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이라는 이름을 들은 건 오래 되었다. 중앙일보에 종종 등장하던 머리숱 없는 남자의 캐리커처로 그 얼굴도 익히 안다. 그의 우익적 성향이야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고 그에 따라 자신의 필력으로 드러내는 것이야 표현의 자유일 터, 세상을 ‘개조’하겠다는 대통령의 총리로서는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그가 쓴 글을 놓고 전직 대통령을 모욕했네 어쩌네 하는 건 낙마 사유에 걸맞지 않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KBS의 단독 보도 (우리 KBS가 달라졌어요?) 를 보고는 실로 입이 … [Read more...] about 이완용의 현신 문창극
천생연분은 있다: 박수근 화백 부부
국내 미술품 경매 가격 가운데 최고가는 얼마일까. 물론 예술작품에 화폐가치를 들이미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일인지는 알아. 그래도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핑계로 그 액수를 들춰 보면 2007년 미술품 경매에 등장한 47억 5천만원이라는 금액일 거야. 이 어마무시한 금액의 주인공은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였어. 그런데 이 작품은 위작이라는 설이 제기돼 주변 사람들을 엄청나게 피곤하게 만들지. 경매 회사가 위작설을 제기한 잡지사를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그런데 … [Read more...] about 천생연분은 있다: 박수근 화백 부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봉기: 나치에 맞선 유태인들
솔직히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영화는 이제 별 흥미가 없다, 워낙 어려서부터 많이 봐 온 주제이기도 하고 둘째는 요즘의 이스라엘이 예전 자신들의 선대가 당한 그대로를 팔레스타인에게 베푸는 꼬락서니가 너무 불쾌하기 때문이기도 해. 하지만 내가 싫증이 나건 물려서 고개를 젓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강제수용소는 있었고, 그것도 많이 있었고, 수백만 규모의 인류가 죽을 때까지 혹사당하거나 쓰러져 죽거나 가스실에서 가스 샤워를 받고 소각장에서 잿더미가 돼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 [Read more...] about 세상에서 가장 슬픈 봉기: 나치에 맞선 유태인들
홍제동 화재현장의 기억, 6인의 영웅들
PD들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객관적인 시선을 항상 유지하고 취재 대상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며, “PD는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하는 법이지, 자신이 감동해서는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001년 3월 4일 일어났던 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나의 자제력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고 무차별로 그 감정을 드러내고 쏟아붓고 말았다. 발단은 서울 홍제동의 화재 현장이었다.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난 불은 순식간에 집 전체를 집어삼켰다. 다행히 집 주인은 밖으로 피해 있었지만 … [Read more...] about 홍제동 화재현장의 기억, 6인의 영웅들
결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는, 김귀정의 최소한을 기억하며
1991년 5월 25일은 고 김귀정 학생의 기일었다. 아마 너도 그 이름을 아득한 아픔으로 기억하리라 보네. 1991년 5월 25일. 그 해 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잔인한 해 중의 하나였을 거야. 강경대부터 김귀정까지 산지사방에서 사람들이 경찰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고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길바닥에서 숨막혀 죽어갔으니까. 김귀정은 그 잔인한 봄의 마지막 희생자였다. “대학생이 죽었다!” 복학한 뒤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아 이 근처에서 김귀정이 … [Read more...] about 결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는, 김귀정의 최소한을 기억하며
히치콕과 알마 레빌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면 사실 설명이 필요없는 영화 감독이지? 사실 우리 세대보다는 아버지 세대에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이지만 우리 역시 주말의 명화나 토요 명화 시간에 이 사람의 작품을 대부분 감상할 수 있었지. 아마 요즘 애들이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돼 히치콕의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게 무슨? 하면서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워낙 오래된 흑백영화들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알다시피 히치콕은 일반 대중도 대중이지만 전문가들이 더 선연히 기억하는 … [Read more...] about 히치콕과 알마 레빌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위로하고 곧 구조될 거라는 희망을 주던 나이 스물 두 살의 여승무원이 있었다. 언니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승무원은 맨 나중이야.”라고 대답했던 그녀는 끝내 우리에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보다 그렇게 해야 할, 어떻게든 사람 하나 더 살리려고 발버둥쳐야 할, 나오더라도 맨 나중에 나와야 할 선장은 일찌감치 구조돼 자기 배가 어떻게 침몰됐는지도 모른다면서 병원에서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 [Read more...] about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조선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또는 에스더 박
조선 말, 그리고 구한말 많은 사람들이 ‘최초’를 장식해. 최초의 유학생, 최초의 신식학교 입학자, 최초로 신식 결혼식 올린 사람, 최초의 유학생, 최초의 변호사, 최초의 광고자 등등 바야흐로 나라의 문을 열어젖힌 나라에 밀려드는 근대의 파도 속에서 허다한 ‘최초’가 양산됐고 그들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의 시원이 된다. 그 와중에 최초의 여의사의 이름도 알아 둬라. 박에스더. 언젠가 산하의 오역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녀의 본명은 김점동이다. 이름이 에스더가 된 것이야 학살의 위기에서 자신의 민족을 … [Read more...] about 조선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또는 에스더 박
아이가 남편을 깨진 병으로 찌르는 엄마에게 돌아간 사연
5년쯤 전, <긴급출동SOS>를 한창 하던 때 독특한 제보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어요. 독특하다 한 것은 제보자의 신분 때문입니다. 그는 현직 파출소장이었어요. 파출소에 가서 저장해 둔 CCTV 동영상을 보니 엽기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현직 파출소장의 제보 어느 날 깊은 밤, 머리와 어깨가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파출소로 뛰어듭니다. 그는 한 아이를 데리고 있었어요. 아이는 이런 일 많이 봤다는 듯 얌전히 앉아 있었고 오히려 경찰들이 허둥댔지요. 조사 결과 … [Read more...] about 아이가 남편을 깨진 병으로 찌르는 엄마에게 돌아간 사연
르완다 대학살, 그리고 한반도의 민족상잔
르완다: 비극의 시작 아프리카 중부에 자리잡은 르완다와 부룬디 일대에는 여러 부족이 어울려 살았어. 인구의 80퍼센트를 넘는 후투족과 15퍼센트 정도의 투치, 그리고 산악지대의 트와 족과 키 작은 종족으로 유명한 피그미까지. 이 중 투치족은 이디오피아 쪽에서 남하한 용맹한 집단으로서 르완다 왕국을 형성하여 나머지 부족들을 다스렸다지. 하지만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에 특별한 경계가 존재하지는 않았고 같은 말을 쓰고 같이 소 치고 농사지으면서 뒤섞여 살아가고 있었다고 해. 하지만 전 … [Read more...] about 르완다 대학살, 그리고 한반도의 민족상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