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인기를 끈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했던 '마미손'의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 수 2,500만 명을 넘었다. 댓글만 10만 개 가까이 달렸으니 단연 출연자들 중에서는 최고의 화제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 내에서는 심사위원에게 호평을 받고 인기투표에서 높은 순위를 얻은 나플라라든지 키드밀리의 동영상 조회 수는 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마미손은 금방 탈락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조회 수 … [Read more...] about ‘쇼미더머니 777’의 진정한 승자는 마미손이다
중세 수도사가 ‘정오의 악마’와 싸워 이기는 방법
중세 수도사들에게는 '아케디아(Akedia)'라고 부르는 상태가 있었다고 한다. '정오의 악마'라고도 불린 아케디아는 수도사들에게 어느 오후면 찾아와 온 세상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창밖에 지나가는 구름, 저녁을 향해가는 태양이 거의 정지상태와 같이 느리게 흘렀고, 수도사들은 어느 순간 그 정체된 느낌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방 밖으로 뛰쳐나가고, 태양만을 쳐다보며, 자신을 둘러싼 수도 생활 전체에 염증을 느꼈다. 아케디아가 오면 매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일상이 … [Read more...] about 중세 수도사가 ‘정오의 악마’와 싸워 이기는 방법
진정한 ‘인정 욕망’은 인정받는 게 아니다: 오디션 프로와 가부장제
많은 사람이 인정 욕망이라고 했을 때 인정받는 욕망을 떠올리지만, 사실 인정을 '수여'하는 욕망이야말로 궁극의 인정 욕망이다. 타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안도감, 내 존재가 상승했다는 성취감, 내가 속할 세계가 생겼다는 소속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러한 감정은 '쾌감'으로 요약되는데 사실 쾌감은 인정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요즘도 성행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시간을 가장 즐기는 사람은 누구일까? … [Read more...] about 진정한 ‘인정 욕망’은 인정받는 게 아니다: 오디션 프로와 가부장제
타인은 당신의 변화에 그리 관심이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인생에 하나의 팁이 있다면 타인들은 나의 일관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어느 '타자의 시선'을 늘 염두에 두며 살아간다. 그런데 때때로 그 타자에게 자신이 일관되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들킨 듯 수치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실제 타인, 나를 바라보며 평가하리라 믿는 그 타인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내가 내향적인 인간이었다가 외향적인 인간이 되든, 인문학책을 쓰는 … [Read more...] about 타인은 당신의 변화에 그리 관심이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꼰대의 충고와 친절한 사람의 조언은 어떻게 다른가?
꼰대란 자신과 다름을 견딜 수 없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취향, 다른 윤리기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단지 존재하는 것만도 참을 수가 없다. 자신과 다른 이들의 존재 자체를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 모독이라 느끼고, 그로부터 박탈감과 증오심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꼰대가 '자기 자신'이라 느끼는 것은 자기 안에 새겨진 폭력을 지시한다. 그는 자기 안에 새겨진 폭력이 모독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 그가 세월을 거치며 당해온 그 폭력이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 [Read more...] about 꼰대의 충고와 친절한 사람의 조언은 어떻게 다른가?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 영화 <보이후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 삶을 위해 공부를 하고, 그래서 교수가 되고, 치열하게 살면서 너희를 키우고, 대학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무언가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는 내 장례식만 기다려야 하는 거야? 삶에는 적어도 하나의 물리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구름에 수분이 가득해지면 비가 쏟아지고, 다시 지상에 물이 흘러넘치면 하늘로 오르는 순환의 법칙과 같다. 나만을 지나치게 찾는 삶은 서서히 그 이면의 삶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다운 … [Read more...] about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글쓰기의 폭력적인 법칙에 관하여: ‘단문을 쓰라’는 편견
글쓰기 주변을 떠도는 유령이 있다. 그 유령은 "부사어 쓰지 마라." "단문 써라." "접속어 쓰지 마라." 같은 팻말을 들고 다닌다. 이런 유령들은 주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같은 글쓰기 책에서 나와 떠받들어지며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는데, 특히 문예창작학과나 언론 주변을 떠돌며 온갖 색채를 가질 수 있는 글들을 복제된 돌하르방처럼 만들어버리고 있다. 온 세상이 헤밍웨이나 스티븐 킹으로 뒤덮이길 바라는 것만 같은 그들은 다양한 문체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전혀 느낄 줄 모르는 사이보그들처럼 … [Read more...] about 글쓰기의 폭력적인 법칙에 관하여: ‘단문을 쓰라’는 편견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하여: 불안과 소외를 조장하다
책의 유행, 베스트셀러의 흥행이라는 것에는 박탈감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변 사람 혹은 주로 접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소비하고, 공유하고, 누리는 것에 나도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들을 점점 '나만 모르게' 되어간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 사람들에게 책을 소비하게 만든다. 그렇게 보면, 베스트셀러의 소비 역시 핫플레스, 핫한 아이템 등에 대한 소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도서 마케팅의 승패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 [Read more...] about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하여: 불안과 소외를 조장하다
수십만 팔로워는 왜 현실의 독자가 되지 못했는가
근래 인터넷상(특히 SNS)의 콘텐츠와 현실 간의 괴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이를테면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수십만 '좋아요')를 누렸음에도, 이를 유료로 전환하여 사실상 현실적인 이득을 얻을 방법이 없다는 것에 대한 회한, 좌절, 절망 같은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페이스북을 위주로 한 '텍스트 콘텐츠'와 관련해 계속 이야기된다. 이에 대해 간과하는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계정이 출간하는 책이 잘 팔릴 거라는 … [Read more...] about 수십만 팔로워는 왜 현실의 독자가 되지 못했는가
부동산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아침,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싸움과 가정불화가 극심해진다는 뉴스를 보았다. 실제로도 주변에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카페에 들러 카페 주인이 아침부터 싸놓은 2,000원짜리 주먹밥을 보는데 갑자기 서글픔을 참을 수 없어졌다. 누군가는 몇천 원을 더 벌기 위해 아침부터 밥을 하고, 스팸을 굽고, 랩에 예쁘게 감싸서 가지런하게 놓아둔다. 그렇게 자신의 성실함과 그로 인해 얻은 보상으로 하루 몇만 원쯤을 더 벌고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누군가는 단지 부동산값이 … [Read more...] about 부동산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