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흉가는 별 게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으면 그 집은 흉가가 된다. 멀쩡히 도배 깔끔하게 해 놓고 비워 놓은 집에 며칠만에 갔더니 에어컨 배관 구멍으로 새가 들어와 새똥을 갈기고 간 걸 보았다. 사람 손을 안 타면 그렇게 집이 망가진다. 거미가 줄을 치고 벌레가 모여들고 쥐들도 대담해진다. 그러다보면 흉가가 되는 것이다. 흉가가 되면 가끔 사람들이 온다. 흉가 구경한다고. 경향 각지에는 의외로 흉가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흉가도 하나 둘이 아니다. 나도 촬영차 그 몇 … [Read more...] about 흉가의 이유
역사
전서 비둘기 이야기: 비둘기, 전쟁 훈장을 받다
1. 들어가며 사람과 친밀한 동물이라고 하면 흔히들 개와 말을 꼽는다. 하지만 수십 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둘기가 쉽게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에야 도심의 흉물 '닭둘기'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기까지 했지만, 한때 평화와 우정의 상징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이 되기 전에도 비둘기는 특유의 귀소본능과 방향감각으로 우편 배달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융숭한 대접을 받아 왔다. 비둘기는 최고 70km를 넘나드는 시속으로 500~600km를 비행할 수 … [Read more...] about 전서 비둘기 이야기: 비둘기, 전쟁 훈장을 받다
1991년 1월 30일, 나는 짐승을 죽였다
바람이 끊이지 않고 몰아치던 지리산 자락, 전라북도 남원의 어느 집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남자 나이 쉰 다섯. 그는 식칼에 찔려 피살됐다. 살인자는 나이 서른의 가정주부였다. 치정관계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났고 돈 문제가 얽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원한 관계였다. 그런데 그 원한은 무척이나 것이었다. 무려 21년 전 우물가에 물 길러 갔던 아홉 살의 소녀는 잠깐 이리 와 보라는 아저씨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갔고, 그만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홉살 소녀의 고통과 … [Read more...] about 1991년 1월 30일, 나는 짐승을 죽였다
지난 80년간 세계사를 뒤흔든 7대 정상회담
※ The Economist의 「80 years of summits in seven charts」를 번역한 글입니다.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이후 북한과 미국의 정상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 더욱 역사적인 이유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정상회담은 세계사에 종종 있었습니다. 다만 회담의 결과가 끝내 … [Read more...] about 지난 80년간 세계사를 뒤흔든 7대 정상회담
6월항쟁 이브, 역사를 뒤바꾼 사진 한 장
결전 대학 입학한 첫 해 6월은 뜬금 없는 통일 논의로 시끄러웠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부르며 홍제동에 드러누운 사람들을 훑는 비디오를 보면서 한켠으로는 가슴이 뜨거워지다가도, 한켠으로는 ‘공동올림픽’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흰눈을 치켜뜨는 일상을 보내던 중 선배가 또 하나의 비디오를 보여 주었다. 그건 87년 6월항쟁 비디오였다. 10.28 건대와 박종철 학생의 이야기가 지나간 후 등장한 것은 학교 정문 앞에 붙여진 ‘결전 1일전’이라는 알림판이었다. 박종철 학생의 아버지 … [Read more...] about 6월항쟁 이브, 역사를 뒤바꾼 사진 한 장
독일의 백장미, 피어나다
1943년 초, 전 유럽을 집어삼킬 듯 하던 나찌 독일의 기세는 꺾였다. 2월 2일 스탈린그라드에서 악전고투하던 독일 6군이 항복함으로써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끝난 것이다.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전투였고, 이 이후 독일은 노도와 같은 소련의 반격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 시점만 해도 독일은 막대한 영토와 인력을 장악하고 있었고, 스탈린그라드의 패전이 독일의 패망의 전조라고 보기엔 아직 전쟁의 참혹한 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찌의 독일 지배 시대는 광기의 암흑이 … [Read more...] about 독일의 백장미, 피어나다
영국 산업혁명의 진정한 원동력은 ‘전쟁’
※ Quartz의 「Wars, not just genius, fuelled Britain’s industrial revolution」을 번역한 글입니다. 18세기 영국이 농업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 전환할 수 있던 원동력은 각각 증기 기관과 면화 공장으로 상징되는 기술 혁신과 기계화였다는 것인 일반 통념입니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프리야 사티아 영국 역사학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총의 제국(Empire of Guns)』에서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산업 … [Read more...] about 영국 산업혁명의 진정한 원동력은 ‘전쟁’
1965년 5월, 일평생 가난과 싸워야 했던 국민화가 박수근 떠나다
1965년 5월 6일 새벽 1시,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이 간 경화증으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자택에서 평생을 가난과 싸워야 했던 고단한 삶을 거두었다. 향년 51세. 4월 초에 청량리 위생병원에 입원했다가 회복이 어렵게 되자 퇴원한 지 하루 만이었다.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가난으로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했던 화가는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일가를 이루었지만 살아생전에 끝내 그 가난을 벗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크리스천이었으나 예술적 좌절을 이기고자 … [Read more...] about 1965년 5월, 일평생 가난과 싸워야 했던 국민화가 박수근 떠나다
소금장수 아들 이의민, 고려 무신정권 장군이 되다
고려 무신정권의 이의민 장군은 격동의 역사에서 미천한 신분으로 권력자에 오른 인물입니다. 무신 이의민은 고려 의종 때 무신정변이 일어난 이후 실권을 쥐었습니다. 외적과의 전투에서 세운 공보다는 무신정권의 내부 권력 다툼에서의 권력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저 소금장수 이의민으로 평생 살았을지도 모르는 그가 어떻게 고려의 장군이 되었는지, 그의 삶을 따라가 봅니다. 고려 무신정변과 이의민 소금장수 아들이 어떻게 고려 무신정권의 장군이 되었는지 보기 전에 무신정변이 … [Read more...] about 소금장수 아들 이의민, 고려 무신정권 장군이 되다
1890년 첫 메이데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첫 노동절 행사, '노동이 멈추면 세계도 멈춘다' 1890년 5월 1일은 역사상 첫 번째 메이데이(노동절)였다. 많은 국가의 노동자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의 형편에 맞는 형식과 방법으로 메이데이 행사를 벌였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는 1일 총파업의 형태로, 독일과 영국에서는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저녁 시간 대중 집회의 형식으로 첫 노동절 행사를 치렀다. 노동자들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며 파업과 시위를 벌이자, 자본가들은 이들의 메이데이 기념 … [Read more...] about 1890년 첫 메이데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