적으로 어찌해 볼 역량 따위는 충청북도 갯벌만큼도 없었으니만큼 할 … [Read more...] about 60년 전, 정부에 맞서 홀로 펜을 든 언론인 최석채
독일로 간 간호사 할머니들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
60년대 느닷없이 만리타향 독일에 출현한 한국인들 꽤 많았다. 60년대 초반 광부들이 갔고 1966년 10월 2일부터는 여자 간호사들이 추가됐다. 간호사 파독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수길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독일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던 병동에 23명의 영아 환자들이 있었는데 배속된 간호사가 부족해서 아기들에게 그때마다 우유를 먹이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장 말이 당시 독일에 최소한 3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한국 보건사회부에 알아보니 한국에는 간호사 … [Read more...] about 독일로 간 간호사 할머니들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
장애계의 전태일 김순석 열사 “서울 시장님 도로 턱을 없애 주시오.”
장애인의 눈에 비친 도로와 인도를 가르는 턱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무렵 골목길을 벗어나 좀 큰 길을 달리다가 빵빵거리는 차들에 쫓겨 인도로 올라올 때는 어김없이 내려야 했다. 도로와 인도를 가르는 턱 때문이었다. 신나게 달리며 한눈 팔다가 그 턱에 걸려 나동그라지는 일도 흔했다. 하지만 그 턱은 우리에게는 성가신 장애물일 뿐이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성벽의 높이로, 절벽의 막막함으로 다가섰다.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방송의 계몽 프로그램에서는 거리의 턱 앞에서 고생하는 장애인들, 그리고 그를 … [Read more...] about 장애계의 전태일 김순석 열사 “서울 시장님 도로 턱을 없애 주시오.”
6.25의 7시간, 박근혜의 7시간
6.25가 일어났던 7시간 6.25가 북침이냐 남침이냐는 질문 자체는 의미가 없다. 그 질문에 “여러 가지 설이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그녀 스스로의 무식을 폭로하고 있을 뿐이다. 엎어치든 메치든 1950년 6월 25일의 전면전은 북한의 기습에 의해 시작된 게 맞다. 그리고 그 전젱은 3년을 끌면서 수백만의 한국인의 목숨과 수십만의 외국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든 사태에서도 그렇지만 초동대응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태 초반의 게으름이나 판단착오가 어떤 비극을 가져오는지는 … [Read more...] about 6.25의 7시간, 박근혜의 7시간
포항여중 전투, 한 학도병의 마지막 편지
영화 <포화 속으로>라는 게 있었지. 빅뱅의 탑이 꽤 괜찮은 연기를 뽐냈고 권상우가 언제나처럼 불량하고 삐딱하면서 싸움은 잘하는 말썽꾼 역할을 맡은 전쟁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전투가 바로 포항여중 전투다. 71명의 학도병들이 포항여중을 근거지로 인민군의 공격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실화를 근거로 만든 영화지. 하지만 좀 지나친 뻥도 보인다.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권상우는 소년원 출신의 양아치이지만 실제 학도병들은 서울대생도 끼어 있고 대부분 번듯한 학교를 다녔던 … [Read more...] about 포항여중 전투, 한 학도병의 마지막 편지
봄길 박용길 장로와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사랑
문익환 목사의 영원한 짝 박용길 장로 내가 입사한 해였을 거다. 한창 더웠던 7월 31일, 판문점을 거쳐 한 할머니가 북에서 남으로 넘어 왔었지. 북한 사람은 아니고 남한 사람이었어. 박용길 장로. 문익환 목사 사모님이었지. 등 뒤에 한복 차려 입은 북한 처자들이 운집해서 눈물 흘리며 손을 흔드는 가운데 흰색 옷차림의 박용길 장로는 결연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떼면서 남쪽을 향했다. 알다시피 나는 감상적 통일론은 오히려 통일을 멀게 한다고 생각하고 그날 박용길 장로 뒤에서 조국 통일 … [Read more...] about 봄길 박용길 장로와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사랑
조선인과 결혼하고 조선인을 위해 싸우다 숨진 여성: 가네코 후미코
한 일본인 재소자의 죽음 1926년 7월 23일 일본 우쓰노미야 형무소 도치기 지소(支所)에는 긴장이 흘렀어. 재소자 하나가 자살한 거야. 아니 자살을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제까지 살아 숨쉬던 젊은 여자가 시신이 됐어. 그녀는 잡범 나부랭이가 아니라 그 이름도 무거운 국사범 (國事犯)이었다. 일본 천황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감옥에 들어왔고 그로 인해 사형 선고까지 받았으며 천황이 특별히 사면을 내린 은사장을 박박 찢어갈길 정도의 강골이었어. DNA에 관한한 남성보다 … [Read more...] about 조선인과 결혼하고 조선인을 위해 싸우다 숨진 여성: 가네코 후미코
인민군 엘리트 신중철의 귀순
어느 해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1983년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넘어오면서 휴전 후 최초로 공습경보가 울렸고, 중국 민항기가 피랍되어 북한 영공을 통과해 남한의 춘천에 불시착했다. 이를 통해 남한은 왕년의 철천지 원수 중공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부르고 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호칭을 받는 첫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10월에는 전두환 (나는 이 자에게만큼은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을 노린 북한의 아웅산 테러가 있었다. 그 가운데 5월 … [Read more...] about 인민군 엘리트 신중철의 귀순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그런 농담이 있어. 전 세계에서 중국인을 무시하고 일본인을 깔아보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일본은 그렇다고 치고, 한반도의 주민들이 요즘처럼 중국을 무시하고 살았던 적은 드물 거야. 요즘 중국이 미국에 맞설 만큼 커지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90년대, 전쟁 이후 다시 만난 중국은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후진국’ 또는 ‘싸구려’의 인상으로 다가왔었으니까. 유사 이래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대륙을 차지한 주인이 한족이든 이민족이든 일단 그 땅의 지배자에게 비위를 맞춰 … [Read more...] about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
한달쯤 전에 러시아 발 기사가 하나 언론에 보도됐다. 푸틴이 볼고그라드를 스탈린그라드로이름을 바꾸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오보라고 밝히는 얘기였지. 푸틴은 자신이 도시 이름을 바꿀 권리는 없고 도시 의회가 개명을 결의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 소비에트의 낫과 망치의 깃발이 땅에 떨어진지도 사반세기가 돼 가고 레닌그라드는 페테르스부르크가 된지 옛날이며 심지어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은 이미 1961년 스탈린의 이름을 떼내고 볼고그라드로 바꾸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 [Read more...] about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