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청년 세대에 대한 담론은 크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와 '88만원 세대' 류로 양분되어 있었다. 이는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바라보고 조언하는 관점이기도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조언은 대략 "청춘은 다 아픈 것이다, 그러니 참고 견디면 좋은 미래가 온다." 혹은 "꿈과 열정을 좇아라, 그러면 결국 삶이 그에 대해 보답을 할 것이다."처럼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를 믿는 긍정적 인생관에 바탕을 둔 위로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조언들은 "아프면 환자다."로 대변되는 비판으로 … [Read more...] about 청년 세대의 담론: 이 시대에는 더는 조언이 없다
섹스는 단독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섹스리스에 관한 몇 가지 고찰
낭만의 상징과도 같았던 제시와 셀린느가 〈비포 미드나잇〉에서 섹스리스 부부로 나왔던 것이 오랫동안 기억난다. 여느 '비포 시리즈'처럼 이 영화 역시 둘의 여행을 다룬다. 두 딸을 데리고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 둘은 그곳에서 어느 그리스인 부부를 만나고 서로 여전히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말하자면 서로에게 정욕을 느끼는 부부의 낯뜨거움 앞에서 다소 어색함을 느끼고 멋쩍어한다. 그들이 '섹스리스'인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건 둘만이 호텔에 간 장면에서다. 그리스 부부는 그들에게 둘만의 시간을 … [Read more...] about 섹스는 단독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섹스리스에 관한 몇 가지 고찰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
저녁을 지켜내는 사람들 저녁 7시 반, 대학가의 작은 카페 앞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대부분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사무를 담당하는 회사원, 게임회사 기획자, 치과의사, 일러스트레이터, 중고등학교의 교사와 대학교수, 카페 사장도 있다. 모두 각자의 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이지만 한 달에 두 번 만큼은 이곳 카페로 모인다. 한 달의 반은 함께 정한 책을 읽기도 하고, 또 다른 반 동안은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 그렇게 모여서는 밤이 늦도록 책에 관해, 또 서로가 쓴 글에 관해 … [Read more...] about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
2019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청년 세대 남성’의 문제
청년 세대 남성의 문제는 결국 양질의 직장이 너무 적다는 것, 안정적인 주거 생활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남성들에게 단순히 '먹고 사는' 차원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에게 안정적인 돈벌이, 즉 '능력'과 안정적인 주거환경인 '집'은 존재의 뿌리, 정체성의 근본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어떠한 실존적인 문제보다 남성에게는 존재의 핵심과 관련된 문제다. 이것이 해결되느냐, 해결되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는 실패한 인생이나 괜찮은 삶, 절망이나 … [Read more...] about 2019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청년 세대 남성’의 문제
모든 삶의 화신, 프레디 머큐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무대에서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으면 틀리려 해도 틀리지 않아. 늘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어 있거든. 무대 위에 올라설 때, 그는 꿈꾸던 사람이 된다. 오래전부터, 어느 골방에서부터, 부모의 억압과 사회라는 장벽 안에서 집요하게 꿈꾸던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있다. 자신을 억누르던 현실을 견디게끔 했던 환상, 오랜 나날들을 이겨내게 해주었던 그 꿈이 어느덧 현실을 몰아냈다. 그 순간, 그는 꿈과 하나가 되어 있고, 자기 앞에 펼쳐진 수많은 군중은 그 꿈의 등장인물이다. 조연들이 그의 … [Read more...] about 모든 삶의 화신, 프레디 머큐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청년들의 삶은 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청년들의 삶은 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 청년이 세상을 떠났고, 그 처참함과 그를 둘러싼 비인간성 때문에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삶을 시작한다고 믿으며 노동의 현장으로 갔을 청년에게 현장은 사실 삶의 현장이 아니라 죽음의 현장이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믿는 걸까. 혹은 사람의 죽음 따위란 괜찮다고 여기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한 해에 수천 명이나 되는 비정규직, 하청, 외주 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죽어갈 일이 있을까. 효율이나 이익, 합리적이고 편리한 일 처리 따위의 정신이라는 … [Read more...] about 청년들의 삶은 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밥을 굶는 사람에겐 밥이 전부지만, 한 번이라도 꿈을 꾼 적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이 삶의 전부가 된다”
밥을 굶는 사람에겐 밥이 전부이지만, 한번이라도 꿈을 꾼 적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이 삶의 전부가 된다. 매슬로가 자신의 심리학을 펼치면서 하는 이야기다. 그는 심리학자 중에서는 독특하게도 ‘절정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절정경험이란 일종의 고도의 몰입상태를 일컫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삶에서 양질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러한 ‘절정경험’을 다른 이들보다 더 자주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절정경험이 빈번하게 있을수록 그 삶은 좋은 삶이다. 그럴수록 그의 삶은 모든 … [Read more...] about “밥을 굶는 사람에겐 밥이 전부지만, 한 번이라도 꿈을 꾼 적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이 삶의 전부가 된다”
지나가는 인연이 지나가는 것
인생을 살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지나가는 인연을 지나가도록 두는 것이다. 평생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는 것, 오히려 평생의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을 배운다.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을 나누어주고, 서로의 삶이 근거리에 있는 동안 그 반경 속에서 서로를 챙겨주던 사람들.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흘러가는 삶 속에서 서로를 지켜주었던 사람들. 한때는 그렇게 지나가는 인연들이 너무 아쉬웠다. 더 오래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에게 돛이 되어주기를. 서로를 나아갈 수 있도록 … [Read more...] about 지나가는 인연이 지나가는 것
요즘 나는, 행복한 사람들이 좋다
불행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나는 불행한 사람들을 더 좋아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어쩐지 삶의 깊이를 모르는 것 같았고, 삶의 표면을 피상적으로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보다는 다소간의 슬픔을, 우울을 가져 삶 전반에서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인간이나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까운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나는 행복한 사람들이 좋다. 행복한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알게 된 건, 그들이 행복한 게 불행할 이유가 … [Read more...] about 요즘 나는, 행복한 사람들이 좋다
“체실 비치에서”: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상처받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훼손되는 것도, 엉망이 되는 것도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삶은 늘 어느 정도 부서져 있는 것이고, 처치 곤란한 것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의 통제에 모든 것이 들어올 수는 없고, 완벽하게 유지될 수도, 아름답게 균형 잡히기만 할 수도 없다. 늘 어설픈 면이 있고, 실수가 있고, 상처가 있고, 연습 같은 데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런 부스러기 같은 삶, 완벽할 도리가 없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 [Read more...] about “체실 비치에서”: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