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어쩌다 과외 수업을 맡게 된 적이 있다. 맡게 된 학생은 한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고등학교 3학년 따님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느지막이 귀가하는 학생이었으니, 오후 10시가 지나 시작해서 자정을 넘겨야 끝이 나곤 했다. 수업을 시작할 때면 거실에서는 여지없이 TV 소리가 났다.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고3과의 수업을 마치고 방문을 나서면, 불 켜진 거실의 TV 소리를 자장가 삼아 소파에서 잠든 교감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 [Read more...] about 고대의 학문, 현대인의 공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역사
2000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다
2000년 12월, 고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메인 홀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홀은 그가 추진해 온, 남북 화해를 위한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노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김대중은 같은 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선언’을 끌어낸 바 있었다. 두 달 전인 10월 13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및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 [Read more...] about 2000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다
1934년 12월, 국민시인 김소월 서른둘에 지다
1934년 12월 24일 아침 8시, 평안북도 곽산(郭山)의 집에서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1902~1934)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전날, 곽산 장(場)에서 사 온 아편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그의 돌연한 죽음을 짤막하게 전한 매체는 《동아일보》였다. 한가히 향촌 생활을 하는 소월 김정식이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자택에서 24일 오전 8시에 돌연 별세했는데 그가 최근까지 무슨 저술에 착수 중이었다 한다. 당시 신문 기사는 그가 임종한 곳이 평북 구성이라고 … [Read more...] about 1934년 12월, 국민시인 김소월 서른둘에 지다
이집트 문명, 인류의 불가사의 ‘피라미드’를 통해 탐험하는 3가지 방법
이집트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인류 최고의 불가사의로 늘 손꼽히는 피라미드일 것이다. 그런데, 이 피라미드만 공부해도 이집트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피라미드는 왕의 무덤이다. 그 거대한 크기만큼 강력한 왕권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피라미드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을 통해 5000년 말도 안 될 만큼 긴 이집트 왕권의 부흥과 쇠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듯 낯선 이집트에 대한 강의는 유명 고고학자 곽민수가 진행했다. 그와 함께 … [Read more...] about 이집트 문명, 인류의 불가사의 ‘피라미드’를 통해 탐험하는 3가지 방법
맥심은 어떻게 커피의 동의어가 되었을까?
“맥심을 모르는 민족에게 커피란 없다” 쌀쌀한 아침 공기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주방에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는 소리. 잔에 물이 부어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기가 집안을 맴돌고, 엄마 아빠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커피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기억이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걸? 이런 기억 덕분에 출근 때마다 주머니에 커피믹스 2봉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곰과 호랑이도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던데, 매일같이 2봉의 맥심 모카골드를 15년 … [Read more...] about 맥심은 어떻게 커피의 동의어가 되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 르네상스
1.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문화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일찍이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면 GE의 잭 웰치, 이른바 웰치즘(Welchism)이 '최고만 일하는 회사를 구축하는 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MS의 스티브 발머는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와 유사한 면이 많았다. 둘 다 회사를 스포츠팀에 비유하기를 좋아했고, 성과 측정을 저성과자를 내보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발머는 스포츠 라이벌 느낌으로 경쟁자의 사진을 책상위에 놓고 항상 노려볼 것을 … [Read more...] about 마이크로소프트 르네상스
근대 조선의 저력은 ‘호랑이 포수’에게 있었다? 장교출신 역사덕후가 말하는 조선 전쟁사의 6가지 순간
1. 근대 조선의 전쟁은 ‘폭염 속 진흙탕’과의 싸움이다: 신미양요를 보는 새로운 시선 당신이 서구 열강의 군대와 맞서는 조선 말기의 병사라고 상상해보자. 무장은 임진왜란 때 쓰던 조총이 전부다. 방탄복은 이불처럼 두꺼운 누비 솜옷이 전부다. 입는 즉시 몸놀림이 둔해질 뿐더러, 죽도록 덥다. 서양 오랑캐의 배는 먼 바다에서부터 포탄을 쏘아 대는데, 우리 조선의 포탄은 닿지도 않을뿐더러 운 좋게 몇 발 맞춰도 적의 철갑선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조상님의 나라라고 해도, 약소국의 병사가 … [Read more...] about 근대 조선의 저력은 ‘호랑이 포수’에게 있었다? 장교출신 역사덕후가 말하는 조선 전쟁사의 6가지 순간
김동인, 혹은 ‘문필보국’의 전범
김동인은 우리 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춘원 이광수와 함께 초기 현대소설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소설 문장을 과거형 시제로, 영문의 ‘he’와 ‘she’에 대응하는 ‘그’와 ‘그녀’라는 삼인칭 대명사를 정착시킨 게 이들 작가인 것이다. 김동인의 아버지는 평양의 대부호인 기독교 장로 김대윤, 일제 강점기 때 각종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고 제헌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동원이 이복형이다. 동인은 일본 유학 중이던 1919년 2월, 도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 … [Read more...] about 김동인, 혹은 ‘문필보국’의 전범
법 위에 맛있는 맥주가 있다? 맥주순수령을 버틴 밀맥주
떡볶이의 나라 한국에서 ‘밀떡볶이가 맛있나, 쌀떡볶이가 맛있나’의 논쟁이 있다면,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보리로 만든 일반 맥주와 밀맥주의 논쟁이 있다. 보리맥주가 쌉싸름하고 시원한 매력이 있다면 밀맥주는 거품이 부드럽고 달달한 느낌이랄까. 요즘 같은 쌀쌀함에도 잘 어울리는 맥주다. 하지만 밀맥주는 많은 위기가 있었다. 맥주는 정한 재료로만 만들라던 ‘맥주순수령’의 리스트에 보리만 들어가고 밀이 들어가지 않은 것. 이걸 견디니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들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밀맥주는 … [Read more...] about 법 위에 맛있는 맥주가 있다? 맥주순수령을 버틴 밀맥주
독일의 분열과 통일
1. 1945년 이후의 독일의 분열과 통일 과정에서의 주요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말한 대로 독일은 비스마르크가 통치하던 독일 제국 시대에 최초로 민족 국가가 되었다.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서는 매우 뒤진 경우이다. 그러나 그 뒤에 놀라운 속도로 국력을 신장시켜서 비록 패배했지만 제1차·제2차 세계대전을 실질적으로 일으킬 정도로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여파로 1945년부터 4년간 4개 승전국의 군정청의 통치 아래 있다가 1949년 비로소 나라를 다시 세우게 … [Read more...] about 독일의 분열과 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