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가 쓴 『총, 균, 쇠』는 자주 들어 낯익은 제목만으로 몇 번이나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정도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책인데, 사실 책을 집어 읽기 전에는 이름값에 대한 걱정이 조금 있었다. 사람이든 책이든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기대 수준이 제각각인 탓이 크다. 잔뜩 기대하며 집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명허전(名虛傳)’에 가까웠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 글에서 『총, … [Read more...] about 759쪽짜리 책이 3판 42쇄까지 찍은 이유: 『총, 균, 쇠』
역사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들은 어떻게 혈우병을 얻게 된 걸까?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혈우병(Hemophilia B)의 보인자(Carrier)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죠. 혈우병은 X 염색체의 반성유전이고, 따라서 XX인 여자에게는 표현형이 잘 나타나지 않으나 보인자가 엄마인 아들에게는 1/2의 확률로… 그리하여 '유럽 왕가에 자손을 퍼뜨린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에게서 많은 혈우형 환자가 나왔습니다'라는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나와 있죠. 그렇다면 빅토리아 여왕은 어디서 혈우병의 보인자를 얻었을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가계를 조사해봐야 … [Read more...] about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들은 어떻게 혈우병을 얻게 된 걸까?
에어컨 효과: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 A Wealth of Common Sense의 「The Air Conditioning Effect」를 번역한 글입니다. 자동차, 라디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건조기 및 식기세척기 등과 같은 1900년대 초중반의 가정용 기술의 놀라운 발전 중 가장 저평가된 것이 에어컨일 것이다. 습한 여름날마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 사람들이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할 수 없다. 1950년대 중산층이 폭발하고 가전을 구비하기 시작하자, ‘냉각’을 … [Read more...] about 에어컨 효과: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아무도 관심 없을 이집트 유물 이야기 #1 : 게벨 엘-아라크의 단도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이래저래 감정적으로 좀 격해지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럴 때는 역시 기분 전환을 위해서 수천 년 전으로 잠깐 다녀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치 판단들과는 완전히 무관한 시공간 속으로 말이죠. 그래서 제가 소개해드리려는 유물은 이름하여 ‘게벨 엘-아라크의 단도’. 이 유물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이집트실에 있는 만큼, 유물을 살펴보시면 파리에 다녀오시는 느낌도 날테니 1석2조라 할 수 있습니다. 게벨 … [Read more...] about 아무도 관심 없을 이집트 유물 이야기 #1 : 게벨 엘-아라크의 단도
음료에서 마스크팩까지, 야쿠르트 아주머니 진화의 끝은?
“한국의 도라에몽,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카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한 때 아이돌 가수를 쫓는 팬클럽 마냥 쫓아다닌 이가 있었다. 바로 ‘야쿠르트 아주머니(현 ‘프레시 매니저’)’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는 음료들을 가지고 있는 음료계의 레어템 판매자. 첨단 기술을 탑재한 미래형 음료 요원. 심지어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까지 소개된 한국의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카트 속에 들어 있는 제품의 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낯을 … [Read more...] about 음료에서 마스크팩까지, 야쿠르트 아주머니 진화의 끝은?
전함 HMS 바럼의 격침과 영국 최후의 마녀 이야기
1941년 11월 26일은 독일 해군 중위 티센하우젠(Hans-Diedrich von Tiesenhausen)에게 운수 대통한 날이었습니다. 그의 잠수함 U-331의 음탐사가 멀리서 들려오는 군함들의 엔진 소리를 탐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군함들은 대략 그의 잠수함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군함들의 정체는 영국 해군 전함 3척과 그를 둘러싼 구축함 8척이었습니다. 티센하우젠 중위는 알 방법이 없었겠지만, 이들은 리비아로 향하는 이탈리아군 수송단을 요격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나선 퀸 … [Read more...] about 전함 HMS 바럼의 격침과 영국 최후의 마녀 이야기
골드바 이야기: 1940년 영국 경순양함 에머랄드 호와 2020년 뉴욕 상품거래소
저는 소위 말하는 골드버그(gold bug), 즉 금성애자입니다. 전에 어떤 정권에서였는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부동산 투기했던 것이 드러나서 청문회에서 추궁을 당하자, '부동산을 너무 사랑해서 샀을 뿐 투기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셔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저도 투기 목적도 당연히 있지만, 저야말로 그냥 금이 너무 좋아서 금을 삽니다. 6/6 토요일에 미리 짜집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간밤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이 2.25% 폭락하여 "내가 하는 투자가 다 그렇지"라고 자포자기하게 … [Read more...] about 골드바 이야기: 1940년 영국 경순양함 에머랄드 호와 2020년 뉴욕 상품거래소
영화 ‘쓰리 빌보드’에 나온 이 노래의 정체는?
최근에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한 줄로 요약하면 '용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위 장면은 이혼한 아빠가 엄마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질이 나니까 탁자를 엎고 엄마를 때리려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호하려는 아들이 아빠 목에 식칼을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감히 친부의 목에 칼을…' 하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가정 폭력에서 엄마를 지키려는 용감한 … [Read more...] about 영화 ‘쓰리 빌보드’에 나온 이 노래의 정체는?
할리우드의 두 비극, 피츠제럴드와 페그 엔트위슬 이야기
※ 포스트 말론의 <Hollywood's Bleeding>을 BGM으로 깔고 읽어봐 주세요. 산을 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할리우드 랜드 사인판 주변에서 여성용 신발이랑 재킷, 지갑을 발견했어요. 지갑 속엔 유서가 들어 있었고요.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거기에 시체가 있었어요. 1932년 9월 16일, 무비랜드 할리우드의 비극이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산의 정상부 Mount Lee 위에 설치된 HOLLYWOODLAND 사인판의 알파벳 'H'의 꼭대기에서 24살의 … [Read more...] about 할리우드의 두 비극, 피츠제럴드와 페그 엔트위슬 이야기
하루 5잔 팔리던 음료가 1초에 2만잔이 팔린다고?
와, 정말 몰라보게 변했다! 동창회이나 결혼식, 혹은 어떤 모임에 나갈 때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나 또한 자주 쓰는 말이다. 사실 아무리 얼굴을 봐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 썼다는 게 함정. 내가 너를 모르는 것은 나의 기억력 때문이 아니라, 네가 몰라보게 멋지게 바뀌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곤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음료들도 출시 초기에는 정말 달랐다. 오늘 마시즘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음료들의 초창기를 보여준다. 녀석들의 주니어 시절에는 어떤 모습과 맛으로, 어떤 꿈을 … [Read more...] about 하루 5잔 팔리던 음료가 1초에 2만잔이 팔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