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힘든 일이 뭔 줄 아세요? 정치경제학을 읽는 일이에요. 특히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들(경찰)은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을 읽지 않을 거예요." 위로의 말치곤 참 얄궂다. 막 탈고한 『자본론』을 경찰에 빼앗긴 뒤 아내 예니가 남편 마르크스에게 해준 말이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마르크스가 한마디 한다. "그런데 말이오. 정치경제학을 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뭔 줄 아시오? 그건 바로 정치경제학을 쓰는 … [Read more...] about 역사 지식의 역설: 예상 가능한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색한 한자어를 바로잡기만 해도 글은 달라진다
“음악에 도무지 소질이 없고 음악 지식도 별로 없는 나는 이 책을 준비하기 전까지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적>이 ‘말을 탄 도적 떼’인 줄 알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읽어 본 일이 없는 나는 도서관 서가에서 <사자들>이 보일 때마다 ‘사자처럼 용맹한 투사들’을 떠올렸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여적 읽어 보지 않았는데, 그 뜻을 알기 전에는 ‘신통방통한 영웅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다 같은 한국어인데 왜 이리 어려운가. 독자가 헷갈릴 수 있는 여지를 … [Read more...] about 어색한 한자어를 바로잡기만 해도 글은 달라진다
책과 함께 하는 늦은 피서 : 이 또한 지나가리라!
휴가같이 달콤한 책들을 만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었다. 요즘 유행하는 패러디 유머 중 하나인데요. 유머라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에요. 요는 ‘늦었다’의 의미일 텐데요. ‘늦은’ 것은 단지 늦은 것이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차가 밀려 영화 상영시간에 극장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늦은 거고, 게으름 피우다 강의시간에 지각했다면 그건 분명 늦은 거죠. 그러나 영화는 상영되고 있고, 강의는 한창 진행되고 있어요. 늦게라도 들어갈 것인지, 조금 늦었다고 포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 [Read more...] about 책과 함께 하는 늦은 피서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대가들이 말하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아내가 사망한 날, 나는 다음의 세 가지를 결심했다. 일찍 일어나기, 시간 아껴 쓰기, 일기 쓰기.” 『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에서 소개하는 새뮤얼 존슨의 말이에요. 일찍 일어나고 시간을 아껴 쓰겠다는 다짐이야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지만 왜 하필 아내를 잃고 나서 그는 일기 쓰기를 결심하게 되었을까요. 짐작건대 그에게 아내의 사망은 곧 아내와 함께했던 기억의 죽음이고, 따로 기록해 둔 글이 없다면 그건 아내와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테지요. 그걸 자각한 순간 … [Read more...] about 대가들이 말하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겸손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에고라는 적』
읽다 보면 과거의 내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 10년 전, 20년 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보다 나은 결정을 했을 테고, 보다 나은 지금의 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선물하고 싶은 과거의 내 모습은 좌절한 나일 수도, 슬픔에 젖어 있는 나일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에고라는 적』(흐름출판)을 선물하고 싶은 과거의 나는 작은 성취에 우쭐해 하던 때의 나다. 그러고 보니 한때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성취에 취해 겸손함을 잃고 … [Read more...] about 겸손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에고라는 적』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정치, 못해도 괜찮다. 상식만 지켰으면 좋겠다. 경제, 몰라도 괜찮다. 걸림돌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보, 몰라도 괜찮다. 악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 융성 안 해도 괜찮다.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외교, 못해도 괜찮다. 망신 행보만 안 했으면 좋겠다. 일자리, 못 늘려도 괜찮다. 있는 것만 지켰으면 좋겠다. 기업, 지원 안 해도 괜찮다. '삥'만 뜯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금, 안 깎아줘도 괜찮다. 허튼 데 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역사, 잘 몰라도 괜찮다. … [Read more...] about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읽기와 쓰기는 한 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 이런 질문은 좀 공허하긴 해요. 현실적으로 묻자면,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글로 써서 표현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이라면 대략 감이 잡히죠. 제가 알기로 대부분이 글쓰기를 두려워해요. 강도가 다를 뿐 글쓰기에 대한 부담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테고요. 그러니 생각과 글이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전문 작가가 되라는 게 아닌데도 그래요. … [Read more...] about 읽기와 쓰기는 한 몸입니다
농민 백남기 씨를 통해 소환된 24년 전 그 날의 기억
※ 이 글은 2015년 11월 24일에 최초 발행된 게시물입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가 한국이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처져 있다. 이 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대한다." 화제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저, 민음사 펴냄, 2015년)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설의 도처에서 오늘날의 현실을 직격하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위의 문장이 뇌리 깊숙이 못질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나 지금이나 … [Read more...] about 농민 백남기 씨를 통해 소환된 24년 전 그 날의 기억
당신도 빅뱅을 알아야 하는 이유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통합과학 교육은 과학의 모든 분야를 하나의 틀 내에서 다루려는 시도이다. 대학입시라는 괴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통합과학은 '빅뱅' 우주론으로 시작한다. 빅뱅이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자, 그럼 이제부터 빅뱅이 왜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스마트폰에서 시작해보자 스마트폰이 작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충전기는 발전소에서 보내준 220볼트의 전기를 5볼트로 바꾸어 스마트폰에 공급한다. … [Read more...] about 당신도 빅뱅을 알아야 하는 이유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
다애는 아침 일찍 학원에 갔나 보다. 고등학생이 되더니 제법 공부에 열의를 보인다. 기특하다 싶었는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방이 엉망이다. 침대며 책상이며 바닥이며 어디 한 군데 정리된 곳이 없다. 바닥엔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고, 책상은 책상인지 화장대인지 모를 지경이다. 학용품과 화장 용기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한숨이 절로 난다. 다정이는 모처럼 푸욱 잤나 보다.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엄마가 시킨 과업을 열심히 수행한다. 세탁기의 세탁물에 피존을 넣고, 재활용 쓰레기를 … [Read more...] about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