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와 <케빈에 대하여>(2011)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XX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송강호의 이 애드립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가장 중요한 한 마디이면서, 영화의 격을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한 마디였습니다. 왜냐하면 형사 박두만은 원래 용의자에게 일체의 관심도 없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엔 이 용의자 박현규라는 사람을 정말로 알고 … [Read more...] about 케빈에 대하여: 가장 윤리적인 대답
몰입의 순간: 송강호의 연기가 감동적인 이유
송강호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죠. 특히 <밀양>을 보았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거의 모든 씬에서 다 감탄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겸사겸사 송강호의 연기에 관해 쓸 말이 없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예전에 보았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찾아냈어요. 보그 코리아에서 송강호와 진행한 인터뷰였습니다. 잘 진행되던 인터뷰 중간에 갑자기 질문자가 현학적인 질문을 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정죄의 심판자적인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인터뷰의 … [Read more...] about 몰입의 순간: 송강호의 연기가 감동적인 이유
행복은 불행을 들여다보는 능력
행복의 어설픈 두 정의 우리는 행복을 주로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합니다. 부와 성공, 또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때의 행복은 부와 성공에 관련된 행복입니다. 금전적 여유와 그에 따른 심신의 안정을 뜻하죠. 미래의 불확실성을 돈의 존재로 완충하는 것입니다. 한편 이런 말도 있습니다. '돈 없어도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 이때의 행복은 안분지족 하는 마음입니다. 무언가에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는 상태죠. 누군가 행복하다고 … [Read more...] about 행복은 불행을 들여다보는 능력
“우리는 왜 뭘 좋아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20살에 서울로 올라오던 날, 부모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처음엔 타지에서 열심히 생활하겠다는 내용을 쓰려고 했습니다. 근데 쓰다 보니 울컥해지는 게 있었어요. 결국 원망하는 글만 잔뜩 쏟아냈습니다. 그런 걸 느꼈거든요. 이대로 서로 멀리 떨어지면 명절에만 왕래하며 전화로 가끔 안부를 묻고, 그렇게 서먹해질 것 같은 느낌이요. 떨어질 때가 되어서 깨달은 거예요. 같이 살 부비고 살던 시간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 시간 동안 말하지 못한 게 있었다는 걸. 그렇게 친구 같은 … [Read more...] about “우리는 왜 뭘 좋아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관객의 정서를 가장 강력하게 뒤흔드는 방법, 롱테이크
두 가지 롱테이크 영화는 알맞은 시간과 공간을 담은 쇼트로 구성됩니다. 영화는 시공간 편집의 예술인 셈입니다. 따라서 영화 창작에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 시간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 공간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 시간의 편집은 '얼마나 더 오래 보여주는지'와 관련됩니다. 영화의 롱테이크(Long take)는 더 오래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오래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더 오래 … [Read more...] about 관객의 정서를 가장 강력하게 뒤흔드는 방법, 롱테이크
계획을 세우는 일은 기차의 시간표를 스스로 만드는 것과 같다
한시 漢詩 몇 년 전 잠시 고향에 있을 때, 아빠랑 이런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당시에 스스로 계획한 10년짜리 미래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 청사진을 아빠 앞에서 당당히 읊었습니다. 일단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안 되면 이렇게 하고. 자세한 계획이었어요. 아빠는 말없이 듣더니 뜻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면서, 한 가지만 말해줄 것이 있다고 뜬금 옛날이야기를 합니다. 아빠가 대학 다니던 시절입니다. … [Read more...] about 계획을 세우는 일은 기차의 시간표를 스스로 만드는 것과 같다
영화 “마더”와 맥베스의 노크 소리: 인간의 마음에 지옥이 생기는 순간
※ 영화 <마더>(2009)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살인을 이해시킨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 아들은, 아니야! 혜자는 일관되게 외치지만 아무도 그를 듣지 않습니다. 그는 소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인은 혜자를 무시하고, 경찰은 이제 사건이 종결되었다며 그를 다그칩니다. 변호사는 아예 관심도 없어요. 혜자는 그들의 아래에 있습니다. 영락없는 약자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끝, 약자인 혜자는 살인을 합니다. 이리저리 치이던 소시민이 잔혹한 살인 후 방화를 하기에 … [Read more...] about 영화 “마더”와 맥베스의 노크 소리: 인간의 마음에 지옥이 생기는 순간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세 가지 쉬운 방법
솔직히 말해봅시다. 세상만사 거의 모든 문제는 감정의 문제예요. 우리가 답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다들 알고 있어요. 그것대로 하기가 불안하고 내키지 않을 뿐이죠. 어떻게 해야 회사에서 주목받을지 알고 있죠. 근데 그러려면 더 신경 쓸 것도 많고 퇴근 후에 집에서 잔업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 워라밸이 망가지죠. 내키지 않아서 하지 않을 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의 화를 풀 수 있을지도 알아요. 그런데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거든요. 괜히 … [Read more...] about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세 가지 쉬운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