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진동이 좀 잠잠해졌다. 그래서 기억해 보려 한다. 15일 낮 2시 반 쯤. 나는 양덕동에 있는 아파트에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도서관에 가려고 가방에 짐을 쑤셔넣고 있을 때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우르르르르. 지진이었다. 제대로 일어서기조차 힘든 지진.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방 책장에 쌓아놓은 책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고, 책상에 있는 물건들 역시 움직이면서 떨어졌다. 난 그 밑에 들어가 있을 생각은 애초부터 못 했고 일단 가방을 들고 방문을 … [Read more...] about 지진 났던 날, 양덕동에서
사회
딸, 엄마, 여성 그리고 연대
1. 미국에 혼자 살다 보니 요리 정보나 생활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30대에서 50대 미국 거주 한인 여성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매일 접속합니다. 요리, 생활, 쇼핑, 질문 등등의 카테고리를 죽 훑어보고 필요한 정보들은 메모한 후에, 자유게시판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쭉쭉 넘겨 봅니다. 댓글이 몇십 건을 훌쩍 넘어가는 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글에 마음을 나눴나 싶어 손가락을 움직여 눌러 봅니다. 종종 어떤 일을 이루어 냈다는 자랑이 등장하면 모니터 멀리 있는 … [Read more...] about 딸, 엄마, 여성 그리고 연대
한국보다 심각한 미국인의 노후 대책
제가 예전에 Friends 같은 미국 드라마나 이런저런 영화를 볼 때 정말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의 간혹 이야기되는 금전 상황을 보면 정말 저축이 별로 없다라는 점이지요. 저같은 평범한 한국 직장인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해도 노후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저들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저축도 없이 월급을 다 써버리는 것일까요 ? 미국은 선진국이라서 노후에는 국가가 연금이라도 주기 때문일까요 ?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 [Read more...] about 한국보다 심각한 미국인의 노후 대책
한국 사회가 이국종을 소비하는 방식
1. 의료 역군 이국종 전태일은 허울뿐인 근로기준법을 불태우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화염 속에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47년 후, 이국종은 일하면 일할수록 적자가 나는 수가 체계, 한국 의료를 비판하면서 "이제 좀 쉬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외상 센터는 안 된다"고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국종에게 그렇게 일해주고 있어서(현재 완료 진행형) 고맙다고 … [Read more...] about 한국 사회가 이국종을 소비하는 방식
행복의 나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김태희가 밭 갈고 한가인이 소 몰고 다닌다는 발언이 불편한 이유
행복의 나라로 “장막을 걷어라. 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콜린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여자를 대하는 법도 서툴고 인기도 없는 그는, 영국 여자들은 매력도 없고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미국에는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을 거라는 환상을 갖는다. “영국 여자들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난 미국으로 떠나야 돼. 가자마자 바로 … [Read more...] about 행복의 나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김태희가 밭 갈고 한가인이 소 몰고 다닌다는 발언이 불편한 이유
아빠가 생각하는 직업관에 대해
얼마 전부터 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건설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만화의 제목은 '아빠가 그리는 건설 이야기'인데, 줄여서 '아그건'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만화를 통해서 건설이라는 딱딱한 분야에 대해 그리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해외 인프라 견적과 시공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제 또 출장이나 파견으로 해외에 나가서 아이들과 떨어져 살지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 어디에 가든 … [Read more...] about 아빠가 생각하는 직업관에 대해
할머니의 아몬드
기득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혹은 아주 헐값에 근본적인 이득을 취한 그룹이라 정의한다면, 전문직은 의외로 기득권이 아니다.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그렇다고 착각할지라도. 모두에게 24시간이 평등하게 주어졌다.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가 한 달에 대략 120만 원을 번다. 그런데 B는 여가보다 돈을 소중히 여겨 주당 80시간을 일했고, 야간 휴일 수당까지 270만 원을 가져간다. 한편 주당 120시간을 일하기로 결심한 C는 360만 원 이상을 가져간다. 이때 C가 … [Read more...] about 할머니의 아몬드
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할까?
※ 가디언의 「Democracy v Psychology: why people keep electing idiots」를 번역한 글입니다. 칼럼 저자인 딘 버넷(Dean Burnett)은 “민주주의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완벽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란 직업은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물론 자업자득인 경우가 많지만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가 완전히 무너질 … [Read more...] about 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할까?
임산부의 자격
가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을 본다. 거의 대부분 임산부 배지를 가방 위에 올려놓고 그 가방은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십중팔구가 그랬다. 지나가던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게 올려진 임산부 배지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무얼까? 어떤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에 앉을 수도 있다. 그는 오늘 하루 녹초가 되게 피곤했을 수도 있고 몸이 아파 조퇴하는 길일 수도 있다. 장애가 있었을 수도 있고, 임신 초기인 데다가 증명할 배지를 발급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들과는 상관없이, 그 자리에 … [Read more...] about 임산부의 자격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이 뭐가 중요한 것일까
늘 감명 깊은 글을 생산하는 손아람 작가와 정현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고 세바시 사태를 알게 되었다. 세바시에서 최근 공개한 강동희 강연자의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이 비공개 처리되었다. 교회의 교단과 교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뻔하게 말하는 강연이 과연 그렇게도 충격적인 내용인가.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 따위가 얼마나 중요한 걸까. 같은 성별의 사람을 … [Read more...] about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이 뭐가 중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