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D Talk의 「Juan Enriquez: How technology changes our sense of right and wro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극단적인 대립이 벌어지는 이 시대에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10초 전이나 10시간 전에 한 말이 아니라 열 달 전, 아니 10년 전에 했던 말로도 당신은 다른 이들에게서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반대편이 당신을 상징적인 목표로 삼을 수도 있으며, 당신과 크게 보면 같은 … [Read more...] about 기술의 발전이 옳고 그름을 바꿀 때
시사
노태우 사망에 부쳐: 우리는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가
2021년 10월 26일,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무력진압의 주역이었던 노태우 씨가 사망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북방외교 개척과 한국의 세계 경제 편입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으나, 권력 찬탈과 수성에 있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민의 자유와 목숨을 빼앗는 체제를 공고히 한 문제적 인물이다. 그가 보인 능력들은 당대 한국인들이 주요하게 삼던 가치인 '부의 축적을 통한 생존'에는 부합했다. 그러나 그의 쿠데타에서도 드러나듯이 ‘인간의 생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느냐’라는 국가의 … [Read more...] about 노태우 사망에 부쳐: 우리는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가
법 제도의 여성차별이 여성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
자살 현상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행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당 남성 자살률은 13.7명인데 반해 여성은 7.5명으로 남성의 자살률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자살률에서의 성차는 남성 대 여성의 자살비(Male : Female ratio)로 표현하는데, 일반적으로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값이 3에 가까워 남성의 자살률이 훨씬 높고, 중간소득 이하 국가들에서는 성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 [Read more...] about 법 제도의 여성차별이 여성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 시대 산불의 무서운 진화, 대응책은?
※ The Washington Post의 「Underpaid firefighters, overstretched budgets: The U.S. isn’t prepared for fires fueled by climate change」를 번역한 글입니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미국의 2021년 여름 산불을 간신히 진화했지만, 미국 연방정부는 산불을 진화하는 내내 소방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센 산불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번지면서 소방관들은 저임금과 … [Read more...] about 기후변화 시대 산불의 무서운 진화, 대응책은?
지연되는 고속철도 통합, 사라지는 철도 공공성
최근 MBC 뉴스를 통해 보도됐듯이 벽지 노선을 다니는 무궁화호 열차가 점점 줄어듭니다. 특히 전라남도 보성군의 경우에는 지난 8월 1일 자로 서울로 바로 가는 열차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같은 날, 지리산 등산객들이 애용하는,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1517 열차 또한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제는 2017년으로 올라갑니다. 2014년부터 철도공사는 영업 흑자를 보았죠. 고속철도 영업이 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7년, 철도공사의 적자는 무려 4,699억 … [Read more...] about 지연되는 고속철도 통합, 사라지는 철도 공공성
배제와 차별은 재난 이후의 회복을 방해한다
최근 기후위기와 관련되어 전례 없던 규모의 홍수, 산불, 폭염 등이 잦아지며 재난 대비 및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재난 이후 회복 과정은 앞으로 재해에 덜 취약한 사회로 바뀌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때 회복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나 물리적인 복구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재난으로 인해 사회 및 그 구성원의 특성 자체가 변화하는 속에서 재건과 새로운 사회의 형성을 동시에 해나가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또한 회복의 과정은 새롭게 사회에 편입된 이들, 그리고 재난에 대해 서로 다른 … [Read more...] about 배제와 차별은 재난 이후의 회복을 방해한다
산재보험 청구 과정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는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으면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산재보험을 통해 약간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다친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 여기에 ‘운이 좋다면’이란 말을 붙인 것은 산재 보상 청구 자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산재 청구를 해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제도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산재 보상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장벽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산재청구과정 자체도 그 중 … [Read more...] about 산재보험 청구 과정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는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부러우면 능력을 키우든가!”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얼마 전 이 문장을 한 신문의 특집기사 글머리에서 발견했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 감독인 배리 스위처 씨가 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화두 중 하나인 능력주의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페이스북 타임 라인에 문장을 게시했다. 172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4명이 댓글을 달았다. 일상을 소재로 하는 게시물들에 대한 반응보다 뜨거웠다. 댓글들 또한 모든 내용이 비판보다 공감과 … [Read more...] about “부러우면 능력을 키우든가!”
환자가 뭉치면 의료법도 바꾼다
건강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질병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우리는 한 번쯤 아파본, 또는 아플 수 있는 ‘누구나 환자’이다. 나는 이 평범한 사실을 첫째 아이가 1형 당뇨를 진단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이는 2012년 1월, 4살 때 1형 당뇨라는 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모 잘못이라고 했다. 성인이 돼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는 자기 관리를 못 해서라고 한다. 1형 당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2형 당뇨와도 발병기전이 다르고 식습관·운동부족·비만과 관련된 … [Read more...] about 환자가 뭉치면 의료법도 바꾼다
여성노동에 숨겨진 구조적 여성혐오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직장 내 갑질과 과로로 인해 사망한 지 40일만에 직접 유가족을 만나 늦은 사과를 했다. 이 사건에서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비교해 눈에 띄는 것 한 가지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영어와 한자가 포함된) 필기시험을 보도록 한 일이었다. 현재 공교육 과정에는 중고등학교를 합쳐 2년간 한문을 배울 수 있지만, 그마저 선택과목이라 전혀 배우지 않아도 무방하다. 고인의 세대는 한자 상식이 더 많을 것이라 여겨 시험을 봤을 리도 없다. 이런 직장 내 갑질은 나이 … [Read more...] about 여성노동에 숨겨진 구조적 여성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