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장난감보다는 풀과 함께 자랐다. 그때는 땅에서 나는 초록색 식물은 뭐든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온 엄마, 아빠에게 물 한 대접을 가져다주며 잎을 띄워 준 적이 있다. 나야 동화책의 한 장면을 구현했다지만 마셔야 하는 엄마, 아빠의 입장은 여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물에 이파리가 들어간 것은 ‘차(茶)’ 또한 마찬가지 않은가? 하지만 나의 잎 띄운 물은 마시면 오늘내일할 수 있는 반면 차는 무려 5,000년이라는 역사를 기록했다. 지금도 매일 … [Read more...] about 차가 5,000년 동안 사랑받는 음료가 된 까닭은?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한 잔의 맥주는 싸움을 말릴 수 있다. 만약 맥주가 한 통이라면 전쟁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진 그해.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는 90m를 사이에 두고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했다.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여겨진 전쟁은 수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계속되는 참호전. 사람들은 그곳을 죽음의 땅(No man land)이라고 불렀다.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신호였다.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를 … [Read more...] about 한 잔의 맥주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음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문다. 올해의 음료수 시장을 나타내는 단어는 ‘파격 혹은 혼돈’이었다. 맛을 조금 잘 내기보다는 뚜렷한 취향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뽐냈다. 누구는 환호했고, 누구는 화가 났다. 음료를 둘러싼 갈등들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특히 수입맥주의 강세 속에서 수제맥주의 반격, 고든 램지의 등장은 스타워즈를 감상하는 듯했달까? 이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음료미디어 ‘마시즘’을 시작한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오늘은 2017년을 기억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음료를 … [Read more...] about 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그 겨울, 어묵 티백이 온다
관객이 가득한 극장에서 빨대를 쪽쪽거린다. 옆사람의 손을 잡지도. 팝콘을 짚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음료. 영화관 콜라일 뿐이다. 안주가 될 영화는 최근 재개봉한 <러브레터>. 하얀 설원의 풍경에 콜라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옆자리의 여자친구는 내 손등을 치며 말한다. “이렇게 마실 거면 2개를 시키던가!” 그렇다. 음료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가족도 연인도 없는 자.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쟁이. 마시즘이다. 그 겨울, 어묵이 … [Read more...] about 그 겨울, 어묵 티백이 온다
와인 초보의 마트 와인 공략법
그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연말을 혼자 보냈던 것은 어쩌면 지금을 위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마치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나란 남자는 당신과 한 잔을 기울일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 음료가 소주, 맥주가 아닌 와인이라고 믿고 있다. 내 머릿속엔 연말, 와인, 로맨틱, 성공적. 당당하게 도착한 마트. 하지만 마트에서 와인코너는 던전 오브 던전 같은 곳이다. 정장을 장착한 직원의 “찾으시는 와인 있으세요?”라는 한 마디에 우리의 정신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온 것이지? … [Read more...] about 와인 초보의 마트 와인 공략법
자판기커피 연가(戀歌)
대학생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느 단대의 자판기커피가 가장 맛있을까?” 찾아다닌 일이었다. 수업은 자체휴강을 했어도 자판기 찾기는 게을리하지 않아서, 덕분에 졸업을 할 때까지 마시러 간 단골 커피자판기가 생겼다. 요즘처럼 입김을 내뿜으며 출근을 할 때면 자판기커피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아직 푸른 아침을 밝히는 빨간색 불빛의 '96'이라는 숫자는 두근거리는 나의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를 본다. 8시 30분. 아직 여유가 있으니 주머니를 뒤져본다. 200원. 200원은 … [Read more...] about 자판기커피 연가(戀歌)
크리스마스에 잠이 올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들만의 축제가 온다. 크리스마스는 전통적 혹은 이론적으로도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거늘 교회도 집도 아닌 거리에 모인 저 커플들은 어째서 보는 이의 마음을 차갑게 만드는 걸까.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솔로들은 성탄 연휴 동안 겨울잠을 잘 채비를 마치는 법이다. 바로 12월 23일에 자서 12월 26일에 일어나기를 이루기 위해서다. 신생아 때는 나도 18시간도 자고 그랬지만, 48시간은 어마어마하다. 이건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하지만 울지 마라 솔로여. 우린 … [Read more...] about 크리스마스에 잠이 올까요?
새로운 음료수를 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인파로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편의점 신상 음료수 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편의점에 도착한 그는 새로 나온 음료수를 검거한다. 편의점 점장님은 뭉크의 작품처럼 절규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다른 음료수를 사 가다니!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뭐긴, 손님이지. 하긴 올해만 100번 넘게 방문한 편의점에서 매번 다른 음료수를 사 갔으니 놀랄만하다. 엄마, 아빠도 모르는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 [Read more...] about 새로운 음료수를 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숙취해소음료의 모든 것
당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재난. 그것은 숙취다. 밤사이 그렇게 달콤했던 소주와 당신의 관계는 아침 해가 뜨자마자 서로를 부정한다. 오장육부는 트리플악셀을 뛰고, 머리는 박수갈채 대신 뇌를 우다다 난타한다. 결국 당신은 술에게 이별을 고한다.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개다” 그렇게 인생 2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강아지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왈왈. 숙취에 바닥을 기어본 사람만이 숙취해소음료의 가치를 안다. 나에게 맞는 숙취해소음료를 아는 것은 좋은 술친구를 얻은 것만큼 … [Read more...] about 숙취해소음료의 모든 것
순수하지 못한 맥주순수령의 속사정
불금. 우리는 비록 카스를 마시지만, 마음만은 뮌헨 옥토버페스트에 가있다. 그렇다. 맥덕들에게 독일이란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한 고향 같은 곳이니까. 그래서인지 가끔 이런 문구가 쓰인 맥주를 마주친다. “이 맥주는 독일 맥주순수령을 준수했습니다” 이 마법의 문구는 독일이 아닌 국가에서 만든 맥주도 정통, 원조, 프리미엄, 도이치 맥주로 둔갑하게 만든다. 하지만 거칠게 말하면 맥주순수령을 준수했다는 말은 “저희 맥주는 최소한의 재료로 균일한 맛의 맥주를 마구마구 낼 겁니다’에 가깝다. … [Read more...] about 순수하지 못한 맥주순수령의 속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