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가득한 방에 조카와 앉는다. 동화를 읽어주지도, 쪽쪽이를 물리지도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실 신상 음료수다. 조카의 옹알이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누나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 철없이 치고받았던 누나가 아이 둘의 엄마가 되다니. 누나를 보며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감히 짐작한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누나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머그컵에 검은 음료를 … [Read more...] about 보리차를 커피로 착각한 여자
전국무쌍화탕전
강호에 한기가 넘친다. 직장이란 문파에 속한 이들은 피로가 가득하고, 무리 짓지 않는 학생과 취준객들은 추위에 혼을 약탈당했으니. 그중 제일은 나요. 이미 내 육신은 감기에 의해 주화입마에 빠졌다. 콜록콜록. 애석하도다. 감기를 물리칠 호걸들은 모두 병원과 약군에 은둔하여 버리다니! 이때 지인에게 한 음료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마시기 전에는 따뜻한 손난로요. 마신 후에는 기력이 샘솟아 감기를 불태워 무쌍을 찍는다는 고수 중의 고수. 나는 그 음료의 존함을 물었다. 지인은 말했다. “쌍화… … [Read more...] about 전국무쌍화탕전
어른이의 목욕탕 음료수, 코히규뉴 슈
인파가 드문 새벽, 목욕탕에 홀로 나타난다. 냉탕에 빠지지도 사우나에서 잠을 자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음료수다. 뒤늦게 출근한 세신사 아저씨는 외친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커피우유 없는 목욕탕이 말이 돼? 낭패다. 목욕탕에서 판매하는 음료수에 커피우유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삼각 커피우유. 목욕탕 내부 매점에는 솔의 눈과 칡즙만이 가득했다. 어차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나를 비롯한 … [Read more...] about 어른이의 목욕탕 음료수, 코히규뉴 슈
노는 물이 달라요, 이로하스
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며, 인사를 나누러 가는 것이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가 누굴 만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지인이 해외에서 음료수를 사 왔을 때다. 일본에서 막 돌아온 도모다치는 새로운 음료수를 흔들며 말한다. “여, 아나타와 혼모노 신상털이. 마시즈므 데스까?” 코카콜라에서 나온 피치, 복숭아 맛! 나는 반경 5km의 지구에 살고 있다. 나에게 지구촌 여행이란 편의점 맥주 코너와 넷플릭스를 도는 … [Read more...] about 노는 물이 달라요, 이로하스
유럽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유럽은 언제나 취해 있기를 원했다. 반대로 이슬람은 항상 깨어 있길 바랐다. 취한다는 것, 깨어 있다는 것. 어느 쪽이든 신과 가까워질 방법이었다. 때문에 유럽은 와인을, 이슬람은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이슬람 문화권만이 추구하는 음료였다. …… 고 말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는가?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이야기할 때 이슬람 국가보다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떠올리지. 그래서 항상 궁금했다. 커피라는 음료는 어떻게 유럽에 넘어가게 되었을까? 똑똑, 문 열어주세요 … [Read more...] about 유럽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맥주의, 맥주에 의한, 맥주를 위한
불금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고, 맥주에는 정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술에 취해 반쯤 혀가 꼬인 친구는 말한다. “한국에 정당이 몇 개나 있는지 알아?” 글쎄 한 7, 8개는 되냐고 말하려는 찰나. 인터넷에서 찾은 정당 목록들을 보여주며 말한다. “35개. 물론 현존으로만” 그런데 그 많은 정당 중에 내 마음속의 정당은 없었다. ‘맥주당’. 지난 55년간 나타났다 사라진 202개의 정당에도 맥주라는 이름은 없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개했다. 맥주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넘는 인류애 가득한 이념이 … [Read more...] about 맥주의, 맥주에 의한, 맥주를 위한
독일 vs. 영국, 세상에서 가장 도수 높은 맥주는?
“맥주가 술이냐? 물이지!” 술 조금 마신다는 고래들은 맥주 도수를 우습게 여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맥주는 아무리 높아도 알콜도수 7%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술꾼들은 금주 기간에 음료로 맥주를 마시는데, 네덜란드는 해장음식으로 맥주를 꼽는다고 한다. 맙소사! 하지만 여기 통념을 깨는 강한 맥주들이 있다. 소주는 명함도 못 내밀 강력한 맥주. 이들은 대부분 독일과 영국 두 양조장의 대결에서 태어났다. 오늘은 전 세계 맥덕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고도수 맥주 전쟁에 대해서 … [Read more...] about 독일 vs. 영국, 세상에서 가장 도수 높은 맥주는?
날씨는 추워도 커피는 따스히, 머그 워머
운수 좋은 날, 사무실 막내 김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너저분한 책상을 정리하다 500원을 주운 것이다. 그는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샀다. 김첨지는 몇 차례 흥정을 통해 사무실 동료들의 책상을 정리한다. 그는 매립장 같은 책상 속에서 동전을 발견하면 캔커피와 함께 초콜릿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결국 돈을 줍지는 못했다. 하지만 팀장님께 비스킷을 얻어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책상에는 무서운 정적이 감돈다. 깨끗한 그의 책상에는 … [Read more...] about 날씨는 추워도 커피는 따스히, 머그 워머
최초의 007은 차 스파이였다
그 날 공동묘지에는 시체 한 구가 더 묻힐 예정이었다. 중국인들은 두 손에 돌과 벽돌을 쥐고 한 남자를 쫓는다. 남자는 출구를 향해 달렸지만 날아온 벽돌에 등을 맞고 쓰러졌다. 장정들은 그의 팔과 다리를 잡고 소년들은 남자의 주머니를 뒤진다. 발버둥 치는 남자에게는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졌다. 젠장, 임무는 이렇게 끝나는 건가. 양귀비와 동백, 그리고 전쟁 1840년, 영국과 중국은 두 꽃을 두고 전례 없는 전쟁을 벌였다. 양귀비와 동백이다. 양귀비는 아편이 되어 중국에 … [Read more...] about 최초의 007은 차 스파이였다
코카콜라는 왜 NEW가 아닌 ORIGINAL을 강조할까?
“코카콜라 Original Taste는 무슨 맛이야?” 동생이 묻는다. “바보 그냥 코카콜라 맛이지.” 나는 오랜만에 승리감에 빠진다. 하지만 동생은 그럴 거면 왜 이 문구를 쓰냐며 카운터를 날린다. 그… 글쎄? 나는 먼 산을 바라본다. 산 아래에는 원조 할매 순대국밥 집이 보인다. 저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에게 가장 무서운 재난은 ‘새로움’이다. 130여 년 동안 음료의 왕으로 군림한 코카콜라도 그렇다. 환경은 변하고 후발주자는 강력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 [Read more...] about 코카콜라는 왜 NEW가 아닌 ORIGINAL을 강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