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9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고 일부 상임위만 21일까지 국감 일정을 진행했다. 20대 국회 첫 국감 성적표는 낙제다. 시민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F’ 학점을 매겼다. 15대 국회부터 국감을 모니터링해온 시민단체 모임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지난 7일 이번 국감에 대해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고 깎아내렸다.
애초 국감 일정은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20일간 잡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한 항의표시로 새누리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반쪽 국감’으로 쪼그라들었다. 10월 4일에야 정상화해 나흘 연장했지만 15일이란 시간은 짧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백남기 농민 청문회, 세월호 청문회 등 굵직한 국정 이슈를 다루기도 벅찼다. 수박 겉핥기 같던 국감이 청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단비뉴스〉가 15일간의 이전투구 현장 잔해를 뒤졌다.
1. 서울 청년 취직난에 더 비싼 월세 부담까지
서울 청년들 최고 2.7배 많은 주거비 지출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2013년 발표한 ‘방값 역전 현상’에 모두 깜짝 놀랐다.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타워팰리스와 서울 시내 고시원 임차료를 비교해보니 고시원이 1.28배 더 비쌌다. 집 없는 청년의 쪽방 월세가 궁전이란 이름의 초고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현실에 주택 시장의 모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3년이 지난 지금 달라졌을까? 12일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은 서울시가 제작한 ‘서울시 자치구별 월세 조사’ 자료를 내놨다. 서울 지역 청년들(19-24세)은 청년이 아닌 세대에 비해 최고 2.7배 비싼 주거비에 허리가 휜다. ‘방값 역전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
자치구별 임대료를 순월세(전월세 전환율 적용)로 계산한 결과 청년은 1㎡당 2만 2,000원, 비청년세대는 1만 7,000원이었다. 순월세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서대문구다. 비청년은 1㎡당 1만 원, 청년은 2만 7,000원으로 2.7배 차이가 났다. 이 의원은 “목돈이 없는 청년세대가 더 많은 월세를 내는 현실”을 지적하며, 청년 주거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2. ‘보증금 2천에 월세 75’ 감당할 청년 있나?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문제점 드러나
청년에게 약일까, 독일까? 서울시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세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얘기다. 11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제기한 문제점을 보자.
서울 청년의 23%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층’이다. 서울시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민간형 임대주택’인 청년주택 사업을 선보였다. 민간이 돈을 대 임대주택을 짓되, 시가 주택건설의 편의를 봐주는 식이다.
서울시는 민간사업 참여 독려를 위해 역세권 민간토지의 용도규제를 풀었다. 사업승인 인가 절차도 최소 6개월로 줄였다. 건설자금 대출금 이자지원,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등의 비용 편의 정책도 덧붙였다. 이렇게 지어진 역세권 임대주택의 일정 비율을 청년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청년주택의 계약 유지 의무 기간이 8년에 불과하다. 최초 임대료를 시세의 90%까지 설정해 청년 배려가 사실상 없다. 오히려 지가 상승만 부추긴다는 우려만 나온다. 특히 용도변경 허용의 규제 완화가 부동산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안 의원은 “시범사업 지역인 한강로2가의 전용면적 50㎡ 오피스텔은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60만 원, 전용면적 33㎡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75만 원”이라며 “이런 고가 월세를 지불할 청년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3. “공짜 점심은 없다” 청년수당 맹공
지방정부 고유사무 vs. 정부 정책에 반해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세 미취업 청년에게 사회참여 활동비로 매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이용호 의원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청년수당 등을 둔 갈등에 대해)누구 책임이 더 큰가?”라고 따졌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도 자치와 분권이라는 고유 권한이 있다”며 “이에 대한 과도한 개입, 간섭이 있다고 본다”고 중앙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청년수당 서류 검토에 1인당 42.5초가 걸렸다”며 졸속 추진을,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근로 능력이 있는 청년층에 대해서는 구직활동이나 교육훈련 참여를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는 고용정책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금년에만 청년고용정책으로 2조 천억 원을 썼으나 저희가 보기엔 실효성이 없다”며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이 계속되는 만큼 지방정부가 다양한 정책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8월 3일, 청년 3천 명에게 활동비를 지급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중앙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라며 다음날 청년수당에 대한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가 복지부 결정에 반발하면서 현재까지도 청년수당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4. 청년 절반, 보험료 낼 돈도 없어
