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하나의 팁이 있다면 타인들은 나의 일관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어느 '타자의 시선'을 늘 염두에 두며 살아간다. 그런데 때때로 그 타자에게 자신이 일관되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들킨 듯 수치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실제 타인, 나를 바라보며 평가하리라 믿는 그 타인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내가 내향적인 인간이었다가 외향적인 인간이 되든, 인문학책을 쓰는 … [Read more...] about 타인은 당신의 변화에 그리 관심이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꼰대의 충고와 친절한 사람의 조언은 어떻게 다른가?
꼰대란 자신과 다름을 견딜 수 없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취향, 다른 윤리기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단지 존재하는 것만도 참을 수가 없다. 자신과 다른 이들의 존재 자체를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 모독이라 느끼고, 그로부터 박탈감과 증오심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꼰대가 '자기 자신'이라 느끼는 것은 자기 안에 새겨진 폭력을 지시한다. 그는 자기 안에 새겨진 폭력이 모독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 그가 세월을 거치며 당해온 그 폭력이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 [Read more...] about 꼰대의 충고와 친절한 사람의 조언은 어떻게 다른가?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 영화 <보이후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 삶을 위해 공부를 하고, 그래서 교수가 되고, 치열하게 살면서 너희를 키우고, 대학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무언가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는 내 장례식만 기다려야 하는 거야? 삶에는 적어도 하나의 물리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구름에 수분이 가득해지면 비가 쏟아지고, 다시 지상에 물이 흘러넘치면 하늘로 오르는 순환의 법칙과 같다. 나만을 지나치게 찾는 삶은 서서히 그 이면의 삶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다운 … [Read more...] about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글쓰기의 폭력적인 법칙에 관하여: ‘단문을 쓰라’는 편견
글쓰기 주변을 떠도는 유령이 있다. 그 유령은 "부사어 쓰지 마라." "단문 써라." "접속어 쓰지 마라." 같은 팻말을 들고 다닌다. 이런 유령들은 주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같은 글쓰기 책에서 나와 떠받들어지며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는데, 특히 문예창작학과나 언론 주변을 떠돌며 온갖 색채를 가질 수 있는 글들을 복제된 돌하르방처럼 만들어버리고 있다. 온 세상이 헤밍웨이나 스티븐 킹으로 뒤덮이길 바라는 것만 같은 그들은 다양한 문체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전혀 느낄 줄 모르는 사이보그들처럼 … [Read more...] about 글쓰기의 폭력적인 법칙에 관하여: ‘단문을 쓰라’는 편견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하여: 불안과 소외를 조장하다
책의 유행, 베스트셀러의 흥행이라는 것에는 박탈감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변 사람 혹은 주로 접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소비하고, 공유하고, 누리는 것에 나도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들을 점점 '나만 모르게' 되어간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 사람들에게 책을 소비하게 만든다. 그렇게 보면, 베스트셀러의 소비 역시 핫플레스, 핫한 아이템 등에 대한 소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도서 마케팅의 승패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 [Read more...] about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하여: 불안과 소외를 조장하다
수십만 팔로워는 왜 현실의 독자가 되지 못했는가
근래 인터넷상(특히 SNS)의 콘텐츠와 현실 간의 괴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이를테면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수십만 '좋아요')를 누렸음에도, 이를 유료로 전환하여 사실상 현실적인 이득을 얻을 방법이 없다는 것에 대한 회한, 좌절, 절망 같은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페이스북을 위주로 한 '텍스트 콘텐츠'와 관련해 계속 이야기된다. 이에 대해 간과하는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계정이 출간하는 책이 잘 팔릴 거라는 … [Read more...] about 수십만 팔로워는 왜 현실의 독자가 되지 못했는가
부동산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아침,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싸움과 가정불화가 극심해진다는 뉴스를 보았다. 실제로도 주변에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카페에 들러 카페 주인이 아침부터 싸놓은 2,000원짜리 주먹밥을 보는데 갑자기 서글픔을 참을 수 없어졌다. 누군가는 몇천 원을 더 벌기 위해 아침부터 밥을 하고, 스팸을 굽고, 랩에 예쁘게 감싸서 가지런하게 놓아둔다. 그렇게 자신의 성실함과 그로 인해 얻은 보상으로 하루 몇만 원쯤을 더 벌고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누군가는 단지 부동산값이 … [Read more...] about 부동산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관계의 피로, 나를 흩뿌려놓는 일에 관하여
1.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의 시선에 닿아 쌓인 나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그가 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하여 그에게 '나란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 그래서 관계 맺는 일은 내 안에 나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고, 그렇게 더해진 나를 하나 더 짊어지는 일이다. 관계 맺는 사람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나도 하나가 더 생겨난다. 관계의 피로는 상대방을 보고 기억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새겨진 나를 감당하는 데서 더 크게 온다. 그러나 … [Read more...] about 관계의 피로, 나를 흩뿌려놓는 일에 관하여
저출산은 거대한 가치관 변화의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비혼 혹은 딩크에 대한 가치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결혼한 커플의 출산율을 보면 평균 자녀 수가 2명에 이를 정도이니, 무엇보다도 이 문제는 비혼에 대한 가치관과 가장 큰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혼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양분되어 있는데, 하나는 젊은이들이 열악한 사회환경의 문제로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과, 다른 하나는 시대의 변화로 비혼 자체를 하나의 가치관으로 더 선호한다는 관점이다. 언론이든 학자든 '대책 마련' 혹은 '대안 제시'에 관여하는 … [Read more...] about 저출산은 거대한 가치관 변화의 문제다
한국 사회는 여성의 나이에 유난히 강박적이다
대학 시절, 서양의 고전 문학에 심취했을 무렵 다소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던 장면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이 유럽 전통의 소설들에서는 수시로 이미 결혼을 한 부인들이 등장하곤 했다. 자주 그들은 굉장히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동경할 만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나는 이런 묘사들이 낯설어 쉽게 와 닿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미의식을 알아가는 일이 참 좋았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까지 한국의 근대문학 같은 데서는 거의 접하지 못했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대문학에서 … [Read more...] about 한국 사회는 여성의 나이에 유난히 강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