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에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속 가족들은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정상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동경 이야기>의 가족은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던 서먹한 관계이며 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이다. <초여름>의 주인공 노리코는 가족이 맺어준 혼사를 거부하고 오빠의 친구이자 홀아비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대가족의 해체를 그려낸다. 그가 전쟁 이후 만들어낸 세 번째 작품인 <만춘>은 이러한 오즈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의 틀을 잡아준 첫 … [Read more...] about 양가적인 오즈의 카메라,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영화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 이 글은 영화 <희망의 건너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관람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희망의 건너편>은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한 시리아 출신의 난민 칼레드(세르완 하지)와 의류 도매업을 접고 식당을 인수한 핀란드인 비크스트롬(사카리 쿠오스마넨)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헬싱키의 한 항구에서 화물선에 실린 석탄더미를 비집고 칼레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 [Read more...] about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영화 “내부자들”과 소름 돋게 똑같은 조선일보 사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주간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권력과 결탁해 여론을 조작하는 역할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검사는(조승우 분) 재벌의 3천억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합니다. 검사는 해외 도피 중인 증인 석명관을 국내로 불러들여 증언하게 합니다. 그러나 유일한 증인이었던 석명관은 재벌이 보유한 성접대 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자살을 합니다. 검찰 조사 도중 석명관이 자살하자, 조국일보 이강희는 ‘검찰의 과잉조사가 초래한 석명관의 자살’이라는 사설을 … [Read more...] about 영화 “내부자들”과 소름 돋게 똑같은 조선일보 사설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 이 글에는 영화 〈직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가장 좋은 장르가 호러/스릴러 장르라는 통계가 있었다. 열 편이 넘어가는 시리즈를 양산해내던 1980년대 슬레셔 영화들을 비롯해 많은 저예산 호러영화가 속편과 아류작을 생산해냈다. 지금은 ‘컨저링 유니버스’로, 또 〈분노의 질주: 더 세븐〉 같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친 제임스 완이 2004년에 연출한 〈쏘우〉 역시 이러한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직쏘(토빈 벨)이라는 미지의 인물이 … [Read more...] about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넷플릭스가 고품질 영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이유
지난 10월 26일 넷플릭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블로거/인플루언서/전문매체를 대상으로 싱가포르에서 미디어 시사 행사를 가졌다. 11월 중순 공개 예정인 마블 드라마 시리즈 ‘퍼니셔(Punisher)’를 선공개하는 자리였다. 행사 이름은 ‘Stay Home. Sign In. Binge on’. 한국어로 옮기자면 ‘집에서. 로그인. 정주행’쯤 될까? 정작 이 행사에 초대된 사람들은 개고생이었다. 전날 저녁 비행기 타고 싱가포르 도착하니 자정. 행사는 다음 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 8시까지 … [Read more...] about 넷플릭스가 고품질 영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이유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진작가와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희생한 주부의 로맨스.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하고 짧은 사랑을 느끼지만 다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여러 영화를 비롯해 소설이나 TV 드라마 등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관람하는 관객은 135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프란체스카(메릴 … [Read more...] about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
뒤집힌 세계처럼 맞물린 과거와 지금의 공존 ‘기묘한 이야기 2’
우리는 1980년대를 추억한다. 꼭 198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J.J. 에이브람스의 〈슈퍼 에이트〉로 시작해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그것〉에 이르기까지, 또한 a-ha부터 데이빗 보위까지 다양하게 차용되는 〈라라랜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영화 속 1980년대 팝 음악부터 아케이드 스타일을 차용한 〈토르: 라그나로크〉 같은 영화까지 우리는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추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동시에 지금의 세대에게도 〈인디아나 존스〉 … [Read more...] about 뒤집힌 세계처럼 맞물린 과거와 지금의 공존 ‘기묘한 이야기 2’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죽여버리자: ‘메이헴’
※ 이 글은 영화 <메이햄>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ayhem’대혼란, 아수라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이다. 조 린치 감독의 B급 영화 <메이헴>은 제목 그대로의 아수라장을 담아낸다. 영화는 변호사인 데릭 조(스티븐 연)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사람들의 분노, 성욕, 우울 등의 본능을 극대화시키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한 회사원이 직장 상사를 펜으로 찔러 죽이는 사태가 발생한다. 데릭 조는 이 사건이 … [Read more...] about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죽여버리자: ‘메이헴’
늦기 전에 ‘블레이드 러너’를 봐야하는 이유
사람들은 미래라는 단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단언할 수 있는 건, 우리는 도통 그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으로, 누군가에게는 희망적으로, 때문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때론 대책 없이 낙관적일 수도 있고, 때론 너무하다 싶을 만큼 냉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 그것도 가깝고 현실적으로 상상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극히 호불호 갈리는, 또는 철저한 마니아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SF 장르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것도 그 … [Read more...] about 늦기 전에 ‘블레이드 러너’를 봐야하는 이유
왜 일본은 음식영화가 발달했을까?
가끔 일본 음식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일본음식’ 영화가 아니라 일본 ‘음식영화’, 즉 일본에서 주로 나오는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말한다. 대단한 서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음식 그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으면서,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일본만의 정갈한 영상미가 살아 있는 그런 영화. 음식영화 천국, 일본 일본은 음식영화의 천국이다. <담뽀뽀>, <카모메식당>, <하이와언 레시피>, <토일렛>, … [Read more...] about 왜 일본은 음식영화가 발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