경제 사정 어려워 보험료 ‘납부 예외’ 상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청년고용률(15~29세)은 42%다. OECD 평균 51%보다 9% 낮다. 올 상반기 개인회생을 신청한 10명 가운데 1명은 청년층(19~20세)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월세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도 커진다. 청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나마 잘하고 있을까?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비례대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청년 가입자 현황(18~30) 자료’를 보자. 올 6월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45.8%가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납부 예외’ 상태다. 재학, 군 복무, 실직, 휴직, 명예퇴직, 이직 준비, 폐업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서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만 20세가 된 청년과 만 30세가 된 미취업 청년에게 국민연금 최저 보험료인 월 2만4,000원을 3개월 동안 지원하자는 정책을 내놨다. 청년층의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보험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대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5. 청년인턴, ‘열정페이’에 ‘희망고문’까지
정부 청년인턴 사업 정규직 전환률 30%
2016년 10월 5일 정무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업은행이 500명의 청년인턴을 모집해 4개월 동안 최저임금 수준인 월 130만 원(실수령액 120만 원)을 주며 부리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19.6%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 실정. 지난해 245개 공공기관이 1만 3,253명을 청년 인턴으로 뽑았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30%다. 기획재정부의 청년 인턴 정규직 전환율 목표치 50%를 크게 밑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인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결과도 다르지 않다. 60% 이상이 정규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6. 청년 실업률 낮추려고 쉽게 돈 빌려줬나
창업자금 대출받고 상환 못 한 경우 3년간 408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4%. 9월 실업률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청년 열 명 중 한 명이 ‘백수’인 시대,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던 정부의 다짐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으로 눈 돌리는 청년들이 많다. 고맙게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창업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사전·사후관리가 부실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제출한 ‘청년전용 창업자금 약정 해지 현황’ 자료를 보자. 청년창업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약정 해지된 건수가 2013년 80건에서 2015년 221건으로 약 2.7배 늘었다. 최근 3년간 총 408건이나 된다. 같은 기간 일반창업자금 대출 해지 건수는 1.7배. 청년 창업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청년실업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었던 것일까. 정부는 창업 준비 단계에서 꼼꼼한 심사 없이 청년들에게 대출해줬다. 빚에 쪼들린 청년들은 창업의 부푼 꿈도 잠시. 창업에 대한 꿈을 접고 막다른 길로 내몰린다. 무분별한 창업자금 대출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
7. ‘청년고용 촉진’? 선거 때만 떠들면 돼요
청년고용촉진 한다던 위원회, 6년간 고작 6번 열려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아시는지? 청년고용촉진을 위해 2010년 고용노동부에 설치된 특별위원회다. 2016년 기준 6년이나 됐지만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게 당연하다. 1년에 한 번씩 고작 여섯 번 열렸으니까.
고용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25인 내외의 민‧관 위원이 청년고용 촉진 대책을 수립하도록 규정은 거창하다. 그러나 회의는 현황보고에 그쳤다. 그나마 정부부처 차관급 당연직 위원들 대부분은 나오지도 않았다. 취업 규정도 있으나 마나.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청년고용특별촉진법에 따라 매년 청년 미취업자를 정원의 3% 이상 뽑아야 하지만, 미이행률이 2014년 28%, 2015년 30%나 됐다.
차라리 특별위원회를 해체하고 청년 취업에 ‘관심 없음’을 솔직하게 고해성사 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청년 일자리 예산은 2조 1천억 원, 그마저 공중에 날려 버리는 것은 아닌지. 청년들의 불신과 시름은 깊어만 간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신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