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못해도 괜찮다. 상식만 지켰으면 좋겠다.
경제, 몰라도 괜찮다. 걸림돌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보, 몰라도 괜찮다. 악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 융성 안 해도 괜찮다.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외교, 못해도 괜찮다. 망신 행보만 안 했으면 좋겠다.
일자리, 못 늘려도 괜찮다. 있는 것만 지켰으면 좋겠다.
기업, 지원 안 해도 괜찮다. ‘삥’만 뜯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금, 안 깎아줘도 괜찮다. 허튼 데 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역사, 잘 몰라도 괜찮다. 획일화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과학, 노벨상 못 받아도 괜찮다. 간섭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권, 신장 안 시켜도 괜찮다. 유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 혁신 못해도 괜찮다. 차별 없이 밥만 먹여주면 좋겠다.
위안부, 해결 못해도 괜찮다. 굴욕 합의나 안 했으면 좋겠다.
시민사회, 이해 못해도 괜찮다. 이적단체로 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 관심 없어도 괜찮다. 불법해고나 안 했으면 좋겠다.
농민, 먹여 살리지 않아도 괜찮다.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공직기강, 바로잡지 못해도 괜찮다. 들쑤시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친인척 관리, 느슨해도 괜찮다. 설치지만 않게 하면 좋겠다.
측근 비리, 근절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전횡과 횡포만 막았으면 좋겠다.
인사, 공평하지 않아도 괜찮다. 비리백화점만 아니라면 좋겠다.
언변, 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알아듣게만 말했으면 좋겠다.
결론. 훌륭한 대통령은 못 돼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사람이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2017년
작년 10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당시에 썼던 글이에요. 가볍게 쓴 글인데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지요. 언론에선 지면으로 퍼날랐고, 페이스북에선 수백 수천의 공유와 댓글, 좋아요로 호응했죠.
이제 좀 더 냉정하고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 두 번째’를 생각해 봤어요.
첫째, 국가운영의 시스템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진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작금의 문제가 헌법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갑론을박이 있는데요. 저는 둘 다 문제라고 봐요. 그러니 개헌도 필요하고 사람 물갈이도 필요한 거죠.
둘째, 경제구조의 모순을 보다 혁신적으로 다룰 수 있는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아울러 노동의제를 우선순위에 놓았으면 좋겠고요.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셋째, 안보와 외교를 전향적으로 다룰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더 이상 안보문제를 정권의 이해관계로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외교의 기본방향을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쪽으로 정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인 줄 알지만요.
넷째,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문화와 예술은 지원이나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자유로운 창조의 영역임을 깊이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문화예술인을 줄 세우지도 말고, 배척하지도 말았으면 좋겠어요.
다섯째,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불통이 낳은 폐해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죠. 소통은 의지의 문제이지 방식의 문제는 아니예요. 권위의식을 내려놓는 순간 소통은 시작되니까요. 부디 구중심처에 스스로 유폐하지 말고 국민 곁에 있는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원문: 최준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