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케빈에 대하여〉(2011), 〈살인의 추억〉(2003), 〈아무도 모른다〉(2004), 〈누구나 아는 비밀〉(201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름을 고백하는 영화들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은 영화의 마지막에 에바와 대면해 이렇게 말합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어." 한편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형사는 영화의 마지막에 유력한 용의자 앞에서 좌절하며 말합니다. "모르겠다." 케빈은 엄마의 사랑을 위해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냉혹한 인물입니다. 그랬던 그가 … [Read more...] about 모름을 고백하는 영화들
파바로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 영화 <파바로티>(2019), <아이리시맨>(2019)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바로티>의 질문과 대답 론 하워드 감독의 <파바로티>를 보았습니다. <파바로티>는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일생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론 하워드 감독은 파바로티의 역사적인 무대를 완벽히 재현하여 관객에게 잊히지 않을 감동을 전달하는가 하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영상과 사적인 인터뷰, 가족과 친구들이 보관해둔 영상 … [Read more...] about 파바로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기생충, 빈폴”: 선인도 악인도 없는 희비극이 2020년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 영화 <기생충>(2019),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빈폴>(2019)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토록 평범한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기에, 광대가 없음에도 희극이, 악인이 없음에도 비극이 한데 마구 뒤엉켜 계단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선인도 악인도 없는 희비극. 역사적인 영화로 기억될 <기생충>에 대해 봉준호 감독 자신은 위와 같이 … [Read more...] about “기생충, 빈폴”: 선인도 악인도 없는 희비극이 2020년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루저의 반란: 영화가 비현실성을 극복하는 3가지 사례
※ 이 글에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주먹이 운다〉(2005), 〈리틀 미스 선샤인〉(2006), 〈족구왕〉(201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201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류의 영화가 있습니다. '세상의 게임에서 패배한 루저들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바탕을 공유하는 영화들이죠. 이런 영화들에선 남들보다 한참 모자란 '루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루저는 세상의 기준에 맞서 싸워요. 그리고 마침내 … [Read more...] about 루저의 반란: 영화가 비현실성을 극복하는 3가지 사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장도연처럼 말하기
해와 바람 이야기로 글문을 열어보겠습니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벗기기로 내기를 하죠. 바람은 아무리 세게 불어도 사람의 옷을 벗기지 못합니다. 바람에 추우니까 옷을 더 꽁꽁 싸매거든요. 반면 해는 손쉽게 옷을 벗깁니다. 심지어 스스로 벗게 만들죠. 옷을 사람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옷을 벗기는 방법이 두 가지인 것처럼 우리가 말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입니다. 설득과 공감. 상대방의 의견을 굴복시킬 것인가(설득), 자진해서 동의하게 할 것인가(공감). 해의 방식이 … [Read more...] about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장도연처럼 말하기
마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세상 모든 일은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능력의 영역과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 말이죠. 우리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어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는 최악의 불운을 타고난 남자, 브루스가 등장합니다. 브루스는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며 신을 탓하죠. 그래서 신은 자신의 능력을 브루스에게 나눠줘요. 하루아침에 브루스는 신이 되어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 [Read more...] about 마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김군’: 신중하고 진실하게 기록하기
강상우 감독의 〈김군〉을 보았습니다. 〈김군〉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찍힌 어떤 사진 속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 영화입니다. 사진 속 인물은 무장한 시민군. 광주 사람들은 그를 '김군'이라고 기억했습니다. 1980년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주옥 씨는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는 '김군'을 “아버지의 막걸리 가게에 자주 들르던 학생이었다”고 어렵지 않게 기억합니다. 강상우 감독은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주옥 씨가 주먹밥을 나누어 줄 때 사용했던 양은 … [Read more...] about ‘김군’: 신중하고 진실하게 기록하기
자이언티, 이런 가벼운 것도 예술이라면
지난 1월, 자이언티(Zion.T)의 새 앨범 〈ZZZ〉를 뒤늦게 찾아 들었습니다. 제 취향인 노래도, 아닌 노래도 있었어요. 그러다 〈잠꼬대〉를 들었습니다. 듣자마자 이건 자이언티만이 쓸 수 있는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TV를 켠 채로 잠이 들었지 큰 소파에 푹 파묻혀서 리모컨을 툭 떨어트리고도 못 깨어나 Swimming 이렇게 속삭이지 아오아 아오우 야아 아오아 아오우 야아 아오아 아오우 야아 우우아 아우우 차라리 이대로 떠나면 좋겠지 관에 들어가면 이런 … [Read more...] about 자이언티, 이런 가벼운 것도 예술이라면
로마(Roma): 어떤 영화가 ‘시네마’가 되는가
영화와 '시네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름다운 영화 <로마(Roma)>는 시네마(Cinema)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화가 아니라 시네마. 시네마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왜 <로마>는 영화가 아니라 굳이 시네마라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요. 저는 시네마가 무엇인지 무 자르듯 명쾌하게 대답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 영화라는 예술의 아이덴티티. 그 아이덴티티를 살려낸 소수의 영화가 시네마라고 말이죠. 시나 소설, 사진, … [Read more...] about 로마(Roma): 어떤 영화가 ‘시네마’가 되는가
봉준호: 예술 창작의 태도
※ 봉준호 감독 영화 전반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하면 이제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특징도 많이 알려져 있죠. 뜬금없이 유머 등장하기, 장르 뒤틀기, 낯설게 하기, 영화의 톤 바꾸기…. 여러 말로 설명되지만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핵심은 친숙한 것과 이질적인 것을 함께 다루는 데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배경,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장면. 한 번 쭉 볼까요? 〈플란다스의 … [Read more...] about 봉준호: 예술 창작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