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usnews에 실린 「When You Can't Put Your Feelings Into Words: The Emotional Ignorance of Alexithymia」를 번역한 글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뉴요커>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묻습니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환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그래서 여기 왔는데요.” 농담 같지만 아주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감정표현 … [Read more...] about 당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감정의 언어에 귀 기울이기
사회
펜스 룰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미련한 영국인의 우화 장은미 기자 어떤 영국인이 여관에 머물렀다. 여관 주인은 바가지요금을 씌우려 했다. 대부분의 손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 그런데 이 영국인은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그 때문에 영국인은 며칠 더 묵어야 했다. 원래 일정을 틀어가며 여관에 더 머문 영국인은 분명 손해다. 사람들은 영국인의 행동을 어리석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고 든 영국인 덕분에 이후의 손님들은 바가지요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 사회 전체로 본다면 이득이다. ‘미련한 … [Read more...] about 펜스 룰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한국 보수라는 이름의 유령
보수/진보 이분법이 무익하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여러 번 나왔다. 그러나 요즘 정국은 다른 의미에서 ‘과연 한국 보수라는 말이 실체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러 사람이 그것을 잡으려 하지만 유령처럼 잡히지 않아서, 애초에 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친박세력이다. 박근혜가 아버지인 박정희의 신화까지 껴안고 정치적 동반자살을 한 지금 시국에서 보수가 곧 친박세력이라고 말하기는 껄끄러워졌다. 때문에 정말 … [Read more...] about 한국 보수라는 이름의 유령
공부의 식민지가 된 삶에 대하여
※ 이 글은 엄기호·하지현 선생님의 저서 『공부 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의 서문을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나는 공부의 자식이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로 지금에 이르렀고, 공부로 먹고살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살 것 같다. 공부를 싫어하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살 것 같다. 공부를 싫어하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면 공부하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고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우고 그럴 때마다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는 기쁨을 느낀다. … [Read more...] about 공부의 식민지가 된 삶에 대하여
기자들이 아무렇게나 익명 보도를 남발하는 이유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지난 17일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난 양산 ㄱ 산업에 대해 안전진단 명령과 함께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창원시 신촌동 한 스테인리스 강판업체에서 … 몸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ㄱ(26·진주시 도동천로) 씨가 압사했다.” 위에 인용한 글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전하는 기사 중 일부다. 사고가 발생한 회사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왜 회사 이름을 밝히지 못했을까.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해서? 그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걸 수 있어서? 아니면 로비를 받아서? 셋 … [Read more...] about 기자들이 아무렇게나 익명 보도를 남발하는 이유
공감 교육이 무의미한 이유
공감(empathy)이라는 개념은 오래도록 심리학, 교육학, 조직학, 경영학, 윤리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 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꾸려가는 사회 질서 속에서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가질 수 있는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섣불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협상이나 설득 등 비즈니스 중요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혹은 인간 행복의 기본 뼈대라 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연인, 동료 … [Read more...] about 공감 교육이 무의미한 이유
긍정적인 선입견, 무엇이 문제일까?
※ 본 글은 npr에 게재된 「'Strong' Black Woman? 'Smart' Asian Man? The Downside To Positive Stereotypes」를 번역한 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자 수학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채점한 시험지를 엎어서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면 페이지 끝만 살짝 뒤집어 동그라미 안에 적힌 점수를 확인하곤 했죠. 79점에서 64점으로, 또다시 56점으로, 점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점수를 물어오면 … [Read more...] about 긍정적인 선입견, 무엇이 문제일까?
상대적 빈곤율에 대하여
회사가 공동 연차라 휴무였던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에 볼일도 있고 급하게 처리할 일도 있어 잠시 회사에 나왔다. 아이들 유치원이랑 학교를 다 데려다주고 길을 나서니 아홉 시가 넘었는데 오랜만에 늦은 오전 1호선 전철에 몸을 실었다. 늦은 오전에 탔지만 대략 18년 전 1호선 전철로 인천-서울 통학하던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노인도 많이 보이고 방학을 맞아 서울 구경을 하러 가는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다 대방역 정도에 어느 아저씨가 전철에 탔다. 맨발에 다리도 조금 … [Read more...] about 상대적 빈곤율에 대하여
한진그룹 세 자녀의 꼬리 무는 갑질, 그 이유는
“또 그랬네. 그거 그 집안 가족력인가 봐.” 한진그룹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얘기다. 조양호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그동안 세 자녀의 갑질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던 경우 또한 한두 번이 아니다. 꼬리를 무는 세 자녀의 갑질 이번엔 세 자녀 중 막내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가 물의를 일으켰다. 대한항공 광고대행사와 회의를 진행하는 중에 답변을 제대로 못 … [Read more...] about 한진그룹 세 자녀의 꼬리 무는 갑질, 그 이유는
‘슬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하여
2014년 5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학내 추모 행사 개최,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성명 발표 등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추모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는 대자보들이 나붙었다. 모임, 술자리, 강의실, 과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는 금기가 되었다. 고작 학내 추모공간을 만드는 일,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학교에 불러 이야기를 듣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임을 그때 처음 알았다. 참사 이후 겨우 한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때 이 대자보를 썼다. 그대, 자유로이 … [Read more...] about ‘슬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