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IS와의 전쟁’ 뒷얘기를 다룬 작년 7월 26일 자 기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년병이었던 모하메드(9·가명)의 사연을 전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은 이 기사에서 소년은 “누나랑 싸울 때마다 여자들이랑 같이 지내기 싫어져서 아버지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고 ‘IS에 발을 들인 동기’를 밝혔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IS의 주요 근거지인 모술에서 살던 모하메드는 총을 잘 쏴 저격병으로 선발됐다. 현재 IS 세력권 밖인 이라크 아르빌에서 모하메드를 보살피고 있는 그의 삼촌은 죽었을지도 모르는 소년의 부모가 소년을 세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4월 네덜란드 대테러조정관실(NCTV)과 보안정보부(AIVD)가 발행한 ‘IS의 아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소년들은 부모처럼 전적으로 의존하고 따르는 대상에 의해 IS의 극단주의적 사상에 세뇌되곤 한다. 특히 부모를 따라 유럽 등지에서 IS 통치 지역으로 온 아이들은 자연스레 IS의 사상을 주입받게 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모술 등에서 자체 운영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에게 월급을 주는 등 경제적 동기부여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자식을 IS의 일원이 되게 만들도록 유도해 왔다.
‘칼리프 국가’의 미래 세대가 자살테러 도구로
IS는 이른바 ‘칼리프 국가(caliphate)’를 유지하기 위해 모하메드와 같은 소년병을 중요한 도구로 본다. 칼리프 국가는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인 칼리프가 통치하는 정교일치 국가를 의미한다. IS는 2014년 모술을 점령하며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IS는 소년들을 ‘새끼 사자(cub)’로 부르며 칼리프 국가를 위해 싸울 ‘미래의 지하디(이슬람 성전) 전사’로 교육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소년들은 점점 자살폭탄 테러 작전에 이용되고 있는 추세라고 ‘IS의 아이들’ 보고서는 밝혔다. 소년들이 미래의 전사로 채 훈련되기도 전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IS가 세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중반기,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구의 페슈메르가 민병대, 미국과 4개의 서방국이 참여한 국제연합군(CJTF-OIR)이 모술에서 IS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9개월 동안 이뤄진 탈환 작전의 성과였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모하메드도 이 시기에 모술에서 빠져나왔다.
돌아 온 아이들, 사고치고 퇴학당하기도
IS의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받은 소년들이 유럽으로 귀국하거나 피난 오면서 각국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장차 테러를 일으키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IS의 아이들’ 보고서 마지막 부분 ‘네덜란드로의 귀국 혹은 정착’에서 IS 소년들이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난민 이야기를 다룬 ‘조난(Cast Away)’의 저자이자 <타임>, <인디펜던트> 등에 글을 쓰는 샬럿 맥도널드 깁슨은 2017년 7월 23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유럽은 IS의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 9살 소년을 언급했다.
이 소년은 자칭 ‘칼리파 국가’에서 2년을 보내고 2016년 초 어머니와 다시 고향인 유럽의 한 나라로 돌아왔다. 그러나 IS 사상을 교육 받은 소년은 자신이 ‘사악하고 신앙심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느꼈다. ‘신앙심 없는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배운 소년은 결국 등교 첫날 친구들을 공격해 퇴학당했다.
깁슨은 그러나 “IS 소년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 두려움과 편견으로 이들을 배제하다 보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깁슨은 이들이 유럽으로 오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차원에서 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개입하는 전략을 수립하자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심리적인 치료를 위해 IS의 소년들을 보살필 수 있는 교사와 사회복지사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깁슨은 주장한다. 어른들의 보살핌은 극단주의 사상에 세뇌된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친구들을 공격해 퇴학당한 아홉 살 소년은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제 놀이터의 또래 아이들을 적이 아닌 친구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심각한 전쟁 피해자, 적극적 치유 필요
지난 2년간 IS에 대해 보도해 온 에밀리 펠드먼 기자는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IS 소년들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썼다. 이라크 북부의 심리연구소 소장이자 트라우마 전문가인 얀 일한 키질한에 따르면 극단주의 사상에 세뇌된 소년들이 가족과 또래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증상은 대개 2~3년 동안 지속된다.
그 후 안정(stabilization)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 소년들은 학교에 가고 운동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게 된다. 키질한은 “아이들이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와 신뢰를 쌓은 후에야 정신 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UN)의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사무총장 특별대표실은 ‘소년병 또한 전쟁의 피해자’라고 규정한다. 네덜란드 ‘IS의 아이들’ 보고서 또한 잠재적 위험 요인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소년들을 조명한다. 이 아이들은 IS가 일으킨 전쟁에서 폭력과 죽음을 경험한 뒤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IS는 지난 2015년 7월 시리아에서 남성 1명을 직접 참수하는 소년병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유포했다. 2006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의 실상을 알려온 비영리단체 클라리온 프로젝트는 2017년 7월 11일 8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가 죄수를 총으로 죽이는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더 선> 기사에 따르면 한 군인이 자살폭탄 테러를 수행하려 했던 IS 어린이를 잡아 몸에서 폭탄을 제거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는 IS 소년병 출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전쟁을 목격한 아이들 상당수는 점점 공격적인 성향이 되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거나 실어증에 걸리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에 따르면 현재 시리아 난민 중 외국으로 피난을 간 사람은 510만 명, 국내를 떠돌고 있는 사람은 6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1천140만 명 중 절반이 어린이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김소영