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 모(남·80) 씨는 28년간 부동산 임대 관리업을 하다가 재작년에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이맘때 아내가 골수암으로 사망하면서 처음으로 탑골공원을 찾았다. 일주일에 다섯 번가량 탑골공원에 오는 김 씨는 임시공휴일에도 아침 9시부터 공원에 있었다. 큰아들 내외와 두 손녀가 김 씨 소유의 서울 서초구 40평대 빌라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집에서 쉬는 가족들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오는 공원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 씨는 공원 근처 식당에서 홀로 콩국수를 … [Read more...] about “들어줘서 고마워”
페미니즘이 남자에게 좋은 5가지 이유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출간 10개월 만에 1만 5,000권이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책에 등장한 신조어인 ‘맨스플레인(man+explain)’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에 올랐던 단어이다. 스웨덴에서 고등학생 성평등 교과서로 쓰인다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여성연구소에서 만든 『젠더와 사회』 같은 이론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 작년 8월 둘째 주에는 알라딘 … [Read more...] about 페미니즘이 남자에게 좋은 5가지 이유
한국인의 밥상
한국에서 ‘식구(食口)’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3417명 중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는 사람은 44.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이는 2005년 조사 결과인 62.9%보다 18.2% 포인트 가량 줄어든 수치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대답한 사람도 64.9%로 3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2005년 76.1%에서 2008년 68.6%, 2012년 65.7%로 계속해서 … [Read more...] about 한국인의 밥상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사시사철 신나게 뛰어노는 맑은 대한민국을 원하지 않습니까?”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브리핑룸에서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미세먼지관리 종합대책 발표를 마치며 호소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산업계의 협조를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오는 2022년까지 7조 2천억원을 투입해 미세먼지를 2014년 배출량 대비 30%가량 줄이겠다는 내용의 이날 대책은 그러나 ‘정부의 의지 자체도 부족한 것 아니냐’는 … [Read more...] about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무너지는 IS 뒤에 남은 ‘소년 전사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IS와의 전쟁’ 뒷얘기를 다룬 작년 7월 26일 자 기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년병이었던 모하메드(9·가명)의 사연을 전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은 이 기사에서 소년은 “누나랑 싸울 때마다 여자들이랑 같이 지내기 싫어져서 아버지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고 ‘IS에 발을 들인 동기’를 밝혔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IS의 주요 근거지인 모술에서 살던 모하메드는 총을 잘 쏴 저격병으로 선발됐다. 현재 IS … [Read more...] about 무너지는 IS 뒤에 남은 ‘소년 전사들’
한국 극우세력은 어떻게 탄생했나
“냉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닌 실체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그렇습니다. 냉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거죠.” 책 50여 권을 쓴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 첫 번째 주제를 ‘불한당들의 세계사’로 잡았다. 불한당은 ‘땀 흘리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행패를 부리며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 교수는 세계에 반공주의를 심은 미국을 ‘불한당’으로 은유하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에 ‘냉전적 주체’가 탄생한 과정을 … [Read more...] about 한국 극우세력은 어떻게 탄생했나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려 하죠.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저출산이 왜 문제인가요? 사람이 줄면 취업 경쟁도 줄고 인구밀도도 줄고, 환경 문제도 줄어들 텐데.” 바야흐로 한국은 세계 최고 ‘저출산율’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육아휴직, ‘칼퇴근’, 노동시간 단축 등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대통령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 [Read more...] about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심각한 방송작가 노동 실태: 화려한 프로그램 뒤에 가려진 저임금과 성희롱
ㄱ 씨(26)는 중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녀는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주변을 관찰하고 적었다. 그리고 재미있게 각색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자연스레 문예창작과에 들어가 졸업을 앞두고 방송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 3년 차. 그러나 이제 그녀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약속 시각보다 1시간이나 늦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ㄱ … [Read more...] about 심각한 방송작가 노동 실태: 화려한 프로그램 뒤에 가려진 저임금과 성희롱
글도 건축가처럼 ‘지어라’
“김훈 작가가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고 쓸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고 쓸지 몇 달을 고민했다고 말한 적이 있죠? 두 문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는 자연적 사실을 얘기한 것이고,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는 ‘이 와중에 꽃이 피다니!’라는 감정적 판단을 넣은 표현이죠. 고민 끝에 한 문장을 쓰면 그 문장은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문학평론가인 신형철 조선대 교수는 글쓰기의 근원적인 욕망 중 하나는 … [Read more...] about 글도 건축가처럼 ‘지어라’
유품정리사가 말하는 노인 이야기
7년 전 유품정리업체 키퍼스 코리아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유품정리를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전화를 받은 김석중 대표가 “그렇다”고 하자 그는 “혼자 살고 있는데 유품정리를 예약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부인이 죽은 후 자기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주위에 없어 걱정하고 있었다. 김 대표에게 유품정리 생전예약을 의뢰한 첫 고객이었다.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는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 2002년부터 시작됐다. 주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 [Read more...] about 유품정리사가 말하는 노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