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우리를 억만장자와 엉망장자로 갈라놓았다. 사실 비트코인이라는 존재는 이전부터 알았다. 하지만 이리 비싸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로또고 뭐고 비트코인 먼저 사겠다고 다짐한다. 글쎄 나라면 또 음료수나 마시고 있겠지? 과연 억만장자도 엉망장자도 화를 낼 대답이다. “음료수가 뭔데 돈을 날려!” 하지만 음료야말로 우리가 돈을 벌고 삶을 사는 목표이지 않겠는가? 심지어 더 옛날로 돌아가면 음료가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오늘은 음료수로 월급을 … [Read more...] about 화폐가 되어버린 음료들: 월급을 음료수로 받는다면?
세상의 모든 음식이 음료수가 된다면?
그래. 나는 초등학교 내내 개근상을 탔을 정도로 모범적인 사내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숨겨준 비밀이 있었으니. 집에서는 나무늘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겨울방학이 되면 더욱 심해졌고, 이불 밖은 전쟁이라도 난 듯 꼼짝하지 않았다. 게으르다는 생각마저 부지런하게 느껴질 게으름. 그것이 나의 숨은 정체다. 먹기도 귀찮아... 모두 음료가 되었으면 귤껍질을 까는 것조차 내게는 고된 노동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 어째서 음식을 먹을 때 움직여야 하며, … [Read more...] about 세상의 모든 음식이 음료수가 된다면?
윈터 워머, 윈터 비어: 겨울에는 맥주가 제맛이지
함박눈이 쏟아지는 거리를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눈사람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새로 나온 음료수뿐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행인이 말을 건다. “학생이세요?” 놉. 나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윈터 비어, 겨울에 맥주가 웬 말?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다. 그는 나를 쫄쫄 쫓으며 로드무비라도 찍으려나 보다. 나는 학생도 아니고, 이 동네 지리도 모른다고 했건만. 대화 주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의 관심은 결국 내가 들고 … [Read more...] about 윈터 워머, 윈터 비어: 겨울에는 맥주가 제맛이지
7번 플랫폼 자판기 우유의 비밀
인파가 오가는 터미널을 혼자 지킨다. 자취계의 유니세프. 엄마가 오기 때문이다. 손목을 올려 시계를 본다. “아직 10분이 남았군.” 엄마가 도착하는 플랫폼은 2번이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7번 플랫폼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터미널에서 유일하게 우유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모닝 자판기 우유는 진리야 쌀쌀한 날씨를 녹이는 데는 동전 한 닢이면 충분하다. 나는 방에서 굴러다니던 500원짜리를 꺼내어 넣는다. 동전을 더 가져왔으면 우유와 블랙커피를 함께 뽑아 … [Read more...] about 7번 플랫폼 자판기 우유의 비밀
차가 5,000년 동안 사랑받는 음료가 된 까닭은?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장난감보다는 풀과 함께 자랐다. 그때는 땅에서 나는 초록색 식물은 뭐든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온 엄마, 아빠에게 물 한 대접을 가져다주며 잎을 띄워 준 적이 있다. 나야 동화책의 한 장면을 구현했다지만 마셔야 하는 엄마, 아빠의 입장은 여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물에 이파리가 들어간 것은 ‘차(茶)’ 또한 마찬가지 않은가? 하지만 나의 잎 띄운 물은 마시면 오늘내일할 수 있는 반면 차는 무려 5,000년이라는 역사를 기록했다. 지금도 매일 … [Read more...] about 차가 5,000년 동안 사랑받는 음료가 된 까닭은?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한 잔의 맥주는 싸움을 말릴 수 있다. 만약 맥주가 한 통이라면 전쟁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진 그해.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는 90m를 사이에 두고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했다.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여겨진 전쟁은 수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계속되는 참호전. 사람들은 그곳을 죽음의 땅(No man land)이라고 불렀다.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신호였다.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를 … [Read more...] about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음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문다. 올해의 음료수 시장을 나타내는 단어는 ‘파격 혹은 혼돈’이었다. 맛을 조금 잘 내기보다는 뚜렷한 취향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뽐냈다. 누구는 환호했고, 누구는 화가 났다. 음료를 둘러싼 갈등들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특히 수입맥주의 강세 속에서 수제맥주의 반격, 고든 램지의 등장은 스타워즈를 감상하는 듯했달까? 이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음료미디어 ‘마시즘’을 시작한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오늘은 2017년을 기억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음료를 … [Read more...] about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그 겨울, 어묵 티백이 온다
관객이 가득한 극장에서 빨대를 쪽쪽거린다. 옆사람의 손을 잡지도. 팝콘을 짚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음료. 영화관 콜라일 뿐이다. 안주가 될 영화는 최근 재개봉한 <러브레터>. 하얀 설원의 풍경에 콜라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옆자리의 여자친구는 내 손등을 치며 말한다. “이렇게 마실 거면 2개를 시키던가!” 그렇다. 음료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가족도 연인도 없는 자.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쟁이. 마시즘이다. 그 겨울, 어묵이 … [Read more...] about 그 겨울, 어묵 티백이 온다
와인 초보의 마트 와인 공략법
그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연말을 혼자 보냈던 것은 어쩌면 지금을 위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마치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나란 남자는 당신과 한 잔을 기울일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 음료가 소주, 맥주가 아닌 와인이라고 믿고 있다. 내 머릿속엔 연말, 와인, 로맨틱, 성공적. 당당하게 도착한 마트. 하지만 마트에서 와인코너는 던전 오브 던전 같은 곳이다. 정장을 장착한 직원의 “찾으시는 와인 있으세요?”라는 한 마디에 우리의 정신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온 것이지? … [Read more...] about 와인 초보의 마트 와인 공략법
자판기커피 연가(戀歌)
대학생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느 단대의 자판기커피가 가장 맛있을까?” 찾아다닌 일이었다. 수업은 자체휴강을 했어도 자판기 찾기는 게을리하지 않아서, 덕분에 졸업을 할 때까지 마시러 간 단골 커피자판기가 생겼다. 요즘처럼 입김을 내뿜으며 출근을 할 때면 자판기커피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아직 푸른 아침을 밝히는 빨간색 불빛의 '96'이라는 숫자는 두근거리는 나의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를 본다. 8시 30분. 아직 여유가 있으니 주머니를 뒤져본다. 200원. 200원은 … [Read more...] about 자판기커피 연가(戀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