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라는 게 말이죠…
1.
우선, 열혈 지지자 그룹 또는 정치 덕후(?)들이 댓글 작업에 나서는 것. 선진 정치 문화에 하등 도움 될 것은 없습니다만, 사실 여기에는 어떠한 법적, 도덕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댓글의 수위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이 적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게 ‘댓글 작업’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죄는 아니죠.
2.
그게 이제 조직 수준으로 발전하면 문제가 되는 건데… 지난 대선 때의 ‘드루킹’이 이 경우겠죠. 우리 법이 동호회의 선거운동을 금하는 만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커지겠지요. 다만 여기에서도 문제는 ‘댓글을 달아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하는 것이 정말 선거운동의 범주에 포함되냐’는 것.
사조직의 선거운동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타이트하면 자생적인 정치 조직 자체를 봉쇄해버릴 우려가 있잖아요. 사실 현행 선거법은 개인의 지지운동까지 옭죌 정도로 너무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고, 이 때문에 오히려 밑바닥 정치, 풀뿌리 정치를 방해하는 게 사실이고요.
물론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하는 게 정치 문화에 좋을 게 없다고 보지만, 지양 수준이 아니라 죄로 여기고 처벌하는 건 역으로 자생적인 정치 문화의 싹을 밟아버릴 우려가 있다는 거죠.
3.
다음으로, 올해부터 시작되었다는,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작업. 여기서부터는 정치 문화에 해일 뿐 아니라 짤없이 여론 조작이기도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마땅히 죄를 물을 필요가 생기죠. 그냥 놔두면 건전한 공론장이 망가지니까.
4.
그리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되는 게 그 조직이 특정 정치인, 정치세력과 ‘결탁’되었을 때. 이게 결국 드루킹 사건의 핵심 논쟁거리죠. 드루킹의 조직과 김경수는 ‘결탁’ 되었는가. 사실 드루킹이 김경수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다량 보냈다는 것 자체는 결탁의 증거가 되지 못해요. 그건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거고, 특히 요즘같은 SNS/메신저 시대에는 누구나 의원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죠. 의원이 그 메시지를 ‘진지하게’ 읽느냐가 문제일 뿐.
지지의 문자도 보낼 수 있고, 반대쪽에선 정치인들이 ‘문자 테러’라고 이르는 반대 문자 세례도 있을 수 있는데, 이걸 ‘결탁’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논란거리는 여기 김경수가 얼마나 발을 담그고 있었는가 하는 거겠죠. 이건 앞으로 수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바인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경찰 측의 ‘메시지 거의 안 읽었다’는 발표가 100% 신뢰할 만한 게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결탁’이라 할 정도의 관계가 드러난 것도 없죠. 그러다보니 경선대회에서 영부인과 잠시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면서, 이게 정권 실세와 연관되어있다는 방증이란 억측에 가까운 추론들이 나오고 있고.
5.
여기에 안철수 등이 과거의 고문에 비견될 만한 행위니 부정선거니 하며 어그로를 끌고 있는데… 12 대선 댓글 공작 같은 경우 주체가 ‘국정원’과 ‘기무사’ 등 국가 조직이었죠. 그냥 국가 조직도 아니고 안보와 기밀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 이걸 도긴개긴으로 퉁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6.
물론 ‘드루킹’은 아직 충분히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정말 여권 실세, 정권 실세와 연관관계가 드러날 여지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2, 3번의 차원에 있죠. 4의 차원이냐 아니냐가 앞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인데, 이 과정에서 언론이 아직 드러난 사실 없이 침소봉대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여기에, 늘 생각했던 문제긴 한데 다시 실감하게 되는 게 TV의 문제. 전문 뉴스 채널이나, TV조선 같은 종편의 탈을 쓴 정치 선동용 매체 같은 곳이 특히 좀 문제지 싶은데… 하루종일 정치 시사 얘기를 하는데, 심도를 깊이 가져가거나 폭 넓게 다양성을 추구하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 반복할 뿐이죠. 아침에 얘기하고 점심에 얘기하고 저녁에 얘기하고 패널 초대해서 얘기하고 하루 종일 똑같은 얘길 하고 있어요.
물론 심대한 정치적 사건, 예를 들어 최순실 사태라거나 MB의 비리라거나 하는 것들은 얘깃거리가 워낙 많기도 하고 심각성도 워낙 크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도 하루 종일 반복 보도함으로써 ‘부풀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생각해요.
드루킹이란 인물은 분명 정치 문화에 해가 되는 인물이에요.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작금의, 언론의 보도 경쟁이 우리 정치문화의 자성,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 형태인가요? 저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할 음식도 없고 군불 떼 줄 손님도 없는데 그냥 연기만 피우고 있는 꼴 같거든요. 물론 훗날 정말 드루킹이 여권 실세와 선이 닿아있다는 게 드러날 수도 있고, 그럼 선지자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선지자 놀음이 정말 언론의 본령인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원문: YEIN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