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누리당이 금수저·흙수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일자리 확충’을 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니까.
최근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부의 26%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는 전체 부의 66%를 차지한다고 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맞서 지난 12월 17일, 정책위원회 주최로 ‘금수저·흙수저 불평등 사회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간담회를 열었다. 불평등 해소 방법의 하나로 기회균등을 위한 ‘소득비례 수업료 제도’, ‘기회균등선발제의 확대’와 함께 ‘상속·증여세제의 강화’를 총선정책 공약으로 내세우겠다고 했다.
상속·증여세제를 계속 완화하겠다는 정부여당
사실이 이러한데도 정부·새누리당은 상속·증여세제에 대해서 지속적인 완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유도 딱히 없다. 자연스럽게 부가 대물림이 되어 자녀세대에서 그 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중소·중견기업 자녀의 가업상속공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를 거치면서 당초 매출액 1,000억원 기준이던 것이 3,000억원까지 상향되었다. 가업의 기준도 딱히 없다. 부동산 임대관리업을 해도 그것을 국세청에서 ‘가업’이라고 승인해주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해 준다. 자녀가 창업을 하겠다고 아버지한테 돈을 50억원 달라고 하는데 10명만 고용하면, 이에 대한 증여세도 10%만 내면 된다.
상속·증여세의 경우 세수규모로 2014년 기준으로 4조6천억원으로 전체 세수규모는 2.2%에 불과하지만, 상속·증여로 인한 부의 대물림의 규모는 엄청나다. 상속재산 가액규모로 30억원 이상을 상속받은 사람은 654명밖에 안 되지만, 전체 상속재산 8조6,485억원 중 4조866억원으로 47.2%를 차지했다. 이 정도 부자들이라면, 상속세 최고세율 50%다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속자들에 대해서 거의 7천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감면해주었다.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상속을 시켜 편하게 인생을 살게 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왜 그것이 꼭 자신의 자녀들이어야만 하는가. 자신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사회가 제공한 기회, 그 기회를 다른 자녀들에게 배분하기 위해 조금 더 세금을 부담할 수는 없는 것인가.
가진 사람이 더 낸 세금을 덜 가진 사람에게 배분해야 할 때
나는 상속·증여재산가액이 30억원이 넘는 상속자·수증자들에 대해서 상속·증여세 면제를 그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속세율을 전면적으로 인상하여 반발을 사는 것 보다는 ‘기회균등’을 이유로 상속·증여를 거하게 받는 사람들에게 그 감면세액의 절반인 50%만 다시 부담하라고 하면 어떨까.
또한, 현재도 소득이 많아 자신의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생활여건을 배려해 줄 수 있는 부모들에게 깎아준 세금의 3~5%만 다시 부담하라고 하면 어떨까. 그렇게 1조원 가까이 만든 세금 재원으로 기회균등을 이유로 저소득층 부모들이 낸 대학등록금을 보전해주거나 청년창업지원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처음부터 거창하게 기회균등 논의를 시작할 것이 아니라 작은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진 사람이 더 낸 세금을 실질적으로 덜 가진 사람에게 배분하는 ‘기회균등특별세’를 도입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