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사무실 막내 김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너저분한 책상을 정리하다 500원을 주운 것이다. 그는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샀다. 김첨지는 몇 차례 흥정을 통해 사무실 동료들의 책상을 정리한다. 그는 매립장 같은 책상 속에서 동전을 발견하면 캔커피와 함께 초콜릿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결국 돈을 줍지는 못했다. 하지만 팀장님께 비스킷을 얻어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책상에는 무서운 정적이 감돈다. 깨끗한 그의 책상에는 … [Read more...] about 날씨는 추워도 커피는 따스히, 머그 워머
최초의 007은 차 스파이였다
그 날 공동묘지에는 시체 한 구가 더 묻힐 예정이었다. 중국인들은 두 손에 돌과 벽돌을 쥐고 한 남자를 쫓는다. 남자는 출구를 향해 달렸지만 날아온 벽돌에 등을 맞고 쓰러졌다. 장정들은 그의 팔과 다리를 잡고 소년들은 남자의 주머니를 뒤진다. 발버둥 치는 남자에게는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졌다. 젠장, 임무는 이렇게 끝나는 건가. 양귀비와 동백, 그리고 전쟁 1840년, 영국과 중국은 두 꽃을 두고 전례 없는 전쟁을 벌였다. 양귀비와 동백이다. 양귀비는 아편이 되어 중국에 … [Read more...] about 최초의 007은 차 스파이였다
코카콜라는 왜 NEW가 아닌 ORIGINAL을 강조할까?
“코카콜라 Original Taste는 무슨 맛이야?” 동생이 묻는다. “바보 그냥 코카콜라 맛이지.” 나는 오랜만에 승리감에 빠진다. 하지만 동생은 그럴 거면 왜 이 문구를 쓰냐며 카운터를 날린다. 그… 글쎄? 나는 먼 산을 바라본다. 산 아래에는 원조 할매 순대국밥 집이 보인다. 저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에게 가장 무서운 재난은 ‘새로움’이다. 130여 년 동안 음료의 왕으로 군림한 코카콜라도 그렇다. 환경은 변하고 후발주자는 강력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 [Read more...] about 코카콜라는 왜 NEW가 아닌 ORIGINAL을 강조할까?
화폐가 되어버린 음료들: 월급을 음료수로 받는다면?
비트코인은 우리를 억만장자와 엉망장자로 갈라놓았다. 사실 비트코인이라는 존재는 이전부터 알았다. 하지만 이리 비싸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로또고 뭐고 비트코인 먼저 사겠다고 다짐한다. 글쎄 나라면 또 음료수나 마시고 있겠지? 과연 억만장자도 엉망장자도 화를 낼 대답이다. “음료수가 뭔데 돈을 날려!” 하지만 음료야말로 우리가 돈을 벌고 삶을 사는 목표이지 않겠는가? 심지어 더 옛날로 돌아가면 음료가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오늘은 음료수로 월급을 … [Read more...] about 화폐가 되어버린 음료들: 월급을 음료수로 받는다면?
세상의 모든 음식이 음료수가 된다면?
그래. 나는 초등학교 내내 개근상을 탔을 정도로 모범적인 사내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숨겨준 비밀이 있었으니. 집에서는 나무늘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겨울방학이 되면 더욱 심해졌고, 이불 밖은 전쟁이라도 난 듯 꼼짝하지 않았다. 게으르다는 생각마저 부지런하게 느껴질 게으름. 그것이 나의 숨은 정체다. 먹기도 귀찮아... 모두 음료가 되었으면 귤껍질을 까는 것조차 내게는 고된 노동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 어째서 음식을 먹을 때 움직여야 하며, … [Read more...] about 세상의 모든 음식이 음료수가 된다면?
윈터 워머, 윈터 비어: 겨울에는 맥주가 제맛이지
함박눈이 쏟아지는 거리를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눈사람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새로 나온 음료수뿐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행인이 말을 건다. “학생이세요?” 놉. 나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윈터 비어, 겨울에 맥주가 웬 말?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다. 그는 나를 쫄쫄 쫓으며 로드무비라도 찍으려나 보다. 나는 학생도 아니고, 이 동네 지리도 모른다고 했건만. 대화 주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의 관심은 결국 내가 들고 … [Read more...] about 윈터 워머, 윈터 비어: 겨울에는 맥주가 제맛이지
7번 플랫폼 자판기 우유의 비밀
인파가 오가는 터미널을 혼자 지킨다. 자취계의 유니세프. 엄마가 오기 때문이다. 손목을 올려 시계를 본다. “아직 10분이 남았군.” 엄마가 도착하는 플랫폼은 2번이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7번 플랫폼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터미널에서 유일하게 우유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모닝 자판기 우유는 진리야 쌀쌀한 날씨를 녹이는 데는 동전 한 닢이면 충분하다. 나는 방에서 굴러다니던 500원짜리를 꺼내어 넣는다. 동전을 더 가져왔으면 우유와 블랙커피를 함께 뽑아 … [Read more...] about 7번 플랫폼 자판기 우유의 비밀
차가 5,000년 동안 사랑받는 음료가 된 까닭은?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장난감보다는 풀과 함께 자랐다. 그때는 땅에서 나는 초록색 식물은 뭐든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온 엄마, 아빠에게 물 한 대접을 가져다주며 잎을 띄워 준 적이 있다. 나야 동화책의 한 장면을 구현했다지만 마셔야 하는 엄마, 아빠의 입장은 여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물에 이파리가 들어간 것은 ‘차(茶)’ 또한 마찬가지 않은가? 하지만 나의 잎 띄운 물은 마시면 오늘내일할 수 있는 반면 차는 무려 5,000년이라는 역사를 기록했다. 지금도 매일 … [Read more...] about 차가 5,000년 동안 사랑받는 음료가 된 까닭은?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한 잔의 맥주는 싸움을 말릴 수 있다. 만약 맥주가 한 통이라면 전쟁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진 그해.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는 90m를 사이에 두고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했다.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여겨진 전쟁은 수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계속되는 참호전. 사람들은 그곳을 죽음의 땅(No man land)이라고 불렀다.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신호였다.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를 … [Read more...] about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음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문다. 올해의 음료수 시장을 나타내는 단어는 ‘파격 혹은 혼돈’이었다. 맛을 조금 잘 내기보다는 뚜렷한 취향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뽐냈다. 누구는 환호했고, 누구는 화가 났다. 음료를 둘러싼 갈등들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특히 수입맥주의 강세 속에서 수제맥주의 반격, 고든 램지의 등장은 스타워즈를 감상하는 듯했달까? 이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음료미디어 ‘마시즘’을 시작한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오늘은 2017년을 기억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음료를 … [Read more...] about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