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사회물리학(Social Physics)이라는 흥미로운 분야를 다룹니다. 수많은 인간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겁니다. 즉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생긴 학문이라고 볼 수도 있죠. 특히 ‘창조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파헤치고, 이들이 어떻게 어마어마한 혁신을 끌어내는지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책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재미있는 부분 위주로 간단하게 인용해보겠습니다.
사회관계망 속에서 아이디어 흐름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다행히 그러한 일들은 아주 많다.
1985년 카네기 멜론 대학의 밥 켈리는 이후 ‘벨 스타’라는 연구를 추진했다. 최고 연구소라 할 수 있는 벨 연구소에서, 어떤 요인이 스타 연구원과 일반 연구원을 나누는가에 관해 더 많은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
그것은 과연 선천적인 재능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학습인가?
- 63쪽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세계 최고의 연구소라 할 수 있는 벨 연구소에 모여든 사람은 최고의 인재들인데, 정작 이들 중 소수만이 커다란 성과를 낸 이른바 ‘스타’ 연구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여기서 켈리가 발견한 것은 스타 성과자들이 ‘예비적 탐험’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중에 중요한 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전문가들과 긴밀한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스타 성과자들의 네트워크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일반 직원들의 네트워크와 달랐다.
첫 번째, 그들은 네트워크 속에 있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다 신속한 반응과 도움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스타 성과자들은 시간을 허비하거나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두 번째, 스타 성과자들의 네트워크는 더욱 다채롭다. 일반 성과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 입장에서만 외부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강요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스타들은 네트워크 속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나 경쟁자 혹은 관리자의 다양한 관점들을 자유롭게 취한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들은 문제에 대해 더 나은 해결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64쪽
간단하게 말해 똑똑한 괴짜들이 자기 업무랑 별로 상관없는 사람과도 어울리게 만들어 놓아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클러스터가 중요하죠. 연구자들을 세종이나 음성, 진주 등 방방곡곡에 모조리 흩어놓은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사회물리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벨 연구소의 경험이 최근에도 현실에 잘 부합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저자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2004년 소시오메터 배지라는 장비를 활용해, 2주일에 걸쳐 네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상호작용을 추적하면서, 1인당 평균 66데이터 시간 동안 1/1000초 단위로 기록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한 바는 활기 넘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호 작용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그리고 대화에 더 자주 참여했던 사람들이 사회 관계망 내부의 아이디어 흐름 속도를 높이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세계적으로 창조적인 다양한 인물을 만났을 때도 똑같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은 이러한 탐험활동은 아이디어 흐름 속도를 높인다.
- 64~65쪽
한국 과학계가 강력한 정부 지원에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위계적 질서 속에서는 똑똑한 괴짜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주도하기 힘들겠죠.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