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3일 10시 45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소재 지방도 제56호선에서 주한 미군 보병 2사단 대대 전투력 훈련을 위해 이동 중이던 부교 운반용 장갑차에 깔려 여자 중학생 두 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그날은 목요일로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 날이었다. 당시 조양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던 열네 살 난 두 여학생 신효순, 심미선은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인도의 구분이 없던 지방도로의 갓길을 걷던 중이었다. 두 여학생은 목적지를 300여 미터 앞두고 변을 당했는데 … [Read more...] about 2002년 오늘: 효순이 미선이 미군장갑차에 희생되다
1926년 청년 노동자 송학선, 총독 사이토를 찌르다
그는 안중근을 흠모한 청년 노동자였다 1926년 4월 28일, 11시께부터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서편의 금호문 부근을 한 청년이 서성이고 있었다. 창덕궁은 이틀 전 세상을 떠난 순종 황제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금호문이 빈소의 출입문으로 쓰이고 있었다. 일제는 순종의 붕어로 3․1운동 때와 같은 거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4월 27일부터 서울 시내의 경찰병력을 증강했다. 돈화문 앞에 임시 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경찰은 물론 기마 순사와 헌병까지 배치하여 삼엄한 경계를 펴고 … [Read more...] about 1926년 청년 노동자 송학선, 총독 사이토를 찌르다
꽃과 나무 알기: 관계의 출발, 삶의 확장
그 꽃을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늦봄이었다.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그 터전이 수몰되면서 집단이주한 구미시 도개면 일선리의 전주 류씨 세거지에서였다. 반듯한 양반가옥의 대문 옆에 피어 있는 분홍빛 꽃이 해맑고 고왔다. 꽃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꽃을 만난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여러 해가 지났다. 그 꽃을 다시 만난 건 대엿새 전이다. 동네 도서관 앞 길가에 그 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단박에 식물∙꽃∙나무 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를 통해 그 꽃의 이름을 … [Read more...] about 꽃과 나무 알기: 관계의 출발, 삶의 확장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의 삶과 생각
얼마 전 쓴 글에서 밝혔듯 나는 요즘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직접 가보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전시의 일부나마 더듬거리며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하면 아이에게 부탁하여 현장에서 판매하는 자료집이나 전단을 대신 구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4월 1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남도전통문화연구소의 한창기 20주기 추모 전시회 《뿌리깊은 나무의 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울로 가는 대신 아이에게 그 전시회에 가 보라고 했고, 아이는 5월 초 … [Read more...] about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의 삶과 생각
8년, 노무현을 다시 배웅하면서
8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죽음을 심상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어서가 아니라 그 죽음은 너무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짧은 유서를 남겼던 그 자신뿐 아니라, 참담한 부음 앞에서 목 놓아 울었던 시민들의 가슴에 화인처럼 찍힌 뜨겁고 아픈 한과 슬픔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꿈과 희망'이고, '환멸'이고 '배신'이었다 그는 내가 표를 주어 당선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재임 기간 중에 … [Read more...] about 8년, 노무현을 다시 배웅하면서
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대구·경북의 대선, 촛불도 소용없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2, 3위 후보가 바뀐 것 빼고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대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투표일 밤 8시, 투표가 완료되고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는 저도 몰래 잠깐 긴장하기도 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 자정을 넘길 때까지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선이 구체화되어 갔지만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적지 않게 쏠쏠했던 것이다. 이튿날, 문재인 후보가 … [Read more...] about 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무기수 김신혜 앞에서 멈춘 ‘정의’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우리는 무심코 남의 물건을 동의 없이 가질 수 있고, 누군가를 속이고 위협하거나 때려서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런 행위의 결과가 곧 절도, 사기, 상해, 살인이라는 형사 범죄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시민은 일생 동안 그런 상황과 무관하게 살아간다. 감옥이나 법원은 말할 것도 없고 파출소에조차 한번 불려가는 일도 없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긴 하지만 누구나 무엇을 훔치고, 누군가를 … [Read more...] about 무기수 김신혜 앞에서 멈춘 ‘정의’
조선인 최초의 경찰서장 윤종화와 그 후예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산다.” 이는 우리 근대사의 상처를 환기해 주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속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해묵은 상처를 헤집는 현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의 대부분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오르면 친일 부역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친일파 출신의 선친이나 조부 덕분에 논란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가까이는 2015년, 선친인 … [Read more...] about 조선인 최초의 경찰서장 윤종화와 그 후예들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에도 ‘기억 투쟁’이 필요하다
한국문인협회가 친일 부역 문인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결국 뜻을 거두어들인 게 지난해 8월이다. 문협은 친일 경력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만 한국 근·현대문학을 선도한 두 문인의 문학적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었다. 당시 민족문제연구소는 육당과 춘원 문학상 제정을 ‘역사 퇴행의 막장 드라마’라며 규탄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막장 드라마는 주체가 바뀌어 계속 진행되고 있었음이 최근 밝혀졌다. 한 출판사가 … [Read more...] about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에도 ‘기억 투쟁’이 필요하다
공병우, ‘세벌식 글자판’ 통일하지 못하고 떠나다
1995년 3월 7일은 유명 안과 의사이자 한글운동가 공병우(公炳禹, 1906-1995) 박사가 노환으로 타계한 날이다. 향년 89세. 안과의사로 특이하게 한글 전용 운동과 한글 기계화와 전산화에 크게 이바지한 공병우는 유언도 남달랐다.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 쓸 만한 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남은 시신도 해부용으로 기증하라. 죽어서 땅 한 평을 차지하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 콩을 심는 게 낫다. 유산은 맹인 복지를 위해 써라.” 장례 후 유족들은 후진들의 의학 … [Read more...] about 공병우, ‘세벌식 글자판’ 통일하지 못하고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