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목사의 영원한 짝 박용길 장로 내가 입사한 해였을 거다. 한창 더웠던 7월 31일, 판문점을 거쳐 한 할머니가 북에서 남으로 넘어 왔었지. 북한 사람은 아니고 남한 사람이었어. 박용길 장로. 문익환 목사 사모님이었지. 등 뒤에 한복 차려 입은 북한 처자들이 운집해서 눈물 흘리며 손을 흔드는 가운데 흰색 옷차림의 박용길 장로는 결연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떼면서 남쪽을 향했다. 알다시피 나는 감상적 통일론은 오히려 통일을 멀게 한다고 생각하고 그날 박용길 장로 뒤에서 조국 통일 … [Read more...] about 봄길 박용길 장로와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사랑
국제
조선인과 결혼하고 조선인을 위해 싸우다 숨진 여성: 가네코 후미코
한 일본인 재소자의 죽음 1926년 7월 23일 일본 우쓰노미야 형무소 도치기 지소(支所)에는 긴장이 흘렀어. 재소자 하나가 자살한 거야. 아니 자살을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제까지 살아 숨쉬던 젊은 여자가 시신이 됐어. 그녀는 잡범 나부랭이가 아니라 그 이름도 무거운 국사범 (國事犯)이었다. 일본 천황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감옥에 들어왔고 그로 인해 사형 선고까지 받았으며 천황이 특별히 사면을 내린 은사장을 박박 찢어갈길 정도의 강골이었어. DNA에 관한한 남성보다 … [Read more...] about 조선인과 결혼하고 조선인을 위해 싸우다 숨진 여성: 가네코 후미코
인민군 엘리트 신중철의 귀순
어느 해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1983년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넘어오면서 휴전 후 최초로 공습경보가 울렸고, 중국 민항기가 피랍되어 북한 영공을 통과해 남한의 춘천에 불시착했다. 이를 통해 남한은 왕년의 철천지 원수 중공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부르고 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호칭을 받는 첫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10월에는 전두환 (나는 이 자에게만큼은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을 노린 북한의 아웅산 테러가 있었다. 그 가운데 5월 … [Read more...] about 인민군 엘리트 신중철의 귀순
스파르타가 쇠락한 진짜 이유
몇년 전 영화화되어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 300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스파르타 인들의 전설적인 용맹'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락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불과하며, 많은 허구와 왜곡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줄거리 자체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BC 480년 가을, 바닷가의 협로인 테르모필라에(Thermopylae)에서, 그리스 본토를 침공하기 위해 이 곳을 통과하려는 크세륵세스의 수십만 대군을, 수도 훨씬 적고 가난한 스파르타의 용사들이 상당 기간 … [Read more...] about 스파르타가 쇠락한 진짜 이유
터키의 여성들이 웃고 있다
※ BBC Trending에 올라온 Cordelia Hebblethwaite가 쓴 기사를 전문 번역한 것이다.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웃어서는 안된다. 터키의 부총리인 Bulent Arinc이 월요일 “도덕적 타락”에 대해 한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정숙함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웃어선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터키의 소셜 미디어 상에서 여성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성들은 스스로 웃고 있는 수천장의 사진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 [Read more...] about 터키의 여성들이 웃고 있다
성서에 기반한 반자본주의 운동가: 마틴 루터 킹
※ 이 글은 Obery M. Hendricks가 Huffington Post에 기고한 The Uncompromising Anti-Capitalism of Martin Luther King Jr.를 허락 하 번역한 글입니다. 소제목은 편집자가 임의로 삽입했습니다. 마틴 루터킹의 반자본주의적 삶을 지운 마틴 루터킹 데이 마틴 루터킹 데이가 있은 후로, 공식적으로 그를 기렸던 수천개의 축사가 있었다. 그의 삶과 행적, 사상을 기리는 축사들 가운데, 그가 미국의 자본주의에 완고하게 반대했던 … [Read more...] about 성서에 기반한 반자본주의 운동가: 마틴 루터 킹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그런 농담이 있어. 전 세계에서 중국인을 무시하고 일본인을 깔아보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일본은 그렇다고 치고, 한반도의 주민들이 요즘처럼 중국을 무시하고 살았던 적은 드물 거야. 요즘 중국이 미국에 맞설 만큼 커지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90년대, 전쟁 이후 다시 만난 중국은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후진국’ 또는 ‘싸구려’의 인상으로 다가왔었으니까. 유사 이래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대륙을 차지한 주인이 한족이든 이민족이든 일단 그 땅의 지배자에게 비위를 맞춰 … [Read more...] about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뉴욕 금강산 레스토랑 직원들의 절규: 임금 착취, 강제 예배, 무급 노동
※ 역자 주: 이 글은 gothamist.com의 Workers At Kum Gang San Allegedly Forced To "Volunteer" As Farm Laborers & Beg For Forgiveness를 번역한 글이다. 여행이나 출장으로 외국에 가면, 특히 미국에 가게 되면 한국 음식점을 종종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한국 음식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 착취 문제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 [Read more...] about 뉴욕 금강산 레스토랑 직원들의 절규: 임금 착취, 강제 예배, 무급 노동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
한달쯤 전에 러시아 발 기사가 하나 언론에 보도됐다. 푸틴이 볼고그라드를 스탈린그라드로이름을 바꾸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오보라고 밝히는 얘기였지. 푸틴은 자신이 도시 이름을 바꿀 권리는 없고 도시 의회가 개명을 결의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 소비에트의 낫과 망치의 깃발이 땅에 떨어진지도 사반세기가 돼 가고 레닌그라드는 페테르스부르크가 된지 옛날이며 심지어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은 이미 1961년 스탈린의 이름을 떼내고 볼고그라드로 바꾸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 [Read more...] about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
미녀를 팔아 세운 나라: 발레프스카와 바르샤바 공국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폴란드 땅'이라고 할만 한 도시에 처음으로 입성한 것은 예나-아우어슈테트 전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06년 11월 어느날 저녁 즈음 포젠 (Posen, 또는 포즈난 Poznan)에 에젤망 (Exelmans) 대령이 이끄는 제1 엽기병 대대 (Chasseurs-Cheval)가 입성할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먼저 입성한 선발된 기병들이 군도를 뽑아든 채 시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를 펼쳤으나, 곧이어 보병 부대들이 외곽에 집결한 뒤 시내 광장으로 질서정연하게 … [Read more...] about 미녀를 팔아 세운 나라: 발레프스카와 바르샤바 공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