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모두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지만, 한때는 타자기가 가장 첨단의 문서 작성기이던 때가 있었다. 나는 1977년 군 복무 중에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글쇠만 한글 자모로 바꾼 미제 레밍턴 타자기였다. 당시의 자판은 자음과 모음 모두가 두 벌인 네벌식이었다. 나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능숙하게 서류를 만들곤 했다. 초성과 받침으로 쓰는 자음이 두 벌이지만, 모음은 어떻게 두 벌인가. 받침이 없을 때 쓰는 모음과 받침이 있을 때 붙이는 모음은 달라야 한다. 그건 말하자면 기계식 타자기의 … [Read more...] about 두벌식 오나전 벼롤, 빠릴 세벌식으로 바뀌길 ㅂ니다
아우슈비츠 해방, 혹은 위안부 소녀상 : 과거를 다루는 두 나라의 차이
1945년 1월 27일, 소련의 붉은 군대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7천5백여 명의 유태인들을 해방했다. 소련군이 진격해 오던 1월 중순부터 나치 친위대(SS)는 남아 있던 가스 학살 장치를 파괴하고 아우슈비츠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각 전선에서 독일군이 무너지면서 전쟁은 끝나 가고 있었고 연합군은 수복한 지역의 집단수용소를 폐쇄하고 있었다. 독일군은 전선 부근의 캠프에 있던 수감자들을 독일 내의 수용소에서 강제로 노역시키기 위해 급박하게 … [Read more...] about 아우슈비츠 해방, 혹은 위안부 소녀상 : 과거를 다루는 두 나라의 차이
드레퓌스 사건과 100여 년 후의 한국
"진실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늪지대를 지나가야 하는 것일까." <나나>와 <목로주점>의 프랑스 작가 에밀 프랑수아 졸라(Émile François Zola, 1840~1902)가 생전에 내뱉은 한탄이다. 그는 드레퓌스(Dreyfus) 사건 때 드레퓌스를 옹호하여 죽는 날까지 프랑스 군부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고 야유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 후반의 여러 해 동안 프랑스를 휩쓸었던 반유대주의와 … [Read more...] about 드레퓌스 사건과 100여 년 후의 한국
AK-47과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작년 12월 22일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의 <내일>에서는 에이케이(AK) 소총을 개발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1919~2013)를 불러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 기계공은 2년 전인 2013년 12월 23일에 사망했던 것이다. 연 25만명 살상하는 치명적 무기 AK-47 소련이 만든 치명적 무기로 연 25만 명을 죽인다는 이 돌격형 소총은 핵폭탄보다 더 많은 인명을 살상했다. 개발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이 소총은 전 세계에 1억 정이 유통되었다. AK는 … [Read more...] about AK-47과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적십자 회비, 왜 지로용지로 나와?
서민들은 ‘세금’과 ‘요금’의 경계나 구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지서를 받아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모두 ‘세금’이다. 그래서 내가 쓴 공공서비스의 대가인 각종 요금도 구분 없이 ‘전기세’, ‘수도세’, ‘오물세’ 따위로 부르는 걸 서슴지 않는다. '세금'도, '요금'도 아니고 '기부 성금'이다 국세청이 세금에 대한 상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해 보니 ‘전기요금’을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응답자의 4분의 1이나 됐다는 보도가 그 증거다. 서민들로선 … [Read more...] about 적십자 회비, 왜 지로용지로 나와?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석유 곤로 이야기
요즘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아래 ‘응8’)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 같은 채널에서 방영했던 <미생> 이후 다시 드라마에 서서히 빠지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은 이웃한 채널 <제이티비시(JTBC)>에서 방영한 <송곳>과 함께 주말 밤을 온전히 드라마 두 개에 빠져 지냈다. ‘응8’은 금·토요일, ‘송곳’은 토·일요일에 방영하는 드라마여서 밤 8시대의 ‘응8’을 보고 이어서 ‘송곳’을 시청하다 보면 … [Read more...] about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석유 곤로 이야기
1971.12.09. 베트남으로부터의 귀환
어젯밤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의 ‘내일’을 보고 오늘(12월 9일)이 1971년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청룡부대’ 1진이 귀환한 날이었다는 걸 알았다. 뉴스 시간마다 다음날의 간략한 역사를 전하는 '내일'은 <교육방송(EBS)>의 ‘지식채널이(e)’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내일'이 소개한 베트남 파병의 모든 것 어젯밤 방송된 ‘내일’은 1분 39초 동안 베트남 파병의 시작과 끝, 그 얼개를 간략하게 보여주었다. ‘개선’이라 불리던 … [Read more...] about 1971.12.09. 베트남으로부터의 귀환
창비의 독점구조와 김사인의 만해문학상 사절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아실 일이다. 나는 30여 년째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빼면 오늘의 한국문학이나 문단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무명의 독자다. 20대의 한때 문학청년이었다는 것도 따로 내세울 게 없는 게 그 무렵의 젊은이들 중에 문청이 좀 많았는가 말이다. 가뭄에 콩 나듯 연간 두어 차례 시집을 사는 게 고작이고 소설 쪽은 그보다 훨씬 성글게 만나는 형편이니 ‘독자’라도 그리 성실한 축에는 끼지 못한다. 그러나 한때 문청으로 그쪽 판을 기웃거려 본 전력에 기대어 … [Read more...] about 창비의 독점구조와 김사인의 만해문학상 사절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5):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에서 이어집니다. 경남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부음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난징에서의 둘째 날, 호텔에서 지척이었던 리지샹(利済港) 2호에 있는 '긴스이루(樓)'를 떠올렸다. 2014년에 장수성(江蘇省)의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유적은 굳게 잠겨 있었으므로 우리는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퇴락한 건물 앞에 세워진 표지석밖에 찍을 수 없었다. 난징 리지샹 … [Read more...] about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4): 일본육사 출신 독립군 대장, 일본군을 궤멸시키다」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아래 임정)가 공식적으로 난징(南京)에 청사를 둔 일은 없다. 훙커우 의거 이후 상하이를 떠난 임정은 항저우에서 3년을 머물렀고, 1935년에는 난징과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전장(鎭江)으로 옮겨갔다. 난징에 남은 임정의 자취들 당시 난징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수도였으므로 임정도 난징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임정이 … [Read more...] about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