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즈』 등을 연출했던 벤 휘틀리가 액션 영화를 연출했다. 총기 거래를 진행하는 두 갱단이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는 단순한 플롯을 가진 영화 『프리파이어』는 낡은 창고라는 단 하나의 공간과 13명의 등장인물(목소리까지 14명)만이 등장한 간결한 작품이다. 크리스(킬리언 머피), 프랭크(마이클 스마일리), 버니(엔조 실렌티), 스티브(샘 라일리)는 총을 사러 왔고, 버논(샬토 코플리)과 마틴(바부 치세가), 해리(잭 레이너), 고든(노아 테일러)은 총을 팔려하며, 오드(아미 해머)와 … [Read more...] about 상영관 수와 반비례하는 즐거움 ‘프리파이어’
영화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진짜 보수
전직 야쿠자인 다카하시는 혐오와 싸운다. 수금이나 포주 일을 하던 야쿠자가 혐오와 싸운다는 게 굉장한 넌센스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이다. 다카하시는 아쿠자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뒤 도쿄 코리안타운에서 벌어지는 혐오데모를 목격한다. 사쿠라이가 이끄는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이른바 재특회가 주도하는 혐오데모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혐오데모를 반대하는 사람들, ‘카운터스’의 활동을 함께 목격한다. 재특회가 벌이는 혐오와 차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다카하시는 카운터스의 활동을 … [Read more...] about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진짜 보수
반복 속에서 발견한 사소한 다름들의 기록 ‘패터슨’
※ 이 글은 영화 〈패터슨〉의 사소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글을 닫아 주세요. 뉴저지, 패터슨 시에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이 산다. 영화의 첫 장면, 패터슨은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와 함께 침대에서 아침을 맞는다. 그는 잠에서 깨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시계를 차고, 옷을 입고, 시리얼을 먹은 뒤 아내와 강아지 마빈에게 인사하고 출근한다. 버스 드라이버로 일하는 그는 운행을 시작하기 전 잠시, 점심 도시락을 먹으러 폭포수 앞에 앉아 있는 잠시 … [Read more...] about 반복 속에서 발견한 사소한 다름들의 기록 ‘패터슨’
정공법으로 증명하는 당연하고 단순한 명제,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여권신장운동 바람이 불던 1973년, 여성 테니스 1위인 빌리 진 킹(엠마 스톤)은 남성 선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여성 토너먼트의 상금에 불만을 가진다. 이에 기존의 열리던 토너먼트를 보이콧하고 여성테니스협회를 설립해 여성 선수들만의 토너먼트를 이어간다. 남성 중심의 스포츠 업계의 냉담한 반응에도 빌리 진 킹과 여성테니스협회는 스폰서의 협찬까지 따내면서 나름 성공적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빌리의 이러한 행보를 주목하던 왕년의 챔피언이자 도박을 즐기는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가 … [Read more...] about 정공법으로 증명하는 당연하고 단순한 명제,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국제가격담합 범죄의 내부자들: “당신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나요?”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은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영화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 권력의 추악한 모습들이 비슷한 주제를 담은 영화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병헌(안상수 역)과 조승우(우장훈 검사 역)가 부조리한 권력의 내부자가 되어 충격적인 비리를 폭로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통쾌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며 정의를 바로잡고자 하는 내부자들의 시도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항상 있어왔습니다. … [Read more...] about 국제가격담합 범죄의 내부자들: “당신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나요?”
추리보단 드라마, 절반의 성공 ‘오리엔트 특급 살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레너)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탑승한다. 런던까지 향하는 여정 동안 책이나 읽으며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열차 탑승객 중 한 명이었던 라쳇(조니 뎁)이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함께 열차에 타고 있던 열두 명의 승객, 라쳇의 비서인 맥퀸(조시 게드), 나이 든 공작부인 드라고미로프(주디 덴치)와 그의 하녀 슈미트(올리비아 콜맨), 가정교사 메리(데이지 리들리), 의사 아버스넛(레슬리오덤 주니어), 하드만 교수(윌렘 대포), … [Read more...] about 추리보단 드라마, 절반의 성공 ‘오리엔트 특급 살인’
폭력적인 프레임의 지겨운 루프: ‘해피 데스데이’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공포영화의 명가로 자리 잡은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대학생인 트리(제시카 로테)는 생일을 맞았다. 전날 잔뜩 취해 초면인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의 방에서 자고 일어난 트리는 여느 때처럼 피곤한 하루를 보낸다. 그날 저녁, 파티 장소를 찾아가던 트리는 학교 마스코트인 아기의 가면을 쓴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살해당하는 순간 트리는 다시 카터의 방에서 깨어난다. 범인에게 살해당할 때마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되는 트리는 … [Read more...] about 폭력적인 프레임의 지겨운 루프: ‘해피 데스데이’
의미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것: 단편 영화 ‘남매의 집’
빈곤해 보이는 어느 반지하 방에 어린 남매가 있다. 아버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빨간펜 선생님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받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누군가는 물 한 잔만 달라면서 거칠게 문을 두들긴다. 남매는 남자의 재촉에 못 이겨 문을 열어주고, 그는 두 명의 괴한과 함께 좁은 집안으로 들어온다. 어딘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괴한들은 새장의 새를 죽이기도 하고, 높으신 분이라면서 벨제붑에게 얘기해야 된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 [Read more...] about 의미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것: 단편 영화 ‘남매의 집’
‘배드 지니어스’: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원제: ฉลาดเกมส์โกง 감독: 나타우트 폰피리야 주연: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에이샤 호수완, 티라돈 수파펀핀요, 파신 쿠안사티폰, 타네 와라카누크로, 사린랫 토마스, 에고 미키타스 음악: 비차야 와타나삽 촬영: 파클라오 지라온쿤쿤 15세 관람가 / Color, Black & White / 130분 기회비용.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의 〈배드 지니어스〉는 저 문장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分)은 공부도 … [Read more...] about ‘배드 지니어스’: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전자레인지 돌려 깨우는 3분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 이 글에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20~30년 전쯤 과거로 돌아가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나오는 영화가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이 나오는 영화보다 훨씬 성공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모 트친분이 〈저스티스 리그〉를 보고 남긴 말이다. 1966년 처음으로 배트맨이, 1979년 슈퍼맨이 영화화될 때만 해도, 아니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각의 배트맨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만 해도 〈저스티스 리그〉라는 빅 이벤트가 이렇게 처참한 기록을 남길 … [Read more...] about 전자레인지 돌려 깨우는 3분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