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솔직히 시중에 나오는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몇 권 봤지만, 그 책들에서 추전하는 방식은 본인들의 개별적인 경험에서 나온 독서법, 즉 저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독서법이었지, 나를 비롯해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겐 맞지 않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영성 작가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는 저자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 등 여러 학문을 이리저리 넘나들고 풍부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보편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아마도 시중에 나온 독서법 관련 책들 중에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초반부부터 저자는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말로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뇌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은 우리의 삶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사람이 아인슈타인처럼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고정되지 않고, 언제나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문 중)”
달리 말해, 독서를 잘하는 뇌는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으며, 대신 얼마든지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그런 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일단 내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해도 난 안될꺼야. 아마’라는 현실체념 혹은 현실 수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을 개선시키면서, 변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남독(=다양하게 읽다), 한번 까칠해져볼까?
저자가 추천하는 독서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 독서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남독은 ‘특정 주제나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 혹은 한 분야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책을 읽어보며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독서법’을 말한다. 남독은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낯선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줄 아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여러 분야를 섭렵하다 보니 지식의 세계가 확장이 되면서 겸허함마저 가지게 한다.
맞는 말이다. 현재 금융시장에 몸을 담그고 있기에, 한동안 오로지 경제 아니면 투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왔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깊이 알기 위해 특정 주제와 관련된 서적을 읽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만 몰두하면, 좁은 세계에 갇혀 오히려 시각이 더 편협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특히 주식시장이란 곳은 결코 잠들지 않는 돈이 24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어느 세계보다 빠르게 변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경제나 투자 관련 책뿐 아니라 남독을 통해 역사, 과학, 심리, 철학, 시, 소설 등 금융시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분야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가져보는 게 좋다.
또한 남독은 기존에 정설처럼 여겨지거나 고정관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취하면서 다른 관점으로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특히 계독(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하면서 기고만장해지기 쉬운데, 어느 한 분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를 하게 되면, 같은 분야의 많은 책들이 점차 뻔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저자가 인용한 내용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어느 순간 자신이 저자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확장한 세계만 파고들다보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든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에 가득차서 헛소리를 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이다(본문 중)”
미디어나 가짜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헛소리를 걸러낼 수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남독을 하면 화폐전쟁 같은 음모론에 가득찬 책이나(비판 글), 부동산 폭락 주식시장 폭락 등 종말론을 외치는 책들(비판 글), 즉 무지로 가득찬 책들을 걸러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독(쓰면서 읽다), 감정을 다스려 볼까?
그밖에도 인상 깊은 구절은, 독서법을 어느 정도 익힌 후의 과정, 즉 다음 단계인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저자는 글을 잘쓰기 위해 앞서 알려준 여러 독서법을 활용해 책을 많이 읽어보고, 책을 읽는 도중에 인상 깊은 내용들을 메모하거나 밑줄을 그어가면서 기록을 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에 대한 단상이나,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고 글을 써보라 권한다.
대개 글쓰기를 두려워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글쓰기가 두렵고 어려운 이유가 역설적으로 글쓰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간단한 단계로 책을 읽고나서 짧게나마서평을 남겨보는 걸 권한다. 책 내용을 종합하고, 책에 대한 비평을 함께 싣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저자는 필독이 단순히 정리기술이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임도 이야기한다.
“격한 부정적 감정이 엄습해올 때, 가장 좋은 것은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차분히 자리에 앉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적어보자. 그 감정이 자신에게 주는 부정적 영향이 무엇인지 자료를 같이 찾아 서술해보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소설 속 인물들을 자신의 글 속으로 소환하여 자신의 감정과 함께 춤을 추게 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쓰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찾는 행위이다”
개인적으로 2015년에 읽었던 책들 중에 세 손가락안에 들었던 책이라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때, 많은 사람들은 새해 목표를 세운다. 개중에는 내년에는 책을 몇 권 읽어보겠다 다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첫 번째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원문: Got to Be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