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사회물리학(Social Physics)이라는 흥미로운 분야를 다룹니다. 수많은 인간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겁니다. 즉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생긴 학문이라고 볼 수도 있죠. 특히 '창조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파헤치고, 이들이 어떻게 어마어마한 혁신을 끌어내는지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책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재미있는 부분 위주로 간단하게 인용해보겠습니다. 사회관계망 속에서 아이디어 흐름 속도를 높이기 위해 … [Read more...] about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빅데이터로 파헤친 인간 행동 패턴
책
“라틴어 수업”에 관한 수업, 혹은 배움과 삶에 관하여
Minima Moralia 라틴어를 다룬 책에 대한 서평이라, 라틴어로부터 시작해봤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라틴어 공부의 주된 동기 중 하나는 지적 허영이니까. 아무튼 최고의 서평이 갖추어야 할 미덕은 모르겠지만, 서평이 견지해야 할 ‘최소한의 도덕’은, 그 책이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밝혀 적절한 독자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첫머리부터 그걸 하려고 한다. 이 책은 라틴어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라틴어를 배우려면 같은 저자의 … [Read more...] about “라틴어 수업”에 관한 수업, 혹은 배움과 삶에 관하여
요즘 뭐 읽냐고 물어주면 좋겠다
싫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은 적어도 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책이 나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박주영 ‘백수생활백서’중에서. 마스다 미리의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는 서점 직원 경력 10년의 쓰치다가 주인공이다. 그녀의 여러 책 중 남자가 주인공인 책이 드물어 눈에 띄기도 하고 서점 직원의 이야기라는 매력적인 … [Read more...] about 요즘 뭐 읽냐고 물어주면 좋겠다
출판사와 일간신문이 작가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시절이 그립다
하여튼 첫 창작집의 인세를 받아가지고 그날로 들어갔더라면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가장이었을 것이다. 악우들에게 잡혀서 받았던 인세를 다 털리며 며칠을 어울려 다니다가 청진동에서 해장하고 초췌한 얼굴로 창비 사무실에 들렀더니 백낙청이 딱하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가서 부인 해산시키라고 어렵사리 돈 구해다 주었더니 집에는 안 들어가고 어디서 오는 길이오?” 내가 약간 후회하는 심정으로 이놈 저놈 원망할 이름들을 떠올리며 앉았는데 그가 다시 물었다. “몰랐어? 부인이 지금 애 낳고 … [Read more...] about 출판사와 일간신문이 작가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시절이 그립다
‘에브리씽 에브리씽’ 달콤하고도 아픈 첫사랑
항상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신체에 병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작은 병을 앓았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떠드는 장소가 무척 싫었다. 사람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 있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지금 떠올려보면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폭력이다. 사람에게 당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은 사람을 끔찍이 싫어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싫어한다'가 아니라 '혐오한다'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다. 긴 시간 동안 사람을 멀리하고자 했고, 마음속에서 사람을 … [Read more...] about ‘에브리씽 에브리씽’ 달콤하고도 아픈 첫사랑
보수와 진보라는 교조주의를 폐기할 때다
보수 vs. 진보, 화해할 수 없는 싸움 원래 의회정치는 겉으로는 충돌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화가 계속 이루어지며 합의를 도출하게 되는 법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등이 말하는 소위 ‘정무적인’ 과정이 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좌파와 우파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자유한국당은 온갖 구실을 붙여 의회 활동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좌우 중앙의 타협 가능한 영역이 점점 없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 [Read more...] about 보수와 진보라는 교조주의를 폐기할 때다
엉망진창 속에서 ‘상상 이상의 결과’가 피어난다
프랭클린은 결코 질서정연하게 살지 못했다 금연, 다이어트, 어학공부. 우리는 굳은 결심을 세우고 나면, 비록 그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두어 달 쓰고 말 시스템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장만해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빼곡히 적어 넣기도 한다. 그렇게 자기계발과 정리정돈을 시도하고 실패하며 1년을 보내고 나면 새로운 1월이 다가오고, 우리는 다시 계획을 세운다. 최근 출간된 『메시-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의 저자 팀 하포드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무질서의 마법을 … [Read more...] about 엉망진창 속에서 ‘상상 이상의 결과’가 피어난다
강요된 ‘자연스러운’ 역할
남성의 성욕은 ‘자연’ 그 자체다. 우주의 섭리, 고정불변의 진리, 결코 변치 않을 거대한 말씀과 같은 위상을 가진다. 성욕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남성의 성욕’이 가진 의미는 과하게 부풀려져 있으며 어떤 결과를 막론하고 성욕이라는 ‘동기’를 들이대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반면 여성의 성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의미를 가진다. 세속화되지 못한 여성의 성욕은 신성화되거나 악마화되기 일쑤다. 여성의 성욕: 악마와의 결탁 FOX에서 방영된 … [Read more...] about 강요된 ‘자연스러운’ 역할
종이 책은 결코 비싸지 않다
2016년 세밑에 나는 전직을 꿈꿨다. 17년 정도 마케팅을 하다 보니, ‘갑’인 시절도 있었고 ‘을’인 시절도 있었다. 나이도 40대 중반이니 갑-을 관계를 떠나 정직한 땀을 흘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데나 갈 수는 없었다. 때마침 업계 사장님으로부터 일자리를 추천받았다. 그 사장님의 말로는 기계를 다루는 일이고, 두어 달 고생하면 월급도 오르며, 서너 달이면 대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솔깃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중간관리자라는 핑계로 술만 처먹은 내게 이런 호재가 … [Read more...] about 종이 책은 결코 비싸지 않다
홍종우는 김옥균을 죽이고 이승만은 살렸다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은 정변에 실패한 이후 일본으로 망명해 오랜 도피 생활을 했다. 낯선 조선사람이 다가오면 고종이 보낸 암살자일까 늘 노심초사했고, 조선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두려워한 일본은 그를 홀대했다. 그러나 결국 김옥균은 고종이 보낸 홍종우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1894년 3월 28일 상해에서의 일이었다. 그렇게 김옥균을 암살한 인물 정도로만 알려진 홍종우가 이승만을 살렸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최근 출간된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에는 이런 장면이 … [Read more...] about 홍종우는 김옥균을 죽이고 이승만은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