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소시민들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고 여기기 쉽다. 여기서 자유란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뜻으로의 자유다. 가끔 '표현과 사상의 자유' 문제가 정치적 현안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게 내 삶의 어떤 부분과 겹쳐지리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경북의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배용한(65·수학), 박무식(54·영어)도 그런 소시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이었고, … [Read more...] about 두 교사는 어떻게 국가보안법 피고인이 됐나
1994년 2월, ‘전사’ 시인 김남주 잠들다
1994년 2월 13일, 자신을 ‘전사’라고 자칭했던 시인 김남주(金南柱, 1946-1994)가 파란 많은 저항의 삶을 마감했다. 이날 새벽 2시 30분 그는 서울시 종로구 평동의 고려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스러졌던 것이다. 9년 3개월간 복역하고 출감해 온전히 여섯 해를 채 살지 못하고서였다. 향년 48세. 해남의 산골에서 태어나 이른바 지역 명문 광주제일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김남주는 이듬해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부모의 요구를 관행적으로 따르는 … [Read more...] about 1994년 2월, ‘전사’ 시인 김남주 잠들다
1951년 2월, 거창에서 양민 719명 목숨 잃다
산청과 함양에서 무려 705명의 양민을 학살한 뒤 인근 거창군으로 이동한 국군 11사단 9연대(연대장 대령 오익경) 3대대(대대장 소령 한동석)는 1951년 2월 9일 거창군 신원면 덕산리 청연마을로 들어갔다. 군인들은 가옥에 불을 지르고 마을사람들을 눈 쌓인 마을 앞들로 끌어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을 겨냥해 소총과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했다. 눈 덮인 논들은 순식간에 검붉은 피로 얼룩졌다. 학살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마을사람 84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제1차 집단학살, 청연마을 … [Read more...] about 1951년 2월, 거창에서 양민 719명 목숨 잃다
원로 배우 김지영 떠나다
배우 김지영(1937-2017) 씨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연기자로 살아 한국영상자료원 기록만으로도 출연영화가 200편이지만 늘 ‘조연’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팔도 사투리 연기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선보인 배우, 김수용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말투를 가장 잘 흉내 냈다는 배우, 만년에야 그 진가를 조금씩 알리기 시작한 배우 김지영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0편의 영화, 그러나 조연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유족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년간 폐암을 앓으면서 … [Read more...] about 원로 배우 김지영 떠나다
“제국의 위안부”, 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재해석하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가 출간되었을 때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이루고 있는 ‘제국(帝國)’이라는 낱말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이 가치의 근원체라고 믿는 천황에 대한 자기 동일시를 기반으로 하는 절대주의 천황제와 가족주의 국가관을 특징으로 하는 파시즘으로서의 ‘제국주의’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제국'의 위안부일까 왜 저자 박유하는 책의 제목으로 ‘일본(일본군)’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명칭 대신에 ‘제국’이라는 어휘를 선택했을까. … [Read more...] about “제국의 위안부”, 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재해석하다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간도 출신의 조선 청년 윤동주(尹東柱, 1917~1945)가 스물일곱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1943년 7월, 귀향길에 오르려다 일경에 체포된 이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이듬해 3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일제는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윤동주는 학창시절에 축구선수로도 활약할 만큼 건강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수감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쉬 믿어지지 않는 … [Read more...] about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이후 가겨찻집에 첫 번째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를 쓴 게 2013년 10월이다.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 쪽의 회사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현상에 관해서 썼다. 국민은행이 ‘KB(케이비)’라고 쓰기 시작한 이래 계속된 현상은 마침내 ‘NH(농협)’와 ‘MG(새마을금고)’에까지 이르렀다. 워낙 글로벌 시대라 하니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한글 없이 영자로만 쓰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게 … [Read more...] about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1944년 1월 15일 새벽 5시, 베이징의 일본 총영사관 지하 감옥에서 한 조선 청년이 눈을 감았다. 그는 겨울을 봄을 예비하는 ‘강철로 된 무지개’로 여겼던 사람, ‘청포도’와 ‘광야’를 노래했던 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였다. 향년 40세. 1943년 4월에 베이징으로 온 육사는 충칭과 옌안을 오가면서 국내에 무기를 반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7월에 모친과 맏형의 소상(小祥)에 참여하러 귀국했다가 늦가을에 일경에 체포된 뒤 베이징으로 압송되어 새해를 맞은 지 16일 … [Read more...] about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형 문화유산이 되다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김장문화는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2001)이 처음으로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이래,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남사당 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 … [Read more...] about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형 문화유산이 되다
황간, 유니짜장과 노근리
그 짜장면집을 알게 된 것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이름을 딴 한 공중파의 요리 예능프로그램에서다. ‘돼지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 만든 유니[肉泥]짜장’으로 유명하다는 충북의 그 중국집은 군청 소재지인 영동읍이 아니라 황간면에 있었다. 황간의 중국집과 유니짜장면 이내 잊어버리고 만 그 중국집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은 조만간 거길 찾겠다는 동료 덕분이었다. 식구들과 함께 맛난 것을 찾아가는 여행을 즐기는 이였다. 그러나, 조금 멀지 않느냐고 했더니 동료는 … [Read more...] about 황간, 유니짜장과 노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