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하고 있다는 영화가 있어서 무슨 영화인지 살펴봤습니다.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였습니다. “미생들이 보면 울컥할 영화”라는 누군가의 한 줄평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리 결론적으로, 별 내용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제 막 영업 사원으로 취직한 다카시는 회사의 수직적인 분위기에 매일을 스트레스와 함께 보냅니다. 아침마다 직원들은 부장님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고 … [Read more...] about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영화
장발장이 먹은 미리엘 주교의 수프 이야기
2012년, 휴 잭맨 주연의 영화 〈레미제라블〉 중에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입니다. 은접시에 퍼주는 음식을 굶주린 장발장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저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화면을 보면 뭔가 고기도 좀 들어있는데 말입니다. 그 음식이 당연히 원작 소설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는 아닙니다만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는 원작 소설에 묘사가 되긴 합니다.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할 때 가정부인 마글루아 부인이 내놓는 미리엘 주교의 평범한 저녁 식사 … [Read more...] about 장발장이 먹은 미리엘 주교의 수프 이야기
딱히 공원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 영화 ‘파크’
일본 도쿄의 이노카시라 공원의 개원 10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가 제작되었다. 1960년대의 공원과 2017년의 공원을 오가며 이어지는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 하시모토 아이, 나가노 메이, 소메타니 쇼타라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젊은 스타들을 캐스팅해 그려내는 이야기. 영화는 캐스팅과 시놉시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국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감성적인 일본 영화의 대열에 낀 수많은 영화 중 한편일 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공원의 100주년을 … [Read more...] about 딱히 공원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 영화 ‘파크’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아홉 문장
김지운 감독은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2년 정도의 간격으로 새 장편영화를 내놓고 있습니다. <밀정>은 그의 8번째 장편영화였죠. 그사이 세 편의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특징은 장르가 매번 바뀐다는 것입니다. <조용한 가족>은 호러 코미디, <반칙왕>은 코미디 드라마, <장화, 홍련>은 호러, <달콤한 인생>은 갱스터 누아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 [Read more...] about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아홉 문장
양가적인 오즈의 카메라,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전후에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속 가족들은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정상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동경 이야기>의 가족은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던 서먹한 관계이며 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이다. <초여름>의 주인공 노리코는 가족이 맺어준 혼사를 거부하고 오빠의 친구이자 홀아비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대가족의 해체를 그려낸다. 그가 전쟁 이후 만들어낸 세 번째 작품인 <만춘>은 이러한 오즈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의 틀을 잡아준 첫 … [Read more...] about 양가적인 오즈의 카메라,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 이 글은 영화 <희망의 건너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관람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희망의 건너편>은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한 시리아 출신의 난민 칼레드(세르완 하지)와 의류 도매업을 접고 식당을 인수한 핀란드인 비크스트롬(사카리 쿠오스마넨)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헬싱키의 한 항구에서 화물선에 실린 석탄더미를 비집고 칼레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 [Read more...] about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영화 “내부자들”과 소름 돋게 똑같은 조선일보 사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주간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권력과 결탁해 여론을 조작하는 역할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검사는(조승우 분) 재벌의 3천억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합니다. 검사는 해외 도피 중인 증인 석명관을 국내로 불러들여 증언하게 합니다. 그러나 유일한 증인이었던 석명관은 재벌이 보유한 성접대 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자살을 합니다. 검찰 조사 도중 석명관이 자살하자, 조국일보 이강희는 ‘검찰의 과잉조사가 초래한 석명관의 자살’이라는 사설을 … [Read more...] about 영화 “내부자들”과 소름 돋게 똑같은 조선일보 사설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 이 글에는 영화 〈직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가장 좋은 장르가 호러/스릴러 장르라는 통계가 있었다. 열 편이 넘어가는 시리즈를 양산해내던 1980년대 슬레셔 영화들을 비롯해 많은 저예산 호러영화가 속편과 아류작을 생산해냈다. 지금은 ‘컨저링 유니버스’로, 또 〈분노의 질주: 더 세븐〉 같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친 제임스 완이 2004년에 연출한 〈쏘우〉 역시 이러한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직쏘(토빈 벨)이라는 미지의 인물이 … [Read more...] about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넷플릭스가 고품질 영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이유
지난 10월 26일 넷플릭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블로거/인플루언서/전문매체를 대상으로 싱가포르에서 미디어 시사 행사를 가졌다. 11월 중순 공개 예정인 마블 드라마 시리즈 ‘퍼니셔(Punisher)’를 선공개하는 자리였다. 행사 이름은 ‘Stay Home. Sign In. Binge on’. 한국어로 옮기자면 ‘집에서. 로그인. 정주행’쯤 될까? 정작 이 행사에 초대된 사람들은 개고생이었다. 전날 저녁 비행기 타고 싱가포르 도착하니 자정. 행사는 다음 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 8시까지 … [Read more...] about 넷플릭스가 고품질 영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이유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진작가와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희생한 주부의 로맨스.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하고 짧은 사랑을 느끼지만 다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여러 영화를 비롯해 소설이나 TV 드라마 등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관람하는 관객은 135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프란체스카(메릴 … [Read more...] about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