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없는 남녀의 애정이 가능한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이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가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한 말이다. 섹스 없는 남녀의 애정은 불가능하지만,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은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불온한가?). 생각만 그렇다는 것일 뿐 별 관심은 없다. 대수롭지 않다는 게 아니다. 남녀의 애정, 혹은 우정에서 섹스란 변수이지 상수가 아니란 걸 … [Read more...] about 동무와 연인: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
Archives for 12월 2015
우리가 제국의 위안부를 읽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
박유하 교수 사건을 둘러싼 논쟁에서 나오는 주장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거칠게 나누면 1)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입장과 2)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박 교수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라볼 수 있다. 즉 박유하 교수에 대한 기소가 잘못되었다는 쪽은 학문적 주장을 형사법정에서 명예훼손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그 중에는 박유하 교수 본인처럼 책 내용 자체가 옳기 때문에 애초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고, 박 교수의 주장에 … [Read more...] about 우리가 제국의 위안부를 읽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
크리스마스를 지우고 싶은 당신을 위한 중독성 게임 10선
매해 연말을 뜨겁게 달구는 연인들의 명절 크리스마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분위기가 반갑지만은 않을 테다. 평소에도 집 떠나면 고생일진대, 이맘때 괜히 밖을 떠돌다간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 노이즈와 휴먼 어택으로 크게 내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다들 곱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26일까지 자는 방법도 소용없다.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금요일이라 일요일인 27일까지도 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순식간에 3일을 지워버릴 수 있을 중독성 게임 10편을 … [Read more...] about 크리스마스를 지우고 싶은 당신을 위한 중독성 게임 10선
당신이 되어본다
“자기가 그럼 자기중심적이지, 남 중심적이야!” 드라마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에 나오는 이미숙의 대사다. 엄마의 지나친 간섭으로 삐걱대는 결혼 준비 과정에 지친 딸의 질타(“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해? 엄마는 너무 자기중심적이야”)에 이미숙은 오히려 역정을 내며 이렇게 답한 것이다. 우리가 힐난의 의미로 쓰는 ‘자기중심적’이란 말이, … [Read more...] about 당신이 되어본다
독서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서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솔직히 시중에 나오는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몇 권 봤지만, 그 책들에서 추전하는 방식은 본인들의 개별적인 경험에서 나온 독서법, 즉 저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독서법이었지, 나를 비롯해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겐 맞지 않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영성 작가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는 저자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 등 여러 학문을 이리저리 넘나들고 풍부한 데이터를 … [Read more...] about 독서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현대인의 수면습관에 대한 고정관념, 사실일까?
※이 글은 <아틀란틱>지의 「What You Can Learn From Hunter-Gatherers' Sleeping Patterns: It’s not what you think」를 번역했습니다. 사람들은 수면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더 많이 잘 수 있었고, 어두워지면 눈을 붙였으며, 한번에 길게 자는 대신 중간에 한두 시간을 깨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낮에는 충분한 낮잠을 잤고요. 이런 이야기는 종종 현대사회가 모든 것을 … [Read more...] about 현대인의 수면습관에 대한 고정관념, 사실일까?
수저계급론에 대한 해법: ‘기회균등특별세’를 제안한다
드디어 새누리당이 금수저·흙수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일자리 확충’을 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니까. 최근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부의 26%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는 전체 부의 66%를 차지한다고 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맞서 지난 12월 17일, 정책위원회 주최로 … [Read more...] about 수저계급론에 대한 해법: ‘기회균등특별세’를 제안한다
IT는 경제를 파괴시키는가?
모두가 IT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던 1995년,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는 그 유명한 The productivity paradox of information technology라는 논문을 통하여 IT Paradox라는 말을 유행시킨다. (Abstract도 지원하지 않아 수년 전에 읽었던 기억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이 IT Productivity Paradox(정보기술 생산성 역설)는 노벨 경제학자였던 소로우 교수가 1987년에 이미 지적한 사항으로, "숫자를 내봤더니 IT가 생산성 … [Read more...] about IT는 경제를 파괴시키는가?
수저에 따른 양육방식 차이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
※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Class Differences in Child-Rearing Are on the Rise」를 번역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비해 부모 소득에 따른 자녀들의 삶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를 보면 부유한 가정의 달력은 아이의 발레, 축구, 그리고 방과 후 활동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가정은 대개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아이의 불안 수준이나 바쁜 … [Read more...] about 수저에 따른 양육방식 차이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
메갈리아는 가끔 들어갈 뿐이지만, 국외자의 입장에서나마 최근의 '워마드의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 사태'를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 편집자 주: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은 12월 17일로, 5일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1. 사태의 큰 개요 게이 커뮤니티 내의 여성혐오적 표현이 메갈리아에서 공론화됨. 메갈리아 내에서 '똥꼬충' 등 호모포비아 남성들이 만들어낸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논쟁이 벌어짐.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게이 등 한국의 복잡한 조건 속에서 형성된 … [Read more...] about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