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문화평론가의 영화 읽기 그녀에게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붓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그에게도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녀와 함께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일궈갈 집 한 채만 있으면 된다.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가 주연한 <내 사랑 … [Read more...] about 삶의 핵심을 사는 가장 단순한 방법, ‘내사랑’
영화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내 몸을 더 사랑하기 위해
‘마법, 그날, 대자연’. 차마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들이다. ‘멘스’는 또 어떠한가. 평소에는 거의 영어를 쓰지 않는 엄마에게서, 할머니의 입에서 저 단어가 나올 때의 이질감이란. 볼드모트처럼 함부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그 이름 ‘생리’. <피의 연대기>는 우리 사회에서 생리를 다뤄온 은유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다루는 본격 생리 탐구 다큐멘터리다. 첫 장면은 김보람 감독이 이 낯선 주제를 식사 테이블 … [Read more...] about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내 몸을 더 사랑하기 위해
사랑의 모양, 인간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 본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의 영화 읽기 “삶은 실패한 계획의 잔해에 불과하다.” 부서진 존재들의 삶이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성’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존재들. 그리하여 어딘가가 결핍되었거나 모자란 존재들이라 여겨지는 이들의 삶이다. ‘정상적인 기준’에서라면 인간은 당연히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성’인 ‘인간’을 사랑해야 하며, 안정적인 직장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 <셰이프 오브 … [Read more...] about 사랑의 모양, 인간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오직 스필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
1975년 <죠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18년, <더 포스트>와 한 달 간격으로 국내에 개봉하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가 왜 블록버스터의 창시자인지, 그리고 여전한 현역이자 80~90년대를 휩쓸었던 블록버스터의 제왕인지 증명하는 작품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자 극장에 앉아 보고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 [Read more...] about 오직 스필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
조너선 드미 감독 불세출의 걸작 영화,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의 〈양들의 침묵〉은 나온 지 아주 오래된 영화이지만, 역시 불세출의 강력한 캐릭터인 한니발 렉터 박사 덕분에 오랫동안 수명을 유지하는 영화다.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가 작중에서는 조연에 지나지 않는 한니발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작품을 썼을 정도니까. 작품 자체는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고 인간 혐오를 정면에서 다뤄서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기는 싫어하는 모양이지만. 미국의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본격화한 #MeToo 운동 영향에 영화계도 많은 피해자가 이제 용기를 가지고 이전에는 … [Read more...] about 조너선 드미 감독 불세출의 걸작 영화, ‘양들의 침묵’
“치즈인더트랩”,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올해의 함정
※ 본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젠장”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 이건 <리얼> 같은 괴작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걸 화이트데이를 노린 데이트 영화로 기획했다고?”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 웹툰을 러닝타임 117분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16부작 드라마로도 실패했던 일이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제대로 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은 원작의 … [Read more...] about “치즈인더트랩”,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올해의 함정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웨어러블의 시대
모자·안경부터 시계·신발이 모두 스마트 기기? <백 투 더 퓨처2>·<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웨어러블 2016년 미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가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만년 약팀의 우승에 미국 전체가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108년 만의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응원하는 국내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도 지난 1999년 이후로 우승이 없다. 108년 동안 기다린 시카고 팬들에게 비할 수야 있겠나. 그래도 그 … [Read more...] about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웨어러블의 시대
가십에 머물고 만 영화 “아이, 토냐”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미국 여성 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마고 로비)이 라이벌 선수인 낸시 캐리건(케이틀린 카버)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청부 폭행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토냐의 어린 시절부터 사건이 벌어진 1994년까지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영화 <아이, 토냐>는 사건에서 몇 년이 흐른 시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토냐의 전 남편인 제프(세바스찬 스탠)와 그의 친구인 션(폴 월터 하우저), 토냐의 … [Read more...] about 가십에 머물고 만 영화 “아이, 토냐”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집단의 딜레마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아카데미의 결정에 전적으로 공감한 탁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에서 '스포트라이트'라는 탐사보도 전문팀이 가톨릭 교회 안에서 벌어진 아동 성추행 사건을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은폐하며, 가해 성직자들을 비호해왔다는 사실을 파헤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선정적이고 감정적으로 뜨겁게 흐르기 좋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와 품위를 지키며 사건의 핵심을 깊이 있게 응시한다는 … [Read more...] about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집단의 딜레마
시간여행 관련 영화를 관람하는 데 도움 될 관점
1) 일상 현실 3차원 공간에서 우리는 앞뒤 뿐 아니라 좌우로 또는 위아래로 움직인다. 3차원 공간에 대해 우리는 자유롭다. 허나 시간이라는 개념을 포함한 4차원 시공간에서 볼 때, 우리가 종속된 차원인 시간에 대해 우리는 인과율에 의해 "앞 -> 뒤"로 가는 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기억'이라는 두뇌 기능에 의지하여 또는 물리적 관측을 통하여 또는 수학적 계산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우리는 시간에 관점을 두어 세상을 보기보다는 물질 현상이 일어나는 3차원 … [Read more...] about 시간여행 관련 영화를 관람하는 데 도움 될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