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에 가면 희망나무가 있다.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경년 팀장이 기획해 지난 3월 15일 심었다. 김경년 팀장은 하여간 이런 일들을 쉬지 않고 벌이면서 지역 주민 참여를 끌어낸다. 얼마 전에도 3·15 꽃길을 만들었다.
3월 15일은 57년 전인 1960년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부정선거를 저지르자 이에 맞서 마산에서 시민들이 의거를 일으킨 날이다. 마산 3·15의거는 4·19혁명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역사에서 시민이 권력을 꺾고 승리한 최초 사건이 되었다.
희망나무는 마산 창동 학문당서점 맞은편 위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3·15 꽃길은 그 아래쪽 골목이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처음 꺾어지면 오른편 담벼락에 나무가 두 그루 그려져 있다. 희망나무다.
이런저런 글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취지는 지역 역사를 기억하고 지역 주민과 희망(희망은 언제나 좀 모호하기는 하다)을 나누자는 데에 있다. 3·15 숫자에 맞추어 315명의 참여를 조직했다. 3·15 꽃길을 만들 때도 김 팀장은 315명 시민들의 성금 1만 원씩을 조직했다.
희망나무 맞은편에는 열린 공간이 있다. 문패가 달려 있었는데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게 더 소중하고 보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내에는 옛날 교실 책·걸상 등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기타라든지 풍금이라든지도 놓여 있다.
누구든지 아무 조건 없이 들어가 앉을 수도 있고 설 수도 있고 쉴 수도 있고 놀 수도 있다. 거기 있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만지고 연주하고 조작할 수도 있다. 대략 30명 안팎까지는 한꺼번에 들어가도 넉넉하다.
내가 보기에 아주 고마운 공간이다. 실제 쓰임도 그러하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때때로 지역 중학생들과 더불어 창동·오동동 일대에서 근·현대 역사·문화 유적을 둘러보는 ‘청소년 기자단’ 활동을 벌일 때 아주 요긴해 쓰인다.
김 팀장한테 미리 연락만 하면 언제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팔룡중 아이들과 마산여중 아이들이 이미 여기를 거쳐 갔다. 김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쓰세요.”
“다른 일정이랑 겹치지만 않으면 언제나 괜찮아요.”
아이들한테 희망나무 앞 열린 공간은 새롭고 재미있는 체험 공간이 된다. 동시에 편하게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된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 하루 둘러본 역사·문화유적에 무슨 의미가 어떻게 스며 있는지 함께 확인하고 공유한다.
희망나무와 열린 공간, 그리고 이런 공간들을 만드는 노력이 어쩌면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창동·오동동이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형성해온 장소성·역사성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데는 작지 않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무나 누구든지 조건 없이 안아주니까.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니까. 이렇듯 3·15 희망나무와 3·15 꽃길은 창동예술촌과 창동·오동동 거리들이 별다른 의미 없이 소모되고 마는 것을 막아주고 여기에서 옛날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일깨워 준다.
그리고 희망나무 앞 열린 공간은 그런 기억을 내면에 새기도록 돌아보는 데 필요한 여유와 시간을 준다. 3·15 희망나무와 3·15 꽃길, 그리고 열린 공간은 규모는 작아도 보람은 커다란 장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