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광장. 유모차를 끌거나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 손을 잡고 온 30~40대 여성 등 60여 명이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녀 대여섯과 가족을 따라 나온 30~40대 아빠들도 몇 명 섞여 있다. 손에 손에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의 정확성을 개선하라’, ‘교육기관 공조시스템 설치’, ‘국내 화력발전소 추가건설 철회하라’ 등이 적힌 파란 손팻말을 들었다. 회원 수 6만 7천여 명인 네이버 카페 … [Read more...] about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지역방송 꺼라! 뭐라카노?
〈개인사 편찬위원회〉 〈내 인생의 스탑오버〉 〈리얼토크 날〉을 아시나요? 전주MBC, UBC울산방송, KBS광주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서울이 아닌 각 지역에서는 지역방송 편성 시간대에 지역 제작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세계죠. 지역민 중에는 서울 방송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방송은 지역방송만의 매력이 있답니다. 서울 중심 소재 프로그램 속에서 지역의 이야기는 소외됩니다. 그래서 지역방송은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 [Read more...] about 지역방송 꺼라! 뭐라카노?
농촌 노인의 현실 “그저 자다가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경북 영주시 이산면 운문1리. 마을 중간쯤에 있는 작고 낡은 기와집에는 제대로 된 담이 없어 마당에 쌓인 연탄재 따위가 길에서 훤히 보인다. 좁은 마루 위엔 갖가지 농기구와 포댓자루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그 틈에서 이영숙(84·여·가명) 씨는 성치 않은 다리를 주물러가며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 “내가 행복할 때가 어딨노. 만날 일만 하고 사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다가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평생 남의 땅을 소작하며 4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이 … [Read more...] about 농촌 노인의 현실 “그저 자다가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다시, 언론개혁이다
좋은 언론이 뭔지 궁금했다. ‘좋은 언론’에 대한 정의부터 필요했다. 마침 해직 기자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꽤 감정적이었다. 해직 이후 별거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는 조승호 YTN 해직 기자, “지금 오디오 체크하고 데스크에서 뛰어다녀야 할 너희들이...”라고 집회 현장에 모인 후배들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최일구 MBC 아나운서, 해직 분노를 삭이기 위해 무박 2일 마라톤을 3번이나 완주한 노종면 YTN 해직 기자까지. 영화는 ‘좋은 언론’에 대한 명확한 정의보다 감정으로 먼저 … [Read more...] about 다시, 언론개혁이다
빈곤청년 위한 ’75만 원’ 월세?
2016년 10월 19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고 일부 상임위만 21일까지 국감 일정을 진행했다. 20대 국회 첫 국감 성적표는 낙제다. 시민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F’ 학점을 매겼다. 15대 국회부터 국감을 모니터링해온 시민단체 모임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지난 7일 이번 국감에 대해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고 깎아내렸다. 애초 국감 일정은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20일간 잡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한 항의표시로 … [Read more...] about 빈곤청년 위한 ’75만 원’ 월세?
정작 ‘상인’이 배제된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은 밤에 살아난다. 청과직판상인은 새벽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납품업자들은 아침 영업시간 전에 새벽시장을 찾는다. 상인들은 납품업자들보다 먼저 시장에 나가 채소와 과일의 신선도를 살핀다. 그들의 일과는 다음 날 오전 11시쯤에야 끝난다. 집으로 돌아가 잠만 자고 오후에 나와 다시 장사를 준비한다. 지난 9월 29일 아침 9시. 녹색 조끼를 입은 300여 명 가락시장 청과직판상인들이 서울 송파여성문화회관 6층 대강당에 모여들었다. 피곤한 … [Read more...] about 정작 ‘상인’이 배제된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쪽방의 겨울은 더 춥다
영등포역 6번 출구. 롯데 백화점 인근에는 연말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백화점을 등지고 오른쪽 골목으로 몇 걸음만 들어서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길 한 편에는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낯선 거리에서 수저가 담긴 양푼 냄비를 쥔 이소웅(47) 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취재 요청에 흔쾌히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여기 사는 사람은 병신이나 또라이지. 생각이 있으면 여기 왜 살겠어.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했다. 한 … [Read more...] about 쪽방의 겨울은 더 춥다
‘세월호 엄마들’이 그린 비정규직 아픔
안녕하세요.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 2학년 1반 장애진 엄마입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 오른 배우 김순덕 씨는 딸의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함께 무대에 선 배우 이미경, 김명임, 김춘자, 박유신, 김성실, 김정애 씨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희생 학생 유가족들은 본인의 이름보다 아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지난 24일 ‘세월호 엄마’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 무대에 섰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의 삶의 애환을 다룬 연극 … [Read more...] about ‘세월호 엄마들’이 그린 비정규직 아픔
‘바쁨 증후군’에 발목 잡힌 사람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바쁜 걸까? 취업준비생 A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귀향하지 않았다. 9월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대거 뜨면서 연휴 기간 자기소개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고향 집에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에는 바쁘다는 말로 안부를 대신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난 현재, A씨는 자기소개서 하나를 작성했을 뿐이다. 5일간의 연휴 중 반나절만 할애하면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 바쁘지 않은데도 바쁘다고 느끼는 사람들 현대인들이 얼마나 바빠 … [Read more...] about ‘바쁨 증후군’에 발목 잡힌 사람들
예술가의 궁핍 : 예술가도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한다
‘나는 존엄하다.’ 이를 악물고 수십 번 속으로 되뇌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지하철역 화장실이 나온다. 변기에 앉기 전까지 긴장을 풀면 안 된다. 순간의 실수로 내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화장실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질 때마다 뱃속도 부글거린다. 휴, 요란하게 거사를 끝내자 엄청나게 긴장해있던 항문 주위 괄약근이 드디어 풀린다. 여유가 생기니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온하게 들리는 음악의 정체는 사람들이 ‘클래식’이라 부르는 서양 … [Read more...] about 예술가의 궁핍 : 예술가도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