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17 신년특집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 다큐멘터리 팀은 스웨덴에 와서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이 사회에 얼마나 적용되는지 촬영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 친구가 정말로 일상생활에서 라떼파파(Lattepapa)를 자주 보는지 물어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마트에서 한 손에는 유모차와 아기를,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큰아이 손을 잡고 가는 아빠를 보았다. 금요일 한낮 12시였다. 이 아빠의 손은 라떼 한 잔 … [Read more...] about 스웨덴에서 진짜로 ‘라떼파파’를 자주 보나요?
부모
케빈에 대하여: 가장 윤리적인 대답
※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와 <케빈에 대하여>(2011)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XX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송강호의 이 애드립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가장 중요한 한 마디이면서, 영화의 격을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한 마디였습니다. 왜냐하면 형사 박두만은 원래 용의자에게 일체의 관심도 없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엔 이 용의자 박현규라는 사람을 정말로 알고 … [Read more...] about 케빈에 대하여: 가장 윤리적인 대답
“아빠, 아빠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서겠어요, 이 ‘남성문화’ 안에서”
아버지에게 ‘정준영 동영상’(제목이 이거였다고)을 공유한 사람은 아버지의 rotc 동기 모임에 뒤늦게 합류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그 링크를 눌렀을 때 어머니가 마침 옆에 있었고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셨다 한다. 지난주 아버지의 생일 기념 저녁 식사를 한 후 오빠네 가족들이 집에 가고,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 셋이 있을 때 어머니가 이 화제를 꺼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보려고 한 게 아니라고 그 자식은 대체 왜 나한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고, 어머니와 나는 보낸 사람에게 그런 … [Read more...] about “아빠, 아빠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서겠어요, 이 ‘남성문화’ 안에서”
『좀비 육아』, 아빠의 현실밀착형 육아 에세이
KBS2 채널에서 방영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 매일 육아에 힘쓰는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조금 잘못된 사례다. 왜냐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등장하는 가정은 비현실적으로 부유한 가정이라 그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부모들은 넓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부지런히 뛰어다니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상황 속에서 부모와 함께 외출을 자주 할 뿐만 아니라 어릴 … [Read more...] about 『좀비 육아』, 아빠의 현실밀착형 육아 에세이
엄마의 이름은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엄마에게 물건을 수집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엄마는 버리는 걸 못 하는 사람이 됐다. 30년 전 처녀 시절에 입던 곰삭은 옷들부터, 백화점보다 몇 곱절은 싸다고 취미들인 홈쇼핑 박스까지. 빼곡히 쌓인 박스와 물건들 가운데 앉아 일하는 엄마를 보면 꼭 작은 옹성 안에 갇힌 사람 같다. 벌써부터 노인네같이 군다고 한소리 하면 엄마는 사춘기 아이처럼 문을 닫으며 툴툴댄다. 두면 다 쓸데가 있어서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핑계인 걸 알지만 나는 더 대꾸하지 못한다. 물건을 … [Read more...] about 엄마의 이름은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빵점짜리 엄마’는 없다
자책에 방점이 찍힌 이 못된 표현의 부당함을 자각해야 전년도 동기간과 비교한 매출 실적이 가득한 파워포인트, 복잡한 수식으로 구성된 엑셀 파일, 본 자료보다 수 배나 더 많은 양의 첨부 자료가 그녀의 손에서 나왔다. 마술사에 가까운 능력이다. 팀 내에서 누구보다 발표력과 기획력이 뛰어난 B. 대학에서 두 개의 전공을 만점에 가깝게 이수하고, 회사에 들어와 앞만 보며 달리며 눈부신 능력을 보여준 그녀. 한데 그녀가 지금 업무에 온전히 집중을 못 하고 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 [Read more...] about ‘빵점짜리 엄마’는 없다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대화법
자존감 상담을 신청하는 분 중에는 본인이 아니라 본인의 자식을 상담해달라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여섯 번 그런 상담을 한 것 같은데, 그때 저는 내담자뿐 아니라 상담을 신청하신 부모님도 함께 오라고 요청을 드립니다. 사회 경험이 적은 아이의 경우 그 아이의 자존감이 낮다면 부모님의 영향이 거의 다이기 때문이죠. 상담은 주로 부모님이 신청하고 부모님과 함께 상담받는 분이 옵니다. 두 시간 중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은 내담자와 상담하고, 30분 정도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 [Read more...] about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대화법
초등학교에 학교폭력이 만연해 있는가?
학교폭력의 진짜 전문가인 이상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일부 일반인이나 학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감을 우선으로 해서 말씀드립니다. 1. 학교폭력은 자주 일어나는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아이들도 주먹다짐이나 욕설을 하면 무슨 파장이 오는지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의 주먹다짐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리 심각한 수준까지 가지 않습니다. … [Read more...] about 초등학교에 학교폭력이 만연해 있는가?
엄마와 스마트폰
엄마는 요즘 스마트폰에 푹 빠졌다. 다 늙어서 무슨 스마트폰이냐고 비싼 거 사줘도 쓰지 못하니까 한사코 필요 없다던 엄마였다. 하지만 주변에 하나둘 스마트폰을 쓰는 게 당연해지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인 엄마의 언니, 즉 이모도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쓰시는 모습에 좀 부러우셨나 보다. 선명하게 찍히는 사진, 카카오톡, 트로트가 나오는 유튜브 동영상 등등이 엄마의 심경변화를 일으킨 촉매제였다. 올해 초 동남아 여행을 함께 갈 때 사진을 핑계 삼아 엄마를 이끌고 핸드폰 매장에 … [Read more...] about 엄마와 스마트폰
알고 보니 엄마가 우울증이었다
※ 〈아임 낫 파인〉 프로젝트로 출간되는 책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우울증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또 연인이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 무얼 해줘야 할지 몰라 너무 괴롭고, 또 우울한 감정은 쉽게 전이되기 때문에 함께 우울감에 빠지기도 쉽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 [Read more...] about 알고 보니 엄마가 우울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