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수도 빈(비엔나, Vienna)의 어느 거리에 옥외 광고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런데 광고판에 아무 이미지도 없네요. 'TYROLIT'라는 브랜드만 작게 보입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광고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하지만 매일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고판 색이 점점 바래집니다. 금속 광고판이 녹이 슬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점점 칼의 이미지가 드러납니다. 칼 부분만 녹이 슬지 않으면서 … [Read more...] about 아무것도 없는 옥외 광고, 30일만 기다리세요
생활
‘잘하고 싶어서’의 모순
태생이 개복치인 나는 늘 뭔가 새로운 시작할 때면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하다못해 난생처음 보는 음식 앞에서도 잔뜩 긴장하고 경계했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나랑 잘 맞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이 먼저 밀려왔다. 잘 해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과해서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순적이고 편협한 생각으로 청춘의 날들을 보냈다. 편협한 생각은 편협한 관계를 만들고, 편협한 관계는 편협한 인생을 … [Read more...] about ‘잘하고 싶어서’의 모순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모 대학교에서 전국 고교생 논술대회가 열렸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그날의 어떤 인상적인 장면은 여전히 강렬한 모양새로 마음속에 무늬 박혀 있다. 첫째, 주말 하루를 반납하고 막연히 대학 입학에 도움 될 거라는 혹시나 하는 마음가짐(상장이나 하나 건지자!)으로 그 커다란 강당 하나를 가득 채운 전국 각지 성실 우등생들의 수많은 뒤통수, 그리고 그들을 둘러보며 절로 터져 나왔던 '헉' 소리의 기억. 둘째, ‘환경오염’에 관한 자기 생각을 밝히라는 막연하기 짝이 없는 열린 … [Read more...] about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왜 사귀기 전까진 그/그녀의 실체를 알 수 없을까?
그런 연애가 있다. 소개받고, 썸을 타고, 사귀고 나서 당분간은 매우 좋은 관계. 그러나 사귀기 초반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다툼이 이어지는 그런 관계가 있다. 왜 우리는 사귀기 전에 그 혹은 그녀의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것일까? 그들은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을 포장했던 것일까? 물론 우리 모두는 다소간 멋지고 예쁜 모습을 꾸며내고 상대에게 구애한다. 그러나 오늘 다루려고 하는 그들의 실체는 그들이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숨긴 모습이 아니다. 관계를 시작하고 나서, 상대방이 그 사람의 … [Read more...] about 왜 사귀기 전까진 그/그녀의 실체를 알 수 없을까?
[매일 돈 버는 여자] 8. 방송 단역 아르바이트: 병풍 연기 전문 배우랍니다
난이도: 중상 벌이: 일 5–10만 원 여름 방학 동안 한국에 와있던 사촌 동생이 재미 삼아 방송 단역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TV 드라마 장면에 꽤 비중 있게 잡혀서 가족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던 적이 있었다. 약 10회 정도의 촬영으로 10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벌었고, 분장 트레일러를 함께 쓰며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보고, 말로만 듣던 밥차 식단을 경험하는 등 부차적인 재미가 많았다. 알바몬 같은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에서 ‘보조 출연’ ‘단역’ ‘엑스트라’ 등의 키워드를 … [Read more...] about [매일 돈 버는 여자] 8. 방송 단역 아르바이트: 병풍 연기 전문 배우랍니다
모험, 동경, 꾸준함에 관하여
내 주위에는 공교롭게도 자기 분야에서 꽤 성취를 거두어 명망이나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그렇지 않았던 시절부터 봐왔던 사람들이다. 대개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취를 거둔 과정을 보면 대단한 재능으로 앞서갔다기보다는 남이 하지 않은 모험을 하고, 자신이 동경하는 것에 충실했으며, 무엇보다 깊은 열망으로 꾸준히 시간을 투여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모험, 동경, 꾸준함, 이 세 가지는 그들 모두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뒤가 없다는 듯이 자기 삶을 … [Read more...] about 모험, 동경, 꾸준함에 관하여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되는 인간 유형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믿고 걸러라” “이런 친구는 가까이하지 마라” 같은 콘텐츠가 쉽게 눈에 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 한 번 안 받아본 사람은 없기에 이런 제목을 보면 클릭하게 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이렇게 다 걸러 버리면 대체 누구를 만나라는 건지 의문이 들고, 혹시 내가 피해야 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닐지 걱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 [Read more...] about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되는 인간 유형
의도된 휴식, 스웨덴 피카
오늘 다들 커피 한 잔씩 하셨나요? 사실 커피 한잔하며 쉬는 것은 스웨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일상이 된 문화인데요, 스웨덴식 커피 브레이크인 피카(fika)는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왜 다른 나라에서도 피카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일상생활하면서 밥 먹고, 혹은 마음 내킬 때 커피 한잔하시죠? 그런데 피카는 단순히 커피 한잔하는 시간이 아니에요. 일상에서 ‘정해진 휴식 시간’이죠. 커피나 달콤한 디저트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유대를 쌓는 시간이에요. 피카 … [Read more...] about 의도된 휴식, 스웨덴 피카
당신의 캐리어엔 몇 개의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나요?
공항에 갈 때면 남들의 캐리어를 유심히 보곤 한다. 공항에서 흔히 생기는 지루한 대기시간을 캐리어 컬렉션을 보면서 달래곤 한다. 공항을 런웨이 삼아 알록달록 예쁜 캐리어를 끌고 경쾌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걸음걸음마다 설렘이 뚝뚝 떨어진다. 도착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 캐리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도 각양각색의 캐리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연 그 안에는 어떤 물건들이 담겨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마치 마트에서 남들이 끌고 가는 카트를 훔쳐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재미가 담겨 … [Read more...] about 당신의 캐리어엔 몇 개의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나요?
잘 쉬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잘 쉬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물어보고 싶다. 최근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나 죄책감 없이 편하게 쉬어본 적이 있냐고. 아니,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나에게 묻는다면, 그런 적 없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그렇다. 요전 날 가족과 다녀온 여행에서도 나는 회사 이메일을 열었고, SNS를 수시로 들여다봤으며,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은 뒤로하고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고민을 머릿속에서 요란하게 버무리곤 했으니까. 잘 쉬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보면 나는 칼 … [Read more...] about 잘 쉬는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