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은 전쟁 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그때 나는 지금은 사라진 알래스카 순대라는 함경도 순대집을 촬영 중이었는데 식당 한켠 높다랗게 올려져 있던 작은 TV 화면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 트랩에 나와 감개무량하게 아래를 굽어 보는 장면부터 예상을 깨고 공항에 나온 김정일 위원장이 박수를 치던 순간까지 생생히 지켜 봤었지. 아마 그 순간은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고 기억하는 광경이리라 … [Read more...] about 개미 아저씨의 사랑
역사
단무지의 기원은 일본이다
예전에 S모 방송사의 SNS 코너에서 단무지가 고구려 시대에 일본으로 전래된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적이 있다. 이 코너에 의하면 타쿠앙은 고구려 시대의 승려였던 택암이라는 자가 일본에 건너가 단무지를 전래했다는 것.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S모사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흔히 타쿠앙이라고 불리는 '타쿠안즈케(沢庵漬け)'는 일본 에도시대에 고안된 전통 반찬 중 하나이다. S모 방송사에서 소개한 에피소드처럼 전란에 먹을 게 없어서 고안된 음식도 아니다. 오히려 에도시대에는 상당히 … [Read more...] about 단무지의 기원은 일본이다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기까지
1988년 5월 15일 한겨레 신문 창간 대학 신입생 시절 부산에 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그닥 좋은 점이 못되었다. 대학생이 됐답시고 전국을 헤매고 다니던 대학 친구들의 여행 종착지가 대개 부산이었고 나는 손님 치르다가 여름 방학을 다 보냈으니까. 그중에 지금은 미국에서 교수하고 있는 광주 친구가 하나 있었다. 이 녀석이 부산을 떠나던 날 터미널에서 조금 낭패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신문이나 하나 사야 쓰겄다.”라는 말을 남기고 매점으로 간 녀석이 주인과 말을 꽤 오래 섞는 걸 보고 뭘 … [Read more...] about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기까지
일제는 과연 우리 술을 탄압했는가?
누구나 알고 있듯 한국인은 술을 좋아하고 또 많이 마신다. 201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술 소비량은 12.3L로 세계 15위, 아시아 1위. 세계에서도 상위권이다. 그에 비해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술의 종류나 품질은 알코올의 순도가 좋다는 정도 외에는 그다지 다양하거나 높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인데, 특히 막걸리 외의 전통주의 소비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소주를 전통주라 하기는 어려우니). 그러다 보니 전통주의 위상이 높지 못한 근원을 간악한 일제의 탓으로 돌리는 언설이 … [Read more...] about 일제는 과연 우리 술을 탄압했는가?
건빵과 함께한 인류 역사의 발전
건빵은 영어로는 ‘hardtack’이라고 합니다. 사실 건빵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매우 많습니다. 두 번 구웠다는 뜻에서 ‘biscuit’이라고도 부르고, 단단한 빵이라고 해서 ‘hard bread’라고도 부릅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은 이 지겹게 먹던 건빵을 그냥 ‘Tommy’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1,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은 독일군을 'Jerry'라고 불렀고, 독일군은 영국군을 'Tommy'라고 불렀습니다만 뭐 그것 때문에 그렇게 부르지야 않았겠지요. 건빵은 맛이 … [Read more...] about 건빵과 함께한 인류 역사의 발전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서정주(徐廷柱, 1915~2000)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시인'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의 서정시가 이른 성취는 곧 한국 현대시의 성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교과서마다 다투어 그의 시를 싣고, 지역의 나이 지긋한 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그의 제자들이다. 진보 문학 진영의 원로 고은도 그의 제자다. 그는 첫 시집 <화사집>(1941) 이래 <귀촉도>(1946), <시선>(1955), … [Read more...] about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인간은 언제부터 고양이와 함께 했을까?
개는 1만 년 전부터 가축이었던 가축, 고양이는? 인간이 가장 먼저 길들인 가축은 개였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심지어 농경이 시작되기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왜 인간이 개를 길들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냥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일반적으로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경을 시작하기도전 수만년 전부터 인간은 개를 길들인 셈이죠. 그렇다면 개만큼이나 인간의 좋은 친구인 고양이는 어땠을까요 ? 인간이 고양이를 언제 어떻게 … [Read more...] about 인간은 언제부터 고양이와 함께 했을까?
바비 보니야, 연금, 사기 그리고 데이비드 라이트
메이저리그에서 7월 1일은 '바비 보니야 데이'입니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바비 보니야(54·사진)가 뉴욕 메츠로부터 연봉 119만3248달러20센트(약 13억 6627만 원)를 받거든요. 보비야는 2001년 세인트루이스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했고, 메츠에서 뛴 건 1999년이 마지막이지만 2035년까지는 메츠에서 해마다 꼬박꼬박 연봉을 받습니다. 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메츠 25인 로스터 중에서 12명은 보니야보다 올해 받는 연봉이 적습니다. 이들은 내일도 … [Read more...] about 바비 보니야, 연금, 사기 그리고 데이비드 라이트
재벌개혁과 역사 바로 세우기
대한민국 재벌의 탄생과 성장 과정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에 있어서 38도선 이남의 조선 땅은 일본으로부터 빼앗은 일종의 전리품이었다. 38도선 이남의 조선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확보한 미 군정은 1945년 12월 6일에 조선 내 일본인 재산의 권리 귀속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법령 33호를 공포한다. 일본의 정부, 기관,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일체의 재산은 1945년 9월 25일부로 미 군정의 소유가 되는 조치였다. 당시 일본의 폭압적 … [Read more...] about 재벌개혁과 역사 바로 세우기
홍종우는 김옥균을 죽이고 이승만은 살렸다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은 정변에 실패한 이후 일본으로 망명해 오랜 도피 생활을 했다. 낯선 조선사람이 다가오면 고종이 보낸 암살자일까 늘 노심초사했고, 조선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두려워한 일본은 그를 홀대했다. 그러나 결국 김옥균은 고종이 보낸 홍종우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1894년 3월 28일 상해에서의 일이었다. 그렇게 김옥균을 암살한 인물 정도로만 알려진 홍종우가 이승만을 살렸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최근 출간된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에는 이런 장면이 … [Read more...] about 홍종우는 김옥균을 죽이고 이승만은